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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엄마처럼
늦잠 재우는 행복
by
투스칸썬
Feb 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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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많아 여고땐 머리를 감자마자 마른 수건에 베고 교복치마를 입은 채 잤던 기억이 난다.
모자란 수면의 고충은 학창 시절이 강하게 기억되고 되려 사회생활에선 주말이란 꿀맛이 있기에 그럭저럭 아침 여섯 시 기상도 할만했다.
아이들이 코딱지만 할 땐 눈을 한번 뜨면 발딱 일어나 놀아줘 하는 모습이 엄마는 참 무서웠다.
오분만 더 자줬으면 하는 소원을 매일 빌었다.
학교에 들어가고 아이들은 유아기 수면패턴을 벗어나 밤이면 할 일 태산인 양 굴고 아침이면 미적대는 어른의 꼼지락을 닮기 시작한다.
한사코 방학에도 규칙주기가 무너지지 않으려 하지만.
아이들의 달고 맛난 아침잠 깨우는 게 그렇게 속상하다.
어머니가
나
어릴 때 형제자매들과 쪼르르 늦잠 잘 때 잔소리 대신 청소기를 돌리시고 아버지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굳이 머리맡에서 한참 하신 속뜻을 알게 되었다.
굳이 슬리퍼 소리가 날 지경으로 집안을 바삐 돌고 창문 환기를 시키느라 찬기가 들어오게 하고 클래식이나 영어동화를 떠나가라 크게 튼다.
이후 기상 예고제에 들어간다.
십오 분 후에 깨울 거야. 십분 남았어. 오 분 후.
마침내 삼십 초 남았다
해놓고
.
차마 못 깨우는 마음.
억지 깬 아침만큼 고통이 없다는 걸 잠꾸러기들은 안다.
곤하게.
마치 어젯밤 세상을 들고 날기라도 하는 큰 수고를 한 양 단꿈에 빠진 내 아이의 팔딱이는 맥박소리.
빤한 표현으로 세상을 다 줘도 안 바꿀 환희와 희망이 뿜어져 나온다.
그래도 어엿한 아침이다.
긴 겨울방학의 늦잠으로 생체 리듬이 깨지는 건 성장기 아이들의 독. 틀림없다.
그렇더라도 새 학기.
세상의 주역이 되고자 한 학기 다시 애쓸 꿈나무들의 얼마 안 남은 방학 아침.
드림렌즈를 빼주면 부스스 기지개를 켜며 한쪽 눈을 살짝 뜨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는 순간.
비어져 나온 발가락.
아이가 누워있던 자리의 온기.
베개의 눌림 자국과 가느다란 머리카락 두 가닥.
꿈지럭대느라 조금만 조금만 시간을 버느라 별별 못할 소리와 고성이 오가는 방안 풍경.
그냥 이불째 아이를 포옥 끌어안아본다.
어느 날은 아가처럼 무거운 궁둥이를 끙 들어앉고 토닥여본다.
가득한 온기.
아침 잠시 허락되는 엄마의 행복한 머리맡 문화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청소년이 되어 덩치가 산만해지면 품 안에 들어오지 않겠지.
그리고 빛나는 이마.
출처 픽사베이
노기 띤 음색의 엄마 한마디.
딱
삼분!
하고 십 분만 벌어주자.
실눈 뜨며 슬며시 일어나는 녀석들.
늘어진 수면바지. 헝클어진 까치집.
개운한 낯빛.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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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문학을 열망하는 에세이를 씁니다. 신간과 신제품 시음을 지나치지 못하면서 올드 정서가 좋은 마릴라 엄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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