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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Apr 18. 2023

내 딸이 자기처럼 크면 좋겠다.

친애하는 아이 숙모님


이런 말 처음하는데. 

우리 가 올케같이 크면 좋겠어.

주착인데. 난 내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에게 올케 같은 숙모가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종종 했어.

아이가 어려서  새가 없을 때, 참고 참다 앙 소리 내어 울고 싶을 때.

아, 난 나이도 많고 기운도 없는데. 이 녀석을 어쩌지.  난 결혼도, 아이도 생각한 적이 없던 사람인데.

무슨 짓을 한 거지, 겁이 덜컥 나면서 내 자리가 아닌 곳에 잘못 온 것 같아 도망치고 싶었어.

그렇게 준비 안 된 사람일 때마다 올케가 버텨줬지.


다정한 목소리보다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안 돼요, 앞만 보세요." 그렇게 휘청대는 내 핸들을 잡아주었지.

남편보다 어머니보다 어쩐지 난 올케가 미덥고 안심되었어.

미안. 오히려 너무 부담스러운 말인가.


처음 우리 집 왔을 때.

덜컥 여자친구를 데려온다는 동생 전화에 어이도 없고 궁금도 하고. 그렇더라.

까다로운 아이를 보듬고 좋아해 주다니. 그것만으로 덮어놓고 대환영일밖에.

한 해 걸러 아이를 출산하느라 우린 비슷하게 배가 불러 산모교실을 찾고 출산준비를 했지.

유복하게 자라서 남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니 나야 뭐 하나 더해주지 못해 안달인데 올케는 이미 다 가진 사람 같아 채워줄 게 없었어.

어쩜 사람이 그래.

난 올케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자주 생각해. 더 가깝고 싶고, 더 보고 싶어서, 모든 거 다 까뒤집어 말하고 싶어서.

그런데 어째, 난 시댁사람이잖아.


올케 어머님이 오랫동안 알츠하이머로 힘드신걸 마치 "밖에 바람은 계속 불어와서 괜찮아요"처럼 얘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 오진 같은데 어디에 호소할지 모르겠다고 어머니를 여의고 어찔 줄 몰라하던 올케.

어디서나 보호자나 대표가 되어 배짱 좋게 우리를 이끌던 올케를 처음으로 여린 딸이나 동생 보듯 했어.

처음으로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 괜찮다, 해줬지.


우린 남편 허물을 눈 감기 어렵고 내 아이가 우선이고 그렇다고 나 자신이 후순위인 건 참을 수 없는 현대여성들. 차 한잔 마음 놓고 마시는 시간이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로 끝날 줄은 정말 몰랐어.




우리 가 중학교 가니.

알잖아, 원래도 엄마 손 어디 한 군데 갈 데 없던 아이인 걸. 그래도 너무 예민한 아이라 늘 노심초사했잖아.

그런데 말이야.

발표해서 칭찬받았단 소리에, 아무도 지원 안 해서 봉사하기로 나섰다는 소리에, 먼저 손을 들어 자율적으로 팀을 꾸린 것에, 친구들과의 모임에 리더역할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동분서주한 것에.

올케 생각이 났어.  올케 잘 있지?

너무 좋다.

우리 애한테 올케의 도전정신이 옮겨진 거야!


여름에 올케 얼굴 볼 생각 하니 벌써부터 몹시 기대가 돼.

올케 말대로 올케 조카가 올케 주문대로 저렇게 씩씩해진대는.

올케의 보이지 않는 손, 즉 믿는 대로 되는 거라고.

마음 약한 소리는 형님 귀에도 들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손윗언니처럼 다부지게 귀띔하던.

당당하고 뭐 하나 주저함 없는 사람으로 올케를 보는 비결이. '도전정신"이라고.

무섭지 않아서가 아니라 안 하고 주저하는 것보다 후회가 덜하다는 경험 덕분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던  올케가 우리 애 멘토인 건 알고 있지?


올케는 제가 나이도 훨씬 어린데, 손아래인데.

이런 말 해서 그렇네요. 식으로 덧붙인 적이 없어.

그런데 한 번도 올케의 그런 식의 하대문화에 오만하다는 오해가 안 가더라. 나도 저러면 좋겠다. 

세상에 뭐 하나 겁날 것 없이 저질러보는 자신감.

자기중심적이 아니라 자기애가 강하고 모든 사람은 똑같이 존중받아야 마땅하니 이런저런 이유로 대우받는 것에 반기가 들린다는.

소신 하나만큼은 똑바로 자리 잡은 사람.

부러질 것 같은 강단만큼 세심함이 뚝뚝 묻어있는 올케.

올케의 선물 스키장갑 한쪽 잃어버린 채로 짝 잃은 한쪽을 보처럼 보관한 거, 우리 딸이 말했다며?


출처 픽사베이

올케.

어서 여름이 되면 좋겠다.

내가, 아니 우리 모두 올케를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지 알지?

우리의 영웅 우리 올케. 

내 딸이 올케처럼 크면 좋겠어.

할 말이 정말 많아. 곧 보자고!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들어가면 다시 못 나올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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