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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Feb 03. 2023

날이면 날마다가 아닙니다!

요조와 임경선 저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제가 정말 정말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두 가지가 아주 또렷해지더라고요.

첫째, 시간낭비.

둘째, 리.

언니, 전 생리가 너무 싫어요.

그리고 오늘 시작했답니다.


p26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중에서.




양이 꽤 많았다,

여고 때 교복 차림으로 종일 의자와 한 몸이던 시기.

한 번씩 일어날 때마다 폭포수가 하체를 타고 내리표현 못할 아득함.

오버나이트형을 낮에 착용했다. 밤엔 기저귀를 해야 두 다리 뻗고 잘 수 었다.

볼일 마치고도 변기 뚜껑을 닫고 바닥 주변돌아보고 느적느적 화장실 칸에서 나왔다.

이어 들어간 사람에게 혹여 불쾌한 흔적이 걸릴.

조심스럽고 불편하기 짝이 없던 한 달에 한번 그날, 그 고욕스러운 여성들의 문화.

시크릿 데이.




시크릿 데이에 쓸 일회용 두어 개 넣어주라고 옆집엄마가 건넨 귀염 둥둥 라이언 파우치.

딸의 새 학기 책가방에 엄마가 센스 있게 넣어두란 귀띔.


요즘은 대형사이즈도 슬라이스 치즈만큼 납작하고 취침용 팬티형은 구름 위처럼 폭신하다.

밤새 끄떡없어 시크릿 딸도 아가처럼 편히 잔다.

낮엔 유해한 화학 성분 대신 일반 면팬티 안쪽 쪽같이 처리되어 티 안 나며 짱짱하다.

여성 생리 시장 역시 하루가 다르게 진화 중이다.




시크릿 데이는 느닷없이 찾아왔다. 

한 달 반에서 석 달 사이를 넘나들었다.

그날이 와야 왔구나 했다.


출산으로 달라졌다.

제멋대로인 시크릿 데이가 난생처음 규칙적이 되었다.

피부결이 거칠어지고 단맛이 당기고 신경질이 느는 주먹구구식 예감이 아니라.

시작일에서 26일 후에 다음 시크릿 예상일 동그라미를 표시하면 딱 맞다.

그날이 다가오면 피부 뾰루지에도 당기는 단맛에도 없던 두통까지 생겼지만. 너그러워졌다.

약속된 손님이니까.




출산 후 규칙적인 주기를 얻은 대신 노화로 변화를 맞고 있다.

특대형 사이즈에서 중소형 사이즈로 커버량이 줄었다.

팬티라이너면 된다는 J언니.

코시국 이후 만나 삼라만상 폭풍수다 끝에 언니의 돌발 발언.


"홍양 끝이 보여.  돼가나 봐. 출산도 수유도 안 하면 그만큼 빨리 끝나잖아. 

난 괜찮은데 주변에서 자꾸 조기폐경이녜. 아니, 정상적인 완경."


출처 픽사베이


딸이 등교 전 화장실에서 한참 미적대고 태를 거듭 확인하.

딸의 시크릿 데이면 같은 여자로서 아빠도 남동생도 듣게끔 큰소리로 고한다.

여성이 한 달 한번 컨디션 안 좋은 타이밍이배려받자. 배려하자.


MZ세대들.  당당히 배려 요구하길.

그리고 생일처럼 결혼처럼 초경처럼.

완강도 성대히 축하받길.


날이면 날마다 당연히 오는 게 아님을 기억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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