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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Jul 22. 2017

느낌이 있는 하루

해프닝

해프닝     


일상을 살아갈 때 가끔씩 “우연히 일어나는 일” 때문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특별히 작은 실수들로 일어난 일들을 해프닝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재미난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초등 1학년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5월쯤에 운동회가 열렸다. 넓은 운동장을 가득 채운 학부형들, 그리고 청군 백군으로 나눠진 전교생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서로 이기기 위해 함성을 질렀고 자녀들을 응원하는 학부형들의 목소리는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드디어 초등 1학년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키가 작았던 친구들부터 여섯 명씩 줄을 지어 앉아 있다가 선생님께서 호루라기를 불면 목표점을 향해 뛰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첫 번째로 뛰었던 친구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여섯 명의 친구들이 선생님의 호각소리가 울리자마자 동시에 뛰기 시작했다. 그때 한 친구가 맨 앞으로 바람처럼 질주해 나갔다. 코너를 돌아 목표점이 얼마 남지 않아 모두가 1등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그의 어머니가 1등 하는 아들을 보면서 얼마나 좋았던지 아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들아, 1등 하면 맛있는 과자 사줄게!”     


친구는 그렇게 시끄러운 함성들 가운데서 어떻게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학부형들이 모여서 응원하는 곳으로 들어가 버렸다. 엄마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일은 2등, 3등 하는 친구들까지 다 그 친구를 따라 들어간 것이다. 1등은 4등으로 달렸던 친구가 차지했다. 정말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던 것이다. 이런 작은 실수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웃음을 선물하기도 한다.     


옛날 중국에 곽희원이란 사람이 멀리 떨어져 살고 있었던 아내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는데 그 편지를 받은 아내의 답장이 이러했다.

    

벽사창에 기대어 당신의 글월을 받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흰 종이뿐이옵니다.

아마도 당신께서 이 몸을 그리워하심이

차라리 말 아니하려는 뜻임을 전하고자 하신 듯 하나이다.   

  

이 답장을 받고 곽희원은 어리둥절해져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순간 아내에게 쓴 의례적인 문안 편지가 옆에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옆에 있는 흰 종이를 자신이 아내에게 쓴 편지인 줄 알고 잘못 보낸 것이다. 백지로 된 편지를 전해 받은 아내는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가 싶었지만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자신에 대한 그리움이 말로 다할 수 없음을 표현한 고백으로 읽어 낸 것이다. 남편의 실수가 아내에게 깊고 그윽한 기쁨과 행복을 안겨 준 것이다.     


이렇게 실수나 우연히 일어난 해프닝은 세파 속에 지친 우리들에게 신선한 기쁨과 행복을 전해 주기도 한다.


 작은 실수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웃음을 선물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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