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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Feb 10. 2018

못해도 괜찮아

동행의 아름다움

동행의 아름다움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날이 추울수록 생각나는 것은 따뜻한 마음이다. 부드럽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과 함께 있으면 금세 주변이 훈훈해 지고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상담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 지도해 주셨던 교수님이 안식년을 맞아 혼자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 하셨다고 한다. 굳이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는 박노해 시인의 ‘여행은 혼자 떠나라’는 시의 영향 때문이란다.      

     

여행은 혼자 떠나라     

                        

                               박노해    

 

여행을 떠날 땐 혼자 떠나라

사람들 속에서 문득 내가 사라질 때

난무하는 말들 속에서 말을 잃어 갈 때

달려가도 멈춰서도 앞이 안 보일 때  

그대 혼자서 여행을 떠나라     

존재감이 사라질까 두려운가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충분한 존재감이다

여행을 떠날 땐 혼자 떠나라

함께 가도 혼자 떠나라     

그러나 돌아올 땐 둘이 손잡고 오라

낯선 길에서 기다려온 또 다른 나를 만나

돌아올 땐 둘이서 손잡고 오라          


혼자서 여행을 떠났던 교수님은 여행하던 내내 후회하셨다고 한다. 여행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은 하는 것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리라. 사람은 홀로 설 때가 아니라 동행할 때 아름답다.      

2016년 브라질 리우에서 올림픽 경기가 열렸다. 8월 17일에 있었던 여자 육상 5000m 예선 경기는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뉴질랜드 국가대표인 니키 햄블린이 초반부터 앞서나가다가 결승선을 2000m 앞두고 발이 꼬여 넘어졌다. 그 때 바로 뒤에서 호시탐탐 선두를 노리던 미국 대표 애비 디아고스티노가 햄블린의 몸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이를 악물고 일어난 디아고스티노는 앞을 향해 뛰려다가 멈칫 하더니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햄블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말했다.   

  

“일어나. 우리 둘 다 완주해야지”      


디아고스티노는 햄블린을 부축해 일으켜 세운 후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디아고스티노가 주저앉고 말았다. 이번엔 햄블린이 달리기를 멈추고 디아고스티노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고 함께 달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며, 같이 완주하자고 말했다. 그들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햄블린은 16분 43초 61로 29위, 디아고스티노는 17분 10초 02로 30위로 완주했다. 먼저 도착한 햄블린은 디아고스티노를 결승선에서 기다렸다 함께 포옹을 했다. 둘이 함께 해낸 것이다.     


동행한다는 것은 모험이고 용기이다. 동행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마음이 필요하다. 마음이 아름답다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법을 좋아하고 정의를 좋아한다.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입으면 법으로 하자고 말한다. 그런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법과 정의보다는 긍휼과 사랑이 우선인 삶을 살아야한다.      


아름다운 마음을 품었다는 것은 같은 마음을 품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동행하려면 방향이 같아야 하고 속도도 같아야 한다. 방향이 같아도 속도조절에 실패하면 동행할 수 없다.      

동행 길에 소중한 것은 서로 격려하는 것이다. 먼 길을 가다보면 어느 지점에서 지치게 된다. 그 때 필요한 것이 격려 이다. 격려는 상대방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는 것이다. 격려는 상대방을 깊이 이해할 때 할 수 있다. ‘이해’라는 영어 단어는 ‘understand’이다. 이 단어 속에는 ‘stand’라는 단어가 있다. 깊이 이해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상대방이 힘들어 하고 어려움에 빠졌을 때 서서 기다려 준다. 기다려 준다는 것은 이해해 준다는 것이다. 모두가 떠나버린 자리에 혼자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기다려 줄 때 아름다운 동행이 시작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해안의 절벽 바위틈에서 파란 싹이 돋아났다.      


싹 : 나 여기서 살아도 돼?

바위 : 안 돼! 이곳은 너무 위험해!

싹 : 어쩌지 난 벌써 뿌리를 내렸는데,  바람이 운명처럼 날 여기로 데려왔어.      

시간이 흘러 작은 싹은 나무가 되었다. 바위틈에서 어렵게 자리를 잡은 나무는 크게 자라지 못했다.     


바위 : 다른 곳에 뿌리를 내렸으면 정말 훌륭한 나무가 되었을 텐데!

나무 : 그런 말 하지 마. 난 세상에서 이곳이 제일 좋아!

바위 : 뿌리를 더 깊이 뻗어봐.

나무 : 내 뿌리가 자랄수록 너는 몸이 부서지잖아.      

바위와 나무는 그렇게 수십 년을 함께 살았다. 나무뿌리가 파고든 바위틈에 고인 빗물이 겨울에 얼고 봄에 녹는 것이 반복되었고 결국 바위는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바위 : 나무야, 난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나무 : 안 돼! 힘내.

바위 : 괜찮아. 난 이곳에서 수억 년을 살았어.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아. 난 너를 만나기 위해 수억 년을 기다렸던 거야. 네가 오기 전에는 난 아무것도 아니었어. 네가 오고 나서 난 기쁨이 뭔지 알았어.

나무 : 나도 그랬어. 이곳에 살면서 한 번도 슬퍼하지 않았어.     


그날 밤에 폭풍우가 몰아쳤다. 나무는 바위를 꼭 끌어안고 마지막을 함께 했다. 이 세상은 혼자 살기에는 너무나 힘든 곳이다. 하지만 동행할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예수님은 늘 우리와 함께 하신다. 세상 끝날 때까지 동행하신다. 예수님과 동행하는 길은 늘 새롭고 기쁨이 넘친다. 추운 겨울도 얼마 남지 않았다. 추운 겨울이라도 동행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아름답다.


 동행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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