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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Jul 11. 2017

느낌이 있는 하루

같이 놀자!

같이 놀자     


어린 시절 가장 가슴을 뛰게 했던 한마디는 “같이 놀자”였다. 시골에서 살았기에 같은 동네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지만, 가끔은 다른 동네 친구들과 때도 있었다. 한 번은 옆 동네 살던 친구랑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갈림길이 나타났을 때 친구가 “우리 집에 가서 같이 놀래?”하고 물었다. 그 말이 정말 듣기 좋았다. “같이 놀래?”라는 말이 “나랑 특별한 친구 할까?”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날 오후 내내 친구 집에서 신나게 놀았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딸이 초등학교 다닐 때 “친구를 어떻게 사귀니?” 하고 물었다. 딸은 아주 쉽다고 대답을 하면서 먼저 친하게 지내고 싶은 아이를 선택하고 그 친구에게 “같이 놀래?”라고 말하면 금세 친구가 된다는 것이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놀면 큰일 나는 줄 안다. 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내 뭐라도 배우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험악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 또래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서 많이 놀아야 내면이 건강한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마리아 슈라이버라는 아동 문학 작가가 쓴 “티미는 뭐가 잘못된 거야?”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케이트라는 여덟 살짜리 소녀가 이웃에 새로 이사 온 소년이 혼자 공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엄마, 쟤는 왜 저래?”라는 질문을 하는데서 시작된다.  다운증후군으로 정신박약인 티미가 공놀이를 하는 모습이나 말할 때 이상하게 발음하는 것이 보통 아이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엄마는 케이트를 티미에게 데리고 간다. 그리고 티미에게 케이티를 소개하면서 티미도 ‘너와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아이’라고 말해 준다.     


“네가 산수 문제를 풀 때 어려워하듯이 타미는 무엇을 배우는 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뿐이란다.”   

 

엄마의 말을 이해한 케이트는 타미와 따뜻한 인사를 나누고, 함께 농구를 하자고 제안을 하고, 자연스럽게 다른 친구들도 가담해서 함께 놀게 되는 이야기이다. 함께 놀 때 마음이 열리고 사랑을 배우게 된다.     


 같이 노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특히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은 더욱 장려해야 한다. 같이 놀 줄 아는 아이가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인생의 목적은 돈을 많이 벌고 모으는 것이 아니다. 크게 성공해서 명예를 얻기 위한 것도 아니다. 인생은 짧다. 아이들은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잘 놀아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함께 어울려 놀 줄을 모른다. 여름 수련회에 아이들을 다 데리고 갔을 때였다.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풀장도 있었고 물에서 놀이를 할 수 있는 기구들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지를 못했다. 기껏해야 튜브를 타고 노는 정도였다. 안 되겠다 싶어 아이들을 이끌고 풀장으로 가서 물에서 비치볼로 배구하는 법을 가르쳤다. 가운데 실수 한 사람을 앉게 하고 비치볼로 때리는 게임이었다. 놀이에 재미를 느낀 아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서먹서먹했던 아이들이 금세 하나가 되었다. 놀면서 마음이 열린 것이다.     

어른들도 함께 어울려 노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내와 나는 집에 늦게 들어온다.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오면 저녁 10시쯤 된다. 씻고 나면 잠깐이기는 하지만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다. 아내는 이것이 항상 불만이다. 함께 놀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아내는 책 그만 보고 자기하고 놀자고 말한다. 난 노는 것을 잘 못한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이 모두 안방으로 몰려와서 같이 놀자고 할 때가 많다. 아예 안방 침대를 점령하고 앉아 비켜 주지 않을 때도 있다. 엄마 아빠와 놀고 싶은 모양이다. 이때도 난 책을 손에 잡고 있을 때가 많다. 내가 생각해도 어른이 된 난 정말 놀 줄을 모르는 것 같다.     


미국 911 테러 당시 세계 무역센터로 출근했다가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찾아 거대한 콘크리트 잔해 주위를 서성거리는 마이클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그때 이 사람을 인터뷰한 것이 뉴스에 보도된 것을 보았다. 이 남자는 아내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아내가 사용했던 칫솔을 소중하게 싸서 가져와 눈물을 글썽이면서 말했다.  

   

“그 끔찍한 날 아침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침에 서로 직장에 가느라 바빠 눈도 제대로 못 맞추었습니다. 그 사람의 눈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면, 그 사람을 한 번만 더 안을 수 있다면, 한 번만 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같이 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아내와 남편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온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최고의 행복이며 축복이다.


인생의 목적은 돈을 많이 벌고 모으는 것이 아니다. 크게 성공해서 명예를 얻기 위한 것도 아니다. 인생은 짧다. 아이들은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잘 놀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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