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필가 박찬선 May 31. 2017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마음의 등불을 켜라 - 감사의 노래

 감의 노래


마음을 밝게 하는 것은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입니다.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키워 큰일을 하려면 거기에 상응하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아무리 머리가 좋고 뛰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큰일을 할 수 없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항상 에너지의 근원을 알고 삶에 필요한 에너지를 축적할 줄 압니다.      

감사하는 삶은 마음을 밝게 할 뿐 아니라 더 큰 성취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축적하게 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올까요? 자족(自足)하는 마음에서 옵니다. 자족이란 스스로 넉넉하다고 여기는 마음입니다. 사람의 행복이란 욕심을 채우는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다스리는데서 옵니다.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해도 만족할 줄 모릅니다. 감사이런 욕심을 다스리며 스스로 만족할 때 찾아옵니다.


호세 마르티라는 사람은 “감사는 꽃처럼 높은 곳에서 피지 않고, 겸손한 자의 아름다운 토양에서 푸르러진다”라고 말했습니다.

감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겸손한 마음을 가꾸어야 합니다. 겸손을 가꾼 사람은 작은 것에도 감격할 줄 알게 되고 어떤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하루하루 삶 자체를 경이롭게 여기게 됩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삶의 경이로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먼지와 같이 겸손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먼지는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겸손이란 이렇게 스스로를 먼지처럼 작게 여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작게 여길 때 비로소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커 보이고 경이롭게 보입니다. 자신을 크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작은 것을 볼 수 없는 마음에는 생에 대한 경이로움이나 감격이 있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를 크게 여기는 사람은 모든 것이 하찮게 여겨지기에 감사하는 마음이 자리를 잡을 수 없습니다.     

감사는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부드러워진 마음에는 감각이 살아나고 예민해져 작은 것에도 감격하고 감사하게 됩니다. 마음이 굳어지면 감각이 사라집니다. 감각이 없다는 것은 죽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죽어 있는 것들은 딱딱하고 차갑습니다.     

감각이 예민한 사람들은 작은 것에도 반응을 보입니다. 작은 것에 감동하고, 작은 것 때문에 눈물짓고, 작은 것 때문에 기뻐합니다. 감동은 우리의 감각에 무언가가 와서 부딪힐 때 일어납니다. 이렇듯 감사는 작은 것에서 출발합니다. 작은 것이라도 받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받았다고 인정하는 것이 감사입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게 되면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얼굴에는 웃음꽃이 핍니다. 부드러운 곳에는 생명이 잘 자랍니다. 부드러운 가지에서 새순이 돋는 것처럼 부드러운 마음에서 사랑도 행복도 자라게 됩니다.     


경기도 가평군에 두밀리라고 하는 곳에 두밀리 자연학교가 있습니다. 이 학교의 교장은 채규철 박사님인데 이분은 별명이 참 특이합니다. 이분의 별명은 “ET 할아버지”입니다. “ET 할아버지”란 별명 속에는 깊고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ET란 ‘이미 타버린’이라는 말을 희화한 말입니다.     

50년 전 채규철 박사님은 덴마크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서 당시 복음병원장 장기려 박사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 민간 의료조합인 청십자를 설립했습니다. 그 덕분에 가난한 사람들도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던 것입니다.     

이 일 외에도 많은 봉사활동을 했는데 하루는 고아원 건물에 페인트칠을 해주기 위해서 작은 트럭에 페인트와 신나 와 같은 인화성 물질을 가득 싫고 산비탈을 운전하고 가다가 그만 차가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폭발하면서 인화성 물질에 불이 붙어 그 불길이 채 박사님을 덮쳤습니다. 온몸이 숯덩이처럼 타버렸습니다. 몸의 50%가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이 기적이었습니다. 코도 녹아버리고 귀도  타버렸고 눈은 한쪽 눈만 남았는데 윤곽만 겨우 볼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눈썹도 머리칼도 다 타버리고 손마저 오그라들어버렸습니다. 성형수술을 무려 38번이나 했는데도 얼굴은 여전히 흉측했습니다. 낙심하여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지만 그것마저도 뜻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그는 마음을 다 잡고 여기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다 하기까지는 죽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분의 모습을 보면 굉장히 놀랍니다. 아이들은 이분을 보면 ‘ET 할아버지’라고 놀렸고 식사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가면 주인이 100원짜리 동전을 쥐어 주면서 내 보내는 수모를 당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그래 나는 ET, 이미 타버린 할아버지다” 하면서 껄껄 웃습니다.     

