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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Jun 28. 2017

느낌이 있는 하루

적응력을 키우라

변화에 적응하며     


생일을 며칠 앞두고 가까이 사는 처제가 전화를 했다. 생일 선물로 다 초점 안경을 맞춰주고 싶다는 것이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잘 아는 안경점에 돈을 맡겼으니 시간 될 때 방문해서 맞추라는 것이다. 노안이 와서 책을 볼 때 안경을 벗고 보는 것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주중에서 짬을 내어 안경점에 방문했다. 제법 큰 안경점에는 베테랑 안경사만 네 분이 있었고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장님이 나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하고 친절하게 이것저것을 체크하더니 안경테를 보여주고 렌즈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다 초점 렌즈는 일반 안경과 달리 책을 볼 때 안경을 내리지 않고도 잘 볼 수 있고 멀리 있는 것들까지 다 잘 보인다는 것이다.      

 

일주 일 후에 다시 안경점을 방문했다. 사장님은 잘 준비된 안경을 들고 나와 씌워주면서 ‘처음에는 좀 어지럽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날부터 새로 맞춘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낯설고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걸을 때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하게 느껴지고 책을 읽을 때도 안경을 벗고 읽는 것이 훨씬 편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힘들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두통까지 생겨 더 이상 착용할 수가 없었다.      

늘 다니던 동네 안경점을 찾아가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 렌즈를 교환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사장님은 웃으면서 다 초점 렌즈가 원래 그렇다는 것이다. 적응하려면 한 달 정도가 필요하다면서 좋은 렌즈이니 바꾸지 말고 다시 한번 적응해 보라고 격려해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 후부터 빠르게 적응이 되어갔다. 두통도 사라지고 눈도 편해지고 글을 읽을 때도 안경을 내리지 않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막상 변화의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붙잡고 그 변화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변화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화에는 모험이 따르고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나이를 먹으면 사람의 몸은 자꾸 쇠퇴하게 된다. 이빨도 빠지고, 시력도 나빠지고 몸이 노화되면서 기능들이 점점 떨어진다. 이런 변화를 알고 이 변화에 적응할 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몇 년 전에 잇몸에 염증이 생겨 치과에서 치료받은 적이 있다. 위쪽 어금니 쪽 치아가 상태가 많이 안 좋으니 상한 치아를 뽑고 새로 치아를 해 넣으라고 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한 달 정도 치료받으면서 고생 고생하며 치아를 새로 해 넣었다. 그런데 문제는 적응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도 가만히 있을 때로 치아에 이상한 돌덩어리 하나 올려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지니 견디라고 했다.  어쩔 수 없어서 억지로 견뎠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색했던 치아는 자연스럽게 되었고 내 몸의 일부가 되어 나로 건강한 삶을 살아가게 도와주고 있다.      


변화에 적응한다는 것은 때로 힘들지만 변화를 받아들이고 기다리면 된다. 우리에게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 변화를 잘 수용하기 위해서는 서두르거나 조급해서는 안 된다. 기다려야 한다.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겨울이 되면 나무는 이파리를 다 떨구고 땅속에서 뿌리를 돌보며 기다린다. 북풍한설의 추위에도 미동하지 않고 따듯한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추위를 잘 견딘 나무는 봄이 되었을 때 찬란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된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끊임없이 배우고 훈련하면 적응력을 키울 수 있다. 운전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운전하는 법을 배우고 반복해서 연습을 해야 한다. 반복된 훈련은 통달의 경지에 이르게 하고 탁월함에 이르게 한다. 


변화를 잘 수용하기 위해서는 서두르거나 조급해서는 안 된다. 기다려야 한다.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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