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6

메트로파라솔 세비야 대성당

by 수필가 박찬선

역사의 도시, 세비야는 언제나 현재 속에 과거를 숨겨 놓고 있었다. 스페인 광장에서 메트로파라솔로 향했다. 메트로 파라솔은 전통시장 위에 세워진 거대한 목조건물이다. 마치 하늘 위에 피어난 거대한 버섯 같은 모습으로 현대와 전통이 맞닿아 있다. 전망대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붉은 지붕들, 미로 같은 골목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성당의 첨탑이 수세기 동안 많은 이들의 기도와 눈물, 희망과 좌절이 켜켜이 쌓여 있는 살아 있는 역사였다.

전망대를 내려와 세비야 대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을 따라 걷는 동안, 이곳이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문명들이 교차한 자리라는 사실이 마음속에 또렷이 새겨졌다. 이슬람의 흔적 위에 세워진 가톨릭 성당, 서로 다른 신앙과 권력이 충돌하며 남긴 흔적들이 골목 곳곳에 남아 있었다.

드디어 성당 내부에 들어섰다. 압도적인 웅장함과 화려함. 높이 솟은 천장, 황금빛 제단, 정교한 조각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장엄함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한 가지 질문이 조용히 떠올랐다.

“이 모든 웅장함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나님을 향한 경외의 표현인가? 아니면 인간의 권력과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탐욕의 상징인가?

성당의 화려함 앞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하나님은 과연 이런 장식과 장엄함속에 더 크게 드러나시는가? 아니면 한 사람의 진실한 기도 속에 더 가까이 임하시는가?

세비야는 가톨릭과 이슬람이 교차했던 도시다. 정복과 회복, 파괴와 재건의 역사가 반복되었다. 그 흔적들이 지금도 건축물과 거리, 문화 속에 남아 있다.

서로 다른 신앙이 부딪치고 뒤섞이면서 형성된 이 도시는, 마치 인간 역사 전체를 축소해 놓은 것 같았다.

이곳에서 나는 스페인의 현재를 보았다. 주말의 세비야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카메라를 들고 성당을 찍는 사람들, 광장에서 웃고 떠드는 젊은이들, 거리의 음악가를 둘러싼 군중들.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이 도시를 바라보고 있을까? 단지 아름다운 건축과 풍경을 즐기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역사와 영혼의 이야기를 느끼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들 사이를 걸으며 생각했다. 이 수많은 영혼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화려한 건축물 앞에서 감탄하고 있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어떤 질문이 자리 잡고 있을까? 사람은 언제나 눈으로 보이는 장엄함에 감동하지만, 정작 영혼의 깊은 갈망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향해 있지 않은가?

세비야의 주말 풍경은 화려했지만, 그 속에는 묘한 긴장이 감돌고 있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각자는 자기만의 생각과 고민을 품고 걸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여행의 즐거움을, 누군가는 쉼을, 또 누군가는 설명할 수 없는 허전함을 안고 이 거리를 지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성당을 뒤로하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햇살은 여전히 따사로웠고, 도시의 소음은 살아 있는 생명처럼 흐르고 있었다. 세비야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단순한 건축의 미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와 신앙, 수많은 영혼의 갈망이 겹겹이 쌓여 이루어진 영혼의 풍경이었다.

이 도시를 걸으며 깨닫는다. 인간은 거대한 성당을 세우고, 화려한 구조물을 만들며, 역사 속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 한다. 그러나 결국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것은 웅장한 건물이 아니라, 겸손히 엎드린 한 사람이리라.

세비야의 하늘 아래에서, 나는 다시 조용히 자문해 본다. 도시의 화려함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나의 마음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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