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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Feb 06. 2023

졸업하는 너에게.

남의 집 아이는 뒤돌면 한 뼘 자라 있다.

놔둬도 알아서 크는 것 같고 애 키우는 거 별거 아니다 싶다. 

내 집 아이는 그렇다.


같은 어린이집 보내는 엄마가 의기소침한 아이에게 하는 말.

"그래서 기분 안 좋았쪄? 괜찮아 괜찮아. 엄마 힘센 거 알지? 다 해결해 줄게. 엄마만 믿어!"

슈퍼맨 엄마 따라쟁이 기로 다짐했다.




아이가 솜털을 벗어내 속내  보이지 않는다.

엄마가 슈퍼맨이 아닌 것도 알걱정시켜도 달라지지 않는 것도 콩알만큼 눈치챘다.

그래도 한 번쯤. 아이가 말도 못 하게 속상할 때.

이젠 냉큼 그 말이 나온다.

"누구야? 말만 해. 엄마가 다 해결한다!"


대신에.

가만 옆에 있어준다.

드라마처럼 손등을 쓸어주거나 등을 토닥이진 않는다.

곰곰이 듣고 잠자코 있는다. 눈도 보지 않는다.

엄마 호들갑에 말이 쑥 들어갈까 봐. 

엄마 힘 빌어야 하는 어린애로 느낄까 봐.

말머리만 들어도 꼬리까지 알아채는 엄마는.

속상함을 떼어낼 수 있다면, 없앨 수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다.

하지만 그 마음 또한 성장의 동력으로 삼기를. 꽃길만 걷길 희망하는 건 엄마의 직무유기임을.


친정엄만 내가 속상한 낯빛일 때 예나 지금이나 이리 딴청하시며 자리를 뜨신다.

"참, 냉장고에 딸기 있다. 꺼내올게."




코딱지들끼리 '절교'가 화두  일. 용돈 적다 투정하더쓸데없다고 도로 갖다 준 일. 2학년 도형 시험 70점 받아오고 의기양양한 일. 

흉볼 일  뭐 있지?


3학년부턴 책가방 만지게도 못하고 쓱싹 알아서 하고. 4학년부턴 단평, 수행 얘기도 없이 알아서 다 하고. 코로나땐 담임선생님과 알아서 척척.

엄마 손이 필요치 않아 심심 섭섭.


코로나라 종일 붙어있어 어찌나 신이 나던지.

람 없는 방은 툴툴대며 들어가 전깃불 고.

한 번씩 인심 써서 엄마 발에 맨발 비벼주고.

백화점에서 본 백팩 새 학기 할인 때 산다 하고. 졸업식 꽃다발은 학예회 때 쓴 조화 리필하자는 (타이틀 커버사진) 너란 녀석.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강의 후 교실 나가며 내뱉는 시크한 일타샘의 애정 듬뿍 굿바이 인사.


"잘 가라, 얘들아~"


졸업하는 모든 친구들. 잘했다.

졸업 축하한다!


출처 픽사베이


초등 졸업부터 '출발'이란 뉘앙스의 부담은 주지 않을래.

이 정도 어때?

분 좋게 눈 딱 떠지는 아침.

하늘 들어 올릴 듯 기지개 쭈욱 켤 때의 딱 그 기분!

뭐라도 해낼 듯한 의기충천.

졸업이 너희에겐 그렇길.

너희만의 세계가 확장되었다는 증거, 너희만의 문화를 맘껏 가지라는 허락!


잘했다 얘들아. 졸업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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