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스칸썬 Feb 06. 2023

졸업하는 너에게.

남의 집 아이는 뒤돌면 한 뼘 자라 있다.

놔둬도 알아서 크는 것 같고 애 키우는 거 별거 아니다 싶다. 

내 집 아이는 그렇다.


같은 어린이집 보내는 엄마가 의기소침한 아이에게 하는 말.

"그래서 기분 안 좋았쪄? 괜찮아 괜찮아. 엄마 힘센 거 알지? 다 해결해 줄게. 엄마만 믿어!"

슈퍼맨 엄마 따라쟁이 기로 다짐했다.




아이가 솜털을 벗어내 속내  보이지 않는다.

엄마가 슈퍼맨이 아닌 것도 알걱정시켜도 달라지지 않는 것도 콩알만큼 눈치챘다.

그래도 한 번쯤. 아이가 말도 못 하게 속상할 때.

이젠 냉큼 그 말이 나온다.

"누구야? 말만 해. 엄마가 다 해결한다!"


대신에.

가만 옆에 있어준다.

드라마처럼 손등을 쓸어주거나 등을 토닥이진 않는다.

곰곰이 듣고 잠자코 있는다. 눈도 보지 않는다.

엄마 호들갑에 말이 쑥 들어갈까 봐. 

엄마 힘 빌어야 하는 어린애로 느낄까 봐.

말머리만 들어도 꼬리까지 알아채는 엄마는.

속상함을 떼어낼 수 있다면, 없앨 수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다.

하지만 그 마음 또한 성장의 동력으로 삼기를. 꽃길만 걷길 희망하는 건 엄마의 직무유기임을.


친정엄만 내가 속상한 낯빛일 때 예나 지금이나 이리 딴청하시며 자리를 뜨신다.

"참, 냉장고에 딸기 있다. 꺼내올게."




코딱지들끼리 '절교'가 화두  일. 용돈 적다 투정하더쓸데없다고 도로 갖다 준 일. 2학년 도형 시험 70점 받아오고 의기양양한 일. 

흉볼 일  뭐 있지?


3학년부턴 책가방 만지게도 못하고 쓱싹 알아서 하고. 4학년부턴 단평, 수행 얘기도 없이 알아서 다 하고. 코로나땐 담임선생님과 알아서 척척.

엄마 손이 필요치 않아 심심 섭섭.


코로나라 종일 붙어있어 어찌나 신이 나던지.

람 없는 방은 툴툴대며 들어가 전깃불 고.

한 번씩 인심 써서 엄마 발에 맨발 비벼주고.

백화점에서 본 백팩 새 학기 할인 때 산다 하고. 졸업식 꽃다발은 학예회 때 쓴 조화 리필하자는 (타이틀 커버사진) 너란 녀석.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강의 후 교실 나가며 내뱉는 시크한 일타샘의 애정 듬뿍 굿바이 인사.


"잘 가라, 얘들아~"


졸업하는 모든 친구들. 잘했다.

졸업 축하한다!


출처 픽사베이


초등 졸업부터 '출발'이란 뉘앙스의 부담은 주지 않을래.

이 정도 어때?

분 좋게 눈 딱 떠지는 아침.

하늘 들어 올릴 듯 기지개 쭈욱 켤 때의 딱 그 기분!

뭐라도 해낼 듯한 의기충천.

졸업이 너희에겐 그렇길.

너희만의 세계가 확장되었다는 증거, 너희만의 문화를 맘껏 가지라는 허락!


잘했다 얘들아. 졸업 축하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또! 지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