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5

스페인 광장

by 수필가 박찬선

세비야의 아침은 유난히 밝고 상쾌했다.
오전 9시 30분, 호텔 문을 나서는 순간 따사로운 지중해의 햇살이 얼굴을 감싸 안았다. 겨울의 끝자락임에도 햇살은 솜송이처럼 포근했고, 공기는 은은한 오렌지 향기를 머금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오늘 하루를 축복으로 덮어 주시는 듯한 느낌이었다.

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은 스페인 광장, 광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숨을 멈추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었다. 반원형으로 펼쳐진 웅장한 건축물, 그 중앙에서 힘차게 솟아오르는 분수대, 그리고 그 위로 반짝이며 흩어지는 물방울들이 아침 햇살과 어우러져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광장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발밑에 깔린 자갈들은 수많은 시간의 흔적을 담고 있었다. 자갈 위를 걷는 발걸음마다 역사의 숨결이 전해지는 듯했다. 마치 과거의 제국, 탐험가들, 수많은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아직도 이 광장을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

분수대 주변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서 있었다. 사진을 찍고, 웃고, 서로를 부르며 여행의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참으로 한가로웠다. 그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다른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모두가 같은 감동을 공유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의 아름다움 앞에 사람은 국적과 언어를 넘어 하나가 되는 듯했다.

광장 가장자리로 연결되어 있는 수로에는 작은 보트들이 유유히 떠 있었고 연인들은 저마다 노를 저으며 천천히 물 위를 가르고 있었다. 까만 오리들은 한가롭게 헤엄치고 있었고 물과 햇살이 만나 반짝이는 그 모습은 여유로움 자체였으며 에덴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광장 끝 공원과 인접한 곳에 마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관광객을 태운 마차는 또각또각 소리를 울리며 리듬을 더했고 마치 과거의 시간에서 막 걸어 나온 것처럼 보였다.

바티칸의 베드로 광장이 주는 경건함이 있다면,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은 생명의 따뜻함을 전해준다. 베드로 광장이 하늘을 향한 기도의 자리라면, 이곳은 햇살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삶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자리처럼 느껴졌다.

광장 난간에 잠시 기대어 서서 물이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수로 위를 천천히 흐르는 물처럼, 나의 삶도 하나님의 시간 속에서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달려온 시간들, 수많은 사역과 기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여행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큰 은혜의 여정이었다.

아침 햇살 아래 빛나는 스페인 광장은 나에게 조용히 속삭이였다.

“너의 인생도 이렇게 아름다운 색채로 채워지고 있다.”

다채로운 색상의 타일 장식, 따사로운 햇살, 물 위의 오리들, 마차의 리듬,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교향곡처럼 어우러져 있었다.

나는 그 광장 한가운데 서서 조용히 기도했다.
“주님, 제 인생의 광장도 이처럼 풍성한 은혜로 채워 주소서.
역사의 숨결이 흐르는 이곳에서, 제 삶도 하나님의 이야기로 기록되게 하소서.”

세비야의 오전 9시 30분, 스페인 광장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와 인간의 역사, 그리고 현재의 기쁨이 만나는 거룩한 만남의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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