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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Jul 06. 2023

신문은 갖다 어디 쓰게?

세상의 눈들이 잠시도 정지되지 못한다.  영상조차 초단위로 강도가 더해시야가 고정될까 말까.

활자로 그런 눈들 붙들기가 오죽할까.


학창 시절 주말오전이면 아버지와 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시간씩 신문을 읽었다.

내 아 열 살이 지나서 신문구독할 시간을 한 시간 확보하면 재개하리란 결심이 무색하게.

활자의 시대는 올드패션이 되어버렸다.


아버지 아침상에는 다행히 신문이 놓여있다.




시아버지 아침상에도 신문이 놓여있다.

우물쭈물 시대를 탓하며 신문과 내외한 사이,

큰 아이가 치고 올라왔다.

눈 뜨자마자 아침 샤워 마친 아이는 양가 할아버지처럼 수저보다 신문을 먼저 펼친다.

시간 관계상 내가 골라둔 신문 두 토픽 훑고 아침상 받고 일어서도 등교시간은 더 빨라지고 낯빛은 더 환해졌다.


요즘 영민한 아이들은 디베이트 수업에 피피티 발표에 쓰는 실력도 혀를 내두른단다.

뉴스와 시사에 밝고 싶다고, 돌아가는 정세를 잘 아는 사람이길 아이는 원한다.




신문이 아이 아침상에 자리 잡기까지 시간은 꽤 걸렸다.


"여보.  신문 구독 좀 알아봐 줘."

"요즘 종이 신문 보는 사람이 있어?"

남편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한 부만 사 올까? 어디에서 팔지?"


꼬꼬무 방송도 일조하였다.

아이들에게는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엄마는 모르는 사건이 없네."

사회부 기자 준비를 했었고 우리 집 9시 뉴스는 하루 세끼같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저 사건을 모른다고?

같은 세대인 남편은 다 처음 보는 사건들.

당신은 통 신문도 뉴스도 안 봤구나.

(나도 새까맣게 타도록 온종일 밖에서 뛰놀다 오는 어린이들을 원해.

세상이 더 많은 걸 바라는 게 문제지.)




가랑비에 옷 젖는 수밖에 없다.

신문이 그렇지. 친해지기 전까진 속을 모르겠고 통 재미도 없고 따분한 얼굴이지,

일단 친해지게 가까이 있어봐.

그런 마음으로 틈틈이 시사 하나씩 밥상머리에서 읽어주고.

뉴스에 많이 나오는 기사를 조각조각 내어 바구니에 담아 탁지 위에 올려두었다.

손 가는 거 아무 기사나 다섯 줄만 읽어.

NIE 동아리 활동도 하고 논술학원도 다니긴 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매일 문화습관"을 따라갈 수는 없다.



활자라면 관심도 없고 아침해가 뜨는 말든 늦도록 자던 둘째부스스 일어나더니

큰아이가 훑은 신문기사를 펼친다.



할아버지 다 읽으신 신문을 챙겨가도 되냔다.

할아버지는 의아한 눈초리로 물으신다.

"신문은 어디다 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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