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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Jul 18. 2017

느낌이 있는 하루

관심

관심     


"엄마, 나한테 관심 좀 가져주세요."

얼마 전 출근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등 뒤에서 고딩아들이 한 말이다. 아들은 엄마 화장대 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학교 안내문들을 만지면서 푸념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 아내도 나도 하고 있던 일을 멈추고 아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게 무슨 말이니? 엄마가 너에게 얼마나 관심이 많은데...”     

“다음 주에 학부모 면담이 있는데 오실 수 있는지 확인서 오늘까지 제출해야 되는데 아직 확인도 안 하셨잖아요!”     

“안내장 못 봤는데”     

“며칠 전에 엄마 화장대 위에 올려놓았는데, 여기 있잖아요!”     

아들은 불평이 가득한 얼굴로 안내장을 찾아내어 엄마를 향해 내밀었다. 당황한 아내는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었다.   

“아들아 엄마가 얼마나 바쁘게 사니 네가 이해해라 학부모 면담은 아빠도 시간 내기가 힘들겠는데!”     

그때 아내가 다시 말했다.      

“우리 아들이 반장이라도 한다면 시간을 만들어 보겠는데...”     

“나  반장인데요”     

아내도 나도 깜짝 놀랐다.      

반장이라고! 학기가 시작된 지 한참 지났는데 왜 아무 말도 안 했니?”     

“임명장도 안 가져왔잖아?”     

“임명장 엄마 화장대 위에 올려놨는데요!”     

아들은 수북이 쌓여 있는 학교 안내장들을 뒤지더니 당선증이라고 적혀 있는 증서를 찾 내밀었다.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늦게나마 크게  소리를 지르며 추하해 주었다.     

 “와우! 대단한 데”          

우리 아들 반 친구들에게 인기 짱인가 보네, 정말 멋지다.”     

그때서야 아들은 기분이 좀 풀어졌는지 얼굴이 환해졌다. 아침에  잠깐 사이에 일어났던 일이었지만  며칠 동안 관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관심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관심은 마음에 담아두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마음에 엇을 담아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쁜 것담으면 미래는 어두워진다. 그러나 좋은 것많이 담 아두면  밝고 행복해진다.   

  



관심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무관심이다.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사랑의 반대가 무엇인가? 미움이 아니다.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다. 미워한다는 것은 아직 관심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관심은  관심을 끊어 버리는 것이다.       


일본의 물 박사 ‘에모토 마사루’라는 분이 있는데 이 분이 아주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밥 세 그릇을 똑같은 실험관에 넣어 두고 매일 아침마다 이렇게 말했다.     

첫째 그릇은 보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둘째 그릇을 보고는 “밉다. 너는 정말 싫다”

셋째 밥그릇을 보고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보는 적도 안 하고 무관심했다.      

보름 동안 그렇게 하고 난 다음 관찰해 보니까

첫째 밥그릇은 아름다운 누룩이 되어서 구수한 향기가 났다.

둘째 밥그릇의 밥은 약간 변질되어 있었다.      

그런데 셋째 무관심하게 내버려 놓았던 밥그릇은 까맣게 썩어있을 뿐만 아니라 구린내가 엄청 심했다. 미워한다고 말했던 것은 썩기는 썩어도 적당히 썩는데 무관심하게 내버려 둔 밥그릇은 완전히 썩어서 구린내가 났던 것이다. 무관심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가족들을 병들게 하는 것은 무관심이다.      


둘째는 차가운 관심이다. 

차가운 관심은, 관심은 갖되 잘못된 집착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다. 자녀에 대한 잘못된 집착이 자녀의 인생을 비참하게 몰아가기도 한다. 차가운 관심을 받는 자녀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결국 부모를 향한 마음을 닫아버리게 된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둔 어머니 한 분을 알고 있는데 그분이 항상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이 있다.      

“난 우리 애가 시험을 보면 100점 이외의 점수는 용납을 못한다.”     

차가운 관심이다. 이 엄마에게는 아이가 소중한 것이 아니라 100짜리 시험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차가운 관심은 언뜻 보면 상대방을 위한 관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마음속에는 자신의 욕망이나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성취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처럼 차가운 관심은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인 관심이다. 자신을 위해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다.       


셋째는 나쁜 관심이다. 

무관심이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이라면 나쁜 관심은, 관심은 있지만 그 관심이 타락한 것이다. 나쁜 관심은 비난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어떤 사람에게 관심을 갖되 그 사람을 괴롭히고 비난하기 위해서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런 나쁜 관심에는 도박이나 마약 같은 것에 관심을 갖는 것도 포함된다.     


넷째는 좋은 관심이다.

좋은 관심은 사람을 따듯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좋은 관심은 공감에서 시작된다. 공감이 없으면 관심이 일어나지 않는다.  몬테소리 교육의 창시자 몬테소리는 원래 정신과 의사였다. 이분이 어느 날 정신박약아들이 수용되어 있는 시설을 돌아보게 되었다. 놀랍게도 아이들을 마치 가축 떼처럼 취급하고 있는 것이었다. 특히 이들을 돌보는 보육교사들이 경멸의 눈으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들은 동물보다 더 고약해요. 먹을 것을 가져오면 마치 동물처럼 매달려요. 이 애들은 먹기 위해 살고 있어요.”      

몬테소리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관찰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밥을 가져오는 교사들에게  매달리는 것은 음식물 때문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손을 놀릴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텅 빈 방에 앉아 끼니때가 되어 가져오는 식기와 빵 조각이 그들이 손을 놀릴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던 것이다.      

이 사실을 발견한 몬테소리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아이들에게 손을 놀릴 만한 무언가를 주면 이들을 교육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대로 했더니 아이들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손으로 놀이를 할 수 있는 장난감을 주자 정신박약아들의 상태가 현저하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것에 착안해 만든 것이 ‘몬테소리 교육’이다. 아이들에 대한 좋은 관심이 정신지체로 고통당하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한 것이다.


좋은 관심은 적은 것에서 시작된다. 웃으면서 베푼 작은 친절, 지나가면서 동료를 향해 흘리는 작은 미소에서 좋은 관심이 시작된다.  좋은 관심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1%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물은 99도 에서는 끓지 않지만 1도가 더해지면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다. 일단 변화를 시작하면 다른 것에 영향을 끼친다. 쌀이 들어가면 밥이 되고, 감자가 들어가면 맛있게 익게 된다. 변화에는 1도가 소중한 것이다.   

   

막바지 장마가 나무 끝자락에 살짝 매달려 있다. 작은 바람에도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방울져서 떨어진다. 더 따뜻한 관심이 내 안에 가득 채워지길 소망해 본다.        

  좋은 관심은 사람을 따듯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좋은 관심은 공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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