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와키 마사유기. 오늘도 작은 책방에 갑니다. 2023.
2021년 11월에 도쿄의 서점을 다룬 한 무크지를 본 다음, 이런 말을 했더군요. “늘 그렇지만, 일본의 책들이 현해탄을 건너오면 제목이 너무 노골적으로 변해버린다. 책의 성격과 특징마저도 윤색해 버린다.” 일본책의 번역서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제목을 기발하게 잘 바꿨다고 칭찬할 만한 책은 최근까지 없었습니다. 충실하되, 우리말로 입맛이 조금 더 나은 식을 바꾸는 게 그나마 좋더군요.
와키 마사유키(和氣 正幸)가 지은 이 책의 원제는 『日本の小さな本屋さん』입니다. 그래서 “개성과 매력을 뽐내는 23군데 독립서점을 생생하게 소개한 서점 탐방 에세이” 같은 출판사의 책소개도 말짱 헛소리가 됩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은 서점’은 ‘독립서점’도 아닐뿐더러, ‘에세이’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후루혼야(古本屋)까지 포함해 작은 동네책방을 다룬 무크mook일 뿐입니다.
미국의 independent bookstore의 역어에서 시작된 독립서점이란 표현은 우리 말로는 동네책방, 일본어로는 마치노혼야(町の本屋)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디펜던트 북스토어는 반스앤노블과 같은 대형 체인에 속하지 않은 지역 서점을 일컫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땅에서 독립서점이란 이름은 주로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인디 문화의 하위 씬scene’으로 활용된 탓에, 적당한 역어가 될 수 없었습니다. 『동네책방 생존탐구』를 쓴 김미화는 이런 고찰을 통해 2018년 설립된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가 제안하는 ‘동네책방’이 무난한 이름이 아닌가 제안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구성은 도비라(본문에 들어가기 전 책의 제목과 안내글 등을 넣는 속표지) 1페이지에 취재기 1페이지, 매장 전경 사진 2페이지, 매장 특징 사진과 캡션 2페이지로 이루어집니다. 자세한 이야기가 들어갈 수 없는 구조적 한계겠죠.
그렇다 보니 어떤 책방을 다룰 때는 너무 과하게 쳐내서 아쉬운데요, 또 다른 곳에서는 하나마나한 글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몸을 맞추는 듯한 갑갑함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책방주인과 죽이 맞아 한참을 수다 떨면서 인터뷰 이상의 정보를 얻은 경우도 있었을 테고, 어떻게 해도 이렇다 할 이야기를 이끌어내지 못한 인터뷰도 있었던 탓이겠지요.
다. 6년 전의 책이다.
2018년 7월에 출간된 책을 2023년에 번역해서 뭐 하자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책이 2018년 7월에 나왔으니, 취재는 2017년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책을 읽는 이 시점에선 7년 전의 일이 되겠죠.
제법 오래되어 자리를 잡은 책방들도 있었던 반면에, 개업한 지 3년 이하의 서점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곳을 다루다 보면, 7년쯤 지난 후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서점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물론 예상 밖의 반전도 존재합니다.
보통 머리말을 통해 어떤 기준으로 서점을 고르고, 무엇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를 전달합니다. “내가 굳이 이 책을 쓴 이유는 이렇다”라면서 핑계를 대는 거죠.
그런데 이 책은 머리말이 없습니다. 이거 몹시 골 때립니다. 머리말 비슷하게 한 페이지에 걸쳐 무슨 말인가를 적었는데요, 별 의미는 없었습니다. 마치 아마존의 책소개에서 본 문장들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딱 그 정도의 의미에서 책방을 골랐다는 의미겠지요.
小さくても個性的な本屋は全国各地にたくさんあります。
本好きが高じて生まれた店もあれば
地域の人が自宅と仕事場以外でホッとできる場所をつくりたくてはじまった店も
地域で最古級の店も、なかには深夜にだけ開く風変わりな店もあります。 一店一店が特別で唯一無二の存在です。
一冊一冊の本やその並び、背表紙の手触り、流れるBGM、漂ってくる匂い。
それらすべてが合わさって、その本屋を構成しています。
本屋はただ行くだけで、五感全てを楽しませてくれるのです。
本書では、そんな23店の本屋を紹介します。
‘자기 멋대로’로 선정하는 것도 나쁠 건 없습니다. 다만 그 목록을 굳이 내가 읽고 참고할 이유가 사라질 뿐이겠죠. 작가인 와키 마사유키는 공저 2권을 포함해 6권의 책방 탐방기를 써냈습니다. 業으로 삼은 사람의 선택이니 아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신뢰할 만한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요즘 누가 단행본에 아트지를 쓰나 싶었습니다. 특히나 화보에 가까운 무크지에 아트지라뇨? 이건 좀 센스의 문제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인쇄품질이 좋은 반도공지를 쓰려면 돈이 더 들 테니 고민도 많았을 겁니다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닙니다.
무려 23곳의 책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일이 자세히 다루면 독자는 읽다 지칩니다. 때론 수박 겉핥기가 필요합니다.
잘 찍은 사진은 직관적으로 정보를 잘 전달해 줍니다. 열 마디의 말보다 사진 한 장이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책의 경우가 그렇지요. 그래서 다음 정보 탐색으로 나아가기 위한 적당량의 텍스트가 들어가 주면, 그뿐인 겁니다. ‘Less is More’가 됩니다.
이제 이 책에서 어떤 책방이 살아남았나는 살펴보면, 이 책이 6년 전 책이란 단점이 장점으로 변하게 됩니다. 살아남은 곳에서는 장점을 벤치마킹하고, 가 버린 곳에서는 개선점을 고민해 볼 수 있으니까요.
책을 쓰던 당시의 트렌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됩니다. 다이쇼 시대 말기에 지어진 오래된 목조주택이나, 도시 개발로 헐릴 것 같은 마치야(町屋)를 리모델링하는 트렌드가 지금도 유효한지, 잡화 판매나 공간 활용 다변화와 같은 비즈니스모델은 유효한 건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상당수의 서점들이 세컨드 비즈니스의 쇼룸과 다를 바 없이 시작되었거나, 재능기부나 다름없는 수준의 개업 이유를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건 벤치마킹할 이유도 없고, 하기도 어렵긴 하겠지요.
여기서 놀라운 반전은... 모든 곳이 살아남았다는 겁니다. 이쯤이라면 작가의 목록 선정에 대한 의구심을 좀 덜어낼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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