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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Feb 20. 2023

나, 가거든.

유성호 저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허진호 감독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영감을 고 김광석 가수의 영정사진에서 받았다고 다.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생이 전화를 해선 부모님 여행지 어디가 좋겠냔다.

퇴직 앞두시고 바람 쐬고 싶어 하신다고.

다른 것도 아니고 여권사진을 최근 찍어두셨다나.




선배가 가족장 이야기를  적이 있다.

부모님  사후를 입밖에 내는 것도 경망한 것 같지만 동생에게 상조 가입을 넌지시 묻자 동생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아버진 오래전부터 바람 따라 날아가게 내 버려 달라셨어."

갑자기 목이 콱 메어왔다.

생전 아끼시는 게 하나 없으신 아버지다우시다.




아이들 여권이 만기 되어 사진관을 찾았다.

그리고 전기가 켜지듯 번쩍 깨달았다.

여권?

아, 영정사진을 준비하신 거구나.

아버지가 나서셨을 리 없고 엄마가 찍자고 아버지를 대동하셨겠지.

그리고서 에둘러 말씀하신 거구나.

왠지 동생에게 바로 말하게 되지 않았다.


세상가장 해맑은 표정으로 사진 찍는 아이들.

불꽃놀이처럼 펑펑, 하는 촬영 소리가 전과 다르게 들렸다. 




오래전 할머닌 네 칸짜리 서랍장 중에서 둘째 칸에 당신 사진과 수의를 보관해 두셨다.

누구도 어린 나에게  말해준 적 없어서 어른이 되어서야 할머니의 준비의식을 알게 되었다.

늘 나를 참배 같다 이뻐하신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실 때.

난 배가 남산만 해 오늘내일하던 시기였다.

아버진 새손님 편히 맞으시려고 서둘러 떠나셨나 보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정성 들여 준비해 두신 서랍장 아래에서 두 번째 서랍칸을 아버지도 알고 계셨을까.




살아생전 한 번도 안 입어본 옷을 왜 죽은 사람에게 입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마뜩잖았다.

그래서 지금 고등학생인 큰아들에게 결혼할 때 집사람이 마련해 준 예복을 입혀달라고 이야기했다. 신발은 마지막에 애장 하던 신발을 신기고 와이셔츠는 단골 와이셔츠 양복점에서 구해서 입히라고 하니 아이는 피식거리면서 웃고 말았다.


p244 유성호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출처 픽사베이


설에도 못 뵀는데

아버지께 아이들 새로 찍은 사진을 좀 보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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