그는 1975년 “사랑의 장기 운동본부”를 만들었고 1986년에는 그의 전 재산을 바쳐 경기도 가평에 ‘두밀리 자연학교’를 세웠습니다. 콘크리트 벽에 갇혀 치열한 입시경쟁에 내 몰린 아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목적과 참 인생을 가르치기 위함이었습니다.     

여러 곳에 초청을 받아 강연을 다니는데 그가 강단에 서면 장내가 갑자기 숙연해집니다. 이분의 첫마디는 언제나 “사랑하는 여러분 참 감사합니다. 이렇게 흉측한 사람을 강사로 초청해서 서게 해 주신 것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는 항상 감사의 조건부터 말을 이어갑니다.     

“내게 한쪽 눈이라도 남겨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 눈으로 글을 읽을 수 있고, 다리는 성해서 걸어 다닐 수 있게 해 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말할 수 있는 음성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귀는 떨어져 나갔지만 고막이 남아 있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머리카락은 타서 거의 없지만 뇌가 상하지 않아서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것 감사합니다.”     

채규철 박사의 감사 조건은 결코 외적인 것이 아니었고 남아 있는 것 현재 내게 있는 것에 대한 감사였습니다. 남아 있는 것을 가지고 감사하는 채규철 박사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사하면 작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감사는 밝음을 보게 하고 희망을 보게 하며 미래를 보게 합니다. 감사는 사소한 것들에 감긴 눈을 다시 열어주어 남아 있는 것의 소중함을 볼 수 있게 합니다. 인생의 문제는 보는 것의 문제입니다. 감사하면 남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고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영국의 시인 위리엄 브레이크는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한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바닥 위에 무한을 쥐고 한 순간 속에 영원을 보라”라고 노래했습니다.     

감사는 하찮게 생각했던 것을 소중하게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줍니다. 사소한 것을 소중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결국 큰 성취를 이루게 됩니다.     

중국 국적을 가진 분으로 최초로 노벨 생리 의학상을 수상한 분이 있는데 이분의 이름은 투유유입니다. 그녀는 1955년 베이징대학 의과대학 약학과를 졸업한 해에 중국 전통의학연구원으로 들어가 평생을 전통의학연구에 몰두했습니다.     

투유유는 3 무(三無) 교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3 무란 그녀가 박사 학위가 없고, 해외 유학한 적이 없고, 중국에서 상 받은 적이 없어서 그렇게 부릅니다. 그런데 올해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음으로 중국의 첫 노벨상 수상자가 된 것입니다.     

투유유 교수는 40세가 되던 어느 날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한 한의서에서 개똥쑥 한 움큼을 2승의 물에 넣고 끓여 즙을 내어 마시면 말라리아를 치료할 수 있다는 구절을 읽고 영감을 받아 평생을 개똥쑥 연구에 몰두하였습니다.     

개똥쑥은 길가나 개울가에서 흔하게 자라고 있는 잡초로서 국화과에 속하는 일 년생으로 생존력이 강하여 키가 1미터 이상 자랍니다. 그런데 이 보잘것없는 풀을 연구하여 중국인으로서는 첫 노벨상을 받은 것입니다. 의서에 나왔던 그 기록을 읽은 사람들은 숱하게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 기록을 읽었어도 자신의 인생을 걸고 연구하겠다는 도전정신을 가지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투유유 교수는 끈질긴 연구로 기존의 방법과는 달리 개똥쑥을 53도의 약한 물에 데워 즙을 짜내면 최고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어 말라리아 특효약을 개발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의서인 동의보감에도 개똥쑥의 효능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개똥쑥 속에 노벨상의 비밀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감사하면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투유유 교수는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에 감사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남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마침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것을 보기 위해서는 더 엎드려야 합니다. 엎드리면 꽃잎에 맺혀 있는 이슬방울이 보이고 꽃잎 하나하나에 깃든 아름다움이 보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엎드리는 마음입니다. 엎드릴 때 더 자세히 보게 되고 더 깊이 보게 되어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때 마음은 더 밝아지고 에너지는 충만해집니다.     

사람들은 더 높은 곳만 바라봅니다. 높은 곳을 추구하고 그것만 붙잡으려고 합니다. 높은 곳만 바라보면 우리 삶에 소중한 가치들을 볼 수 없게 되고 소홀히 여김으로 다 잃게 됩니다.

행복은 소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깊은 깨달음에서 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