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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Jun 30. 2017

느낌이 있는 하루

소유와 존재

 소유와 존재


라일락 향기가 진동하는 아침이었다. 둘째를 출산하기 위해 진통 중인 아내 옆에서 밤새 마음 졸이다 아침 일찍 잠깐 집에 들였다. 무심코 2층 계단을 올라가는데 진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이게 무슨 향이지?”     


결혼하고 3년 동안 같은 집에 살았지만 한 번도 느끼지 못한 향기였다. 올라오던 계단을 다시 내려갔다. 콘크리트 바닥 구석진 곳에 고목이 된 라일락 한그루가 하얀 웃음을 퍼트리고 서 있었다.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지!”     


가난한 셋집들이 모여 있는 다가구 주택 담벼락 밑에서 고달픈 이들의 애환을 들으며 힘들었는지 구불구불 비틀어져 있었다. 빨랫줄에 온 몸이 묶여 피멍이든 몸통에서 새 순이 올라와 연보라 빛 하얀 꽃을 피운 것이다. 그 날 아내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을 출산했었다.


 며칠 전 저녁에 아내가 일하고 있는 약국을 향해 걸어갔다. 길가에서 아주 익숙한 향기 솔솔 풍겨 왔다. 주변을 살펴보았다. 연립주택이 줄지어 있는 담장 밑에 커다란 라일락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갔다.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라일락 향기가 머리를 감싸더니 이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아내 생각이 나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꽃을 피운 한 송이를 꺾어 주머니에 넣었다. 아내 책상 위에 있는 투명한 유리컵에 맑은 물을 담고 꽃을 꽂아 놓았다. 꽃을 발견한 아내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 라일락이네요! 향이 너무 좋아요.”     


우린 20년 전 둘째를 낳았을 때를 추억하며 라일락과 관련된 행복한 이야기들을 이어갔다. 잠시 후에 조제실에 들어갔던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향기가 너무 진해서 머리가 아파요!”     


그 때 한가지  깨달음이 왔다. 아무리 좋향기라도 너무 진하면 머리를 아프게 할 수 있고, 향기가 아닌 냄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이든 더 소유하고픈 유혹에 빠진다. 사람도, 돈도, 명예도, 권력도,  좋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을...


많이 소유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소유가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행복을 줄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것 때문에 고통을 당할 때가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원숭이를 잡는 사람들은 아주 간단한 방법을 사용해 원숭이를 사로잡는다고 한다. 먼저 입구가 좁은 큰 병을 준비하고 그 병 손잡이에 줄을 연결한 다음 병 안에 바나나를 넣어 두고 나무에 메달아 놓으면 원숭이가 병 안에 손을 넣어 바나나를 움켜잡는단다. 그때 사람들이 줄을 당기면 원숭이는 움켜쥔 바나나를 놓지 않고 그대로 끌려와 사람들에게 붙잡힌다는 것이다. 이처럼 붙잡는 것보다 놓는 것이 더 힘이 든다.      


 에리히 프롬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을 두 가지 존재 양식으로 정의했다. 소유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소유하는 인간’과 존재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존재하는 인간’이 그것이다. 그는 인간은 영원히 소유할 수 없다고 말한다. 소유하는 대상 자체가 영원하지 못하고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대상도 영원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소유하는 인간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 존재하는 삶의 양식은 무엇일까? 현재 있는 그대로를 느끼는 것이다. 이것은 소유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소유하지 않기에 잃어버릴 것이 없고 잃어버릴 것이 없기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랑에 있어서도 ‘소유하는 인간’은 사랑하는 대상을 구속하고 가두고 지배하려고 한다. 그러나 ‘존재하는 인간’은 사랑하는 대상을 늘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뻐함으로 배려한다. 그래서 늘 행복하게 살아간다. 행복은 욕구를 채움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다스림에서 오는 것이다.


행복은 욕구를 채움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다스림에서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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