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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Sep 23. 2017

느낌이 있는 하루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세 가지 영양소가 있다. 자유로운 느낌과 남과 비교했을 때 유능하다는 느낌 그리고 좋은 관계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중에 가장 얻기가 어려운 것이 좋은 관계이다. 좋은 관계는 타인을 친구로 생각하고 존중할 때 만들어진다. 존중은 상대방을 귀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두는 것이다. 존중의 반대는 멸시하는 것이고 하찮게 여기는 것이다.      


며칠 전에 유엔총회가 미국의 뉴욕에서 열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말 연설은 자국 언론들까지도 비난을 할 정도로 거칠었다. 북한이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로 전 세계를 계속 위협하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은 “개가 짖어대도 우리는 놀라지 않는다.”라고 응수했다. 막말의 정도가 도를 넘었다.      


존중이 없이 서로 멸시하고 무시하면 감정이 상하게 되고 결국에는 무력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된다. 대개의 경우 상대를 무시하는 감정은 두려움에서 온다. 두려움은 생각을 마비시키고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함으로 서로가 원치 않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      

세계는 점점 하나의 공동체처럼 되어가고 있다.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지구촌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이다. 지구촌이 핵의 위협에서 벗어나 두려움 없이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우분투 정신’이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고 우리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비결도 '우분투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아프리카 부족을 연구하던 한 인류학자가 부족 아이들을 모아놓고 게임을 했다. 목표 지점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놓고 누구든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간 아이에게 사탕을 모두 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자 아이들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손을 잡더니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목표 지점에 도착한 아이들은 함께 둘러앉아 바구니에 담겨 있는 사탕을 나눠 먹으면서 키득거렸다.      


인류학자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누구든 일등을 했으면 혼자 사탕을 다 먹을 수 있는데 왜 손을 잡고 함께 뛰었어?”


그때 아이들의 입에선 "UBUNTU"라는 단어가 합창하듯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한 아이가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쁠 수가 있죠?"   


 'UBUNTU'는 아프리카 코사(Xhosa)어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할 때 좋은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카네기 행복론에 보면 C.R. 버튼 씨의 이야기가 나온다.     

버튼 씨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잃었다. 동생 둘과 함께 고모 집으로 보내져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천대를 받았다. 고모집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C. R. 버튼은 혼자 고모 집에서 11마일 떨어진 로프틴 부부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로프틴 씨는 그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말을 잘 듣는다면’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어린 버튼은 이 세 가지 규칙을 철저하게 지켰다. 그때부터 학교에도 다닐 수 있게 되었는데 첫 주부터 친구들의 괴롭힘 때문에 많은 고통을 당했다. 코가 크다는 둥,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둥, 못생겼다는 둥 온갖 악담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집에 돌아와 계속 울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놀리는 아이들을 마구마구 때려 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때 로프틴 씨가 이렇게 말했다.


‘싸움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피한다는 것은 싸움하는 것보다 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거라’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학교에 적응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친구들의 괴롭힘은 점점 더 해 졌다. 어느 날은 어떤 녀석이 학교 뜰에서 닭똥을 한 줌 가져다가 얼굴에 뿌리고 도망을 쳤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그 친구를 실컷 때려 주기도 했다. 또 한 번은 로프틴 부인이 새로 사준 모자를 자랑스럽게 쓰고 갔는데 그 모자를 빼앗아서 물어 집어넣어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너무 속이 상해 집에 오자 큰 소리로 엉엉 울고 있었다.


그때 로프틴 부인이 다가오더니 다정하게 말했다.      


“랄프 야! 네가 저 아이들의 일에 흥미를 가지고 무언가 그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면, 그 아이들은 절대로 너를 괴롭히거나 악담을 하거나 아비 없는 자식이라고 놀려대지 않을 거야”     


그때부터 이 충고를 따랐고 열심히 공부해서 수석을 차지했는데 누구도 질투하지 않았다. 더 이상 괴롭힘도 받지 않았다. 부지런히 친구들을 도왔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어려워하는 작문 쓰는 것을 도와주고 또 어떤 친구에게는 책에 대한 비평문을 써주기도 했고, 어떤 여학생은  며칠 밤이나 산수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그리고 이웃집에 과부가 혼자 살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 집에 들러서 나무도 잘라주고 가축들에게 먹이 주고 우유도 짜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온 동네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게 되었고 모두가 버튼 씨를 친구로 대해 주었다는 것이다.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이웃에게 도움을 손길을 내밀었을 때 이웃이 친구로 변화된 것이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할 때 나 역시 더 잘되고 행복해진다.     

 

카이스트 교수 중에 배상민이라고 하는 분이 있다. 이분은 세계 디자인의 명문인 파슨스 디자인대학에서 공부를 했고 졸업 작품으로 출품했던 “사운드 펌프”는 전 미 디자인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이를 계기로 최고의 직장 스마트 디자인에 취직을 했고 27세의 나이에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파슨스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모든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들의 브랜드를 디자인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이렇게 14년을 뉴욕에서 일했던 배상민 교수가 2005년 귀국했다. 그리고 디자인 분야에서 변방이나 다름없는 카이스트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는 뉴욕에서 최고의 디자이너로 교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끊임없이 공허함이 몰려왔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살피면서 진지하게 한 가지를 질문했단다.


“어떻게 사는 삶이 바른 삶인가?”


이 질문 앞에서 지금껏 자신이 너무나 이기적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미련 없이 뉴욕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카이스트에서 ‘사회공헌 디자인’을 하고 있다. 제자들과 디자인해서 만든 비영리 나눔 제품의 판매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는 나눔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17억을 모아서 저소득층 아이 240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그런데 나눔 프로젝트를 하면서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미국에서 14년 동안 일항 동안에는 디자인상을 두 번 받았는데 최근 6년 동안 세계 4대 디자인상을 석권하고 무려 41개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아홉 번째 지능」 청림출판 93-94쪽 참조     


좋은 관계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존중이 필요하다.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우분투 정신’이 필요하다. 행복은 언제나 좋은 관계를 통해서 찾아온다. 눈을 들어 이웃의 필요를 살펴보자. 이웃을 존중하고 이웃이 있음에 감사해 보자 가을이 더 행복해질 것이다.  


“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쁠 수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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