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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Jul 04. 2017

느낌이 있는 하루

덕분에

덕분에     


 흔히 쓰는 말 중에 “덕분에”라는 말과 “때문에”라는 말이 있다. 이 말들은 똑같은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리 사용되는 언어이다. 성숙한 사람은 “덕분에”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미숙한 사람은 “때문에”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큰 딸이 유치원에 다닐 때 블록 쌓기를 아주 좋아했다. 딸 옆에 앉아 블록을 쌓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멋진 건축물을 만들고자 하는 열의와 진지함이 느껴지곤 했다. 그런데 가끔씩 날벼락을 맞을 때가 있다. 블록을 높이 쌓다가 무너지면 딸은 나에게 화를 내면서 말했다.


“아빠 땜에! 아빠 땜에!”

 나는 손도 대지 않고 가만히 보고만 있었는데 나 때문에 블록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직 어린아이인 것을…….     


성숙한 사람일수록 고난에 반응하는 태도가 다르다. 그래서 나이가 들고 성장할 수록 "때문에"라는 말보다 “덕분에”라는 말을 자주 하면서 살아간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도심지에 나와 자취생활을 했다. 가끔씩 쌀과 반찬을 가지러 집에 내려가면 아버지께서는 항상 자취방 주인의 안부를 묻곤 하셨다. 내가 자취방으로 돌아갈 때마다 집주인에게 안부 전하라는 말씀을 빼놓지 않으셨다. 그래서 자취방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집주인 아주머니를 찾아뵙고 시골에 잘 다녀왔다고 인사를 하면서 “아버님이 안부 전하라고 하셨습니다.”하고 말씀을 드렸다. 그때 집주인 아주머니가 하는 말씀은 항상 똑같았다.     


“덕분에 잘 지낸다고 전해 줘.”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자취방 주인아주머니를 한 번도 보신 적이 없다. 그냥 인사말로 안부를 전한 것인데 “덕분에” 잘 지낸다니! 나이가 들면서 “덕분에”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덕분에”라는 말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신뢰가 담겨 있다는 것을......

    

일본 재계의 신적인 존재 “마쓰시다 고노스케”라는 분이 있다. 이분은 ‘파나소닉’ ‘내쇼날’ 등의 상표를 만들어 내고, 570개의 기업을 세우고, 산하에 13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대기업의 총수였다.     

어느 날 한 기자가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에게 질문했다. 


“회장님은 어떻게 이토록 거대한 기업을 일으키게 되었습니까?” 


그때 그는이렇게 말했다.


“나에게는 세 가지 유리한 조건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내가 11살 때 부모를 잃은 것이고, 둘째는 내가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것이며, 셋째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병약했던 것입니다. 11살 때 부모를 잃음으로써 자립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었고,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아서 항상 나보다 더 많이 배운 사람들의 말에 경청했으며, 몸이 약해서 건강관리를 잘해서 이렇게 90살까지 살 수 있었습니다.”     


그는 가난 “때문에”라고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난 “덕분에” 평생 근검절약할 줄 알아 부자 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다. 하지만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라고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우지 못한 “덕분에” 평생 남들보다 더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몸도 약했다. 하지만 몸이 약했기 “때문에”라고 핑계 대지 않았고, 오히려 몸이 약했던 “덕분에” 더 조심하고 삼가면서 건강을 챙겨 95세가 넘도록 장수할 수 있었다고 말한 것이다. 고난에 대한 해석과 반응이 정말 탁월한 분임을 알 수 있다.     

“덕분에”라는 말은 우리를 더욱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우리는 고난으로 인해 더욱 지혜로워지고 강해질 수 있다. 고난은 삶을 멈추게 한다. 멈추면 더 깊이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깊이 볼 때 바르게 볼 수 있고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  그 때 바른 선택을 할 수 있고 이것이 우리의 삶을 더 큰 행복으로 인도 해준다.  그 때 감사하는 삶을 살게 한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당신 덕분에”라는 말을 해보자. 기쁨이 강물되어 흘러 넘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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