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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Jul 14. 2017

느낌이 있는 하루

의미 있는 삶

의미 있는 삶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다고 하는 나라 스위스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바로 주민등록카드를 발급해 준다고 한다. 그 카드에는 그 아이가 스위스의 몇 번째 국민인지와 함께 이름, 성별, 그리고 출생일자가 기재된다. 또한 주민등록카드에는 ‘재산의 규모’를 기록하는 칸이 있는데,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그곳에 ‘시간’이라고 적는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시간이 재산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시간은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가장 소중한 평생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을 이용해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문을 익힐 수 있고,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고, 이웃을 돕는 일을 할 수 있고, 여가 시간을 활용해 의미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느껴지는 것이 시간의 소중함이다. 어린 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시간이 좀 빨리 갔으면 했는데, 중년이 되고 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좀 천천히 흐르기를 바라고 있다. 바란다고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시간은 붙잡아 둘 수 없다. 내가 의미 있게 사용하지 않으면 그냥 소모되어버리고 만다. 우리의 삶의 근간을 이루는 ‘어제’라는 시간도 따지고 보면 이미 써버린 돈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 더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  의미 있게 산다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도 의미를 만들 수 있다.     


책 「휠체어로 나는 하늘을 난다」의 주인공은 하루하루 의미 없이 살아가던 청년이었다. 이 청년은 처지가 비슷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되는대로 살았다. 중학교 때에 가정불화로 인해 가족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그 이후 불량소년이 되어 방탕하게 살아가게 된다. 이 청년에겐 세상 모든 것이 불만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어 쫓기게 되었다. 청년은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다가 건물 옥상에서 추락하고 말았다. 그가 눈을 뜬 곳은 병원 침대였고, 그는 의사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자네는 하반신이 마비되어 평생 걷지 못하게 될 거야”  

    

청년은 의사의 말을 듣고도 크게 슬퍼하지 않았다.   

  

“내 인생 정말로 끝나버렸네”     


조소가 섞인 푸념을 내뱉은 것이 전부였다. 사고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청년을 찾아와서 헌신적으로 아들을 보살펴 주었다. 어머니의 헌신에 힘입어 청년은 재활 치료를 받고 퇴원해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두 다리로 설 수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돌보느라 과로로 쓰러졌고, 더 이상 도울 수 없게 되자 청년만 남겨두고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청년은 다시 한번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친구가 자살했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 청년은 그 친구처럼 완전히 세상을 등지기로 결심했다. 그때   우리나라 부산 태종대에 있는 자살 바위처럼 자살의 명소로 불리는 절벽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전철과 기차를 갈아타면서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 휠체어를 밀어주었다. 또 어떤 사람은 몸이 괜찮은지 물어봐 주었다. 청년이 차를 탈 때에는 청년이 완전히 차를 탔는지 확인한 후에 문을 닫는 운전자도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고, 사람들이 그의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날에 완전히 다른 행동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청년은 자살의 명소로 오르는 동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의 숫자를 센 것이다. 휠체어를 밀어 준 아저씨, 괜찮은지 물어봐 주는 아줌마, 전철에서 내릴 때 도와준 학생, 언덕을 올라갈 때 뒤에서 말없이 휠체어를 밀어 준 사람들…….     

그가 끝을 맞이할 장소에 이르자, 그를 도왔던 사람들의 숫자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청년이 벼랑으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자, 눈여겨본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청년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인파가 수십 명으로 늘어났다. 걱정 어린 눈빛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청년을 따른 것이다.  사람들은 자살의 명소에, 동행도 없이, 짐도 없이 휠체어 바퀴를 스스로 굴리며 나타난 청년의 속마음을 알아챈 것이다. 청년이 벼랑 끝에 서자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아름답네요, 세상은 참 좋은 곳이죠.”   

   

다른 사람들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요, 여기가 자살 명소라지만 나 같으면 내일 밤 드라마가 궁금해서라도 뛰어내리지 못할 것 같아요”     


사람들은 청년이 들으라는 듯, 조심스럽게 살아가야 할 이유에 대해 한 마디씩 늘어놓았다.  청년은 사람들의 깊은 배려에, 차마 휠체어 바퀴를 벼랑 끝으로 밀어낼 수 없었다. 그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자신을 진심으로 염려해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청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그제야 자신에게 용기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려움에 빠졌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용기를 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도움을 청하지 않고 불평만 일삼으면서 남의 탓만 하며 살아온 자신을 본 것이다. 그때 한 노인이 휠체어 옆으로 다가가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청년은 노인에게 마음을 열고 도움을 청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와주세요.”  

   

청년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고 남은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살기로 결심했다. 도움을 받을 줄 알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한 것이다. 스스로를 받아들인 그는 훗날 심리학을 공부해서 상담 카운슬러가 되어 자신과 같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돕는 삶을 살게 되었다. 


    

의미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삶은 아름다울 수 있다. 나에게 집중하는 삶이 아니라 주변을 돌보고 배려하는 곳에 의미의 꽃이 피게 된다. 


 우리의 삶의 근간을 이루는 ‘어제’라는 시간도 따지고 보면 이미 써버린 돈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 더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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