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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Apr 14. 2023

내 꿈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무라카미 하루키 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의 20퍼센트에서 30퍼센트밖에는 안 나왔다,라고. 하지만 첫 소설을 어떻게든 일단 내가 득할 수 있는 모양새로 끝까지 써내면서 나는 하나의 '중요한 이동'을 이루어냈다는 실감을 얻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53쪽.




매달 25일이면 콧노래를 달고 다니신 아버지는 통닭을 사들고 퇴근하셨다.

평생을 개미처럼 한 달 꼬박 일해서 받아온 월급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신 아버지.

아버지처럼 샐러리맨이 된 딸에게 두부부침과 묵은지를 가져다주고 가시는 어머니는 매번  "회사 사장님께 감사해"는 당부를 잊지 않으셨다.

요즘 우리 아들은 장래희망 란에 '회사원'이라 적는다.

엄마가 묻기도 전에 "아무도 왜 되고 싶냐고 더 안 물어봐."

그래서 편하다고.




오랜만에 통화한 J선배가 신입사원 뽑은 에피소드를 한참 늘어놓더니 말했다.

"신입은 모험심 고 막 그래야 하지 않아? 요즘은 그런 애들이 없어. 만만한 길부터 찾아."


J선배는 아직도 저 표현을 쓰는구나.

승진이 지 않아 푸념 몇 번 하자 J선배는 같이 일하자고 들볶았다.

난 내 분야의 욕심도 있었고 무엇보다 그 선배의 사업에 관심이 없었다.

이게 싫어도 저리 빼꼼할 스타일도 못 되어 그럭저럭 힘든 시기를 넘긴 어느 날, J선배는 말했다.

"네가 모험을 즐기고 그런 타입이 아닌데 괜한 바람 넣어서 미안. 아이들도 그러니?"

반박도 인정도 어색해서 가만있었다.




사회가 눈부시게 변화수록 어린이가 내일의 주인 되는 시기는 빨라지고 어깨는 무거워지는 현실이다.

기성세대는 꿈나무들에게 미래의 대한민국 부흥 문화를 기대하고 과도하게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개인의 소질을 하루빨리 찾으라적성검사도 내 꿈 소개도 장래희망 발표도 잦아지고 다.

가슴이 울리는 "옳다구나, 길이로다"싶은 길을 재빨리 찾은 아이, 진로모색 과정신나아이있다.

반면 "커서 뭐 될래?" 질문이 가장 어려운 아이들. 그 말만 들으면 머릿속뿌예지고 왜 벌써 정해야 하는지 괴롭기 그지없는 아이들도 있것이다.


이름 붙은 학원은 다 보내고 할 수 있는 체험은 다 시키는 엄마의 교육열은 분기탱천한다.

공짜는 없다는 듯 드러난 재능 없음을 나무라 듯한 소리가 엄마도 모르게 나온.

코흘리개의 도화지도, 물놀이장 발재간도, 메뉴 읽는 영어 발음도 온통 미래와 연결 짓는 엄마의 눈과 귀.

굶는 사람은 없는 세상인데 먹고살 일 정하는 것은 더욱 빨라지고 급해진.

백세시대에 대학 졸업도, 취업도, 결혼 출산도 온통 미루고 있는 이 판국에.

찾아야 하는 꿈은 네 꿈일까, 내 꿈일까.




알아서 하겠다고, 천천히 정하겠다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까지 결정 안 하면 안 되냐는 말에. 표정 굳지 않을 자신이. 엄마에게 있는가.

분명 엄마는 네가 원하는 거면 된다면서, 네 꿈이 뭐냐면서.

실은 모범답안을 정해놓고  꿈인 네가 될 일을 펼치라고 우기는 것을. 

아이들이 눈치채면 어쩌나.




진로부터 정해서 포트폴리오 일관성 있게 짜야해.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거 저거 다 해보면 우리 애한테 뭐 하나 걸리겠지.

뼛속도 뇌속도 들여다보지능, 적성검사로 미래 예측에 점성술처럼 역술인처럼 열을 올린다.

아이들도 학원 레벨테스트처럼 MBTI 결과에 자신을 끼워 맞춘다.

꿈이 꿈이려면 하늘에 걸려야 하는데.

손 쭉 뻗으면 닿는 안전한 곳으로 꿈을 쭉 내려뜨리고 잡히는 대로 네 목에 걸라는 식은 아닌가.


출처 픽사베이


뭔가가 하고 싶다면.

부글부글 끓는 열기는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한다.

루스보스티도 두 번째 우러나온 티백이 진짜다.

그때까지 기다려주자, 


하루키 작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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