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겐코샤. 도쿄의 서점 똑똑한 여행자들의 도쿄 재발견. 2013
(2021년 11월에 인스타그램에 적었던 리뷰를 옮겨적었습니다.)
동네 도서관에서 제목만 보고 대출신청을 했고, 신림역에서 책을 받아본 뒤에 내가 한 말이다.
늘 그렇지만, 일본의 책들이 현해탄을 건너오면 제목이 너무 노골적으로 변해버린다. 책의 성격과 특징마저도 윤색해버린다.
일본의 출판사인 겐코샤는 간단한 북클릿들을 제법 출간하는 곳으로 보였다. <도쿄 혼야상 기행: 도쿄 인텔리전트 트립 03>이란 제목만 봐도, 이 책의 성격은 규정된다. 참 친절하다. 그런데 이게 대한해협을 건너오더니, 제목만으론 서점에 관한 비평서가 아닐까 싶게 변한다. 막상 책을 펴보기 전부터 당황하게 된다.
2009년에 출간된 <홍대앞 뒷골목 - 어느 트렌드세터의 홍대앞 카페 가이드>란 책이 있다. 10년전 장사를 하기 위해 인테리어 벤치마킹을 하려고 이 책을 들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었다.
인터넷 상에서 습득가능한 간단한 정보라도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정리하자면 꽤나 품이 들게 된다. 심지어 이 책에 등장한 서점 9곳의 주소를 핸드폰에 정리하는 것만도 일이었고, 그리하여 그 주소를 가지고 홈페이지를 찾아 정리하고, 지금의 영업 상태를 확인하는 일도 두어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 카페들을 일일이 찾아가고, 취재한 뒤, 책으로 엮어내기까지 들어간 품을 생각해 보면 결코 우습게 볼 일은 아니다. 무크(mook)라고 해서 무시해선 안 될 일인데도, 성급한 꼰대는 또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 서점 괜찮다"싶어서 목록을 만들어 두었던 9곳의 서점들 중에 주소가 바뀌거나 문을 닫은 곳이 있었다. 문을 닫은 한 곳은 원래 있던 장소가 재개발되면서 건물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재개발로 인해 이전을 거듭한 곳도 2곳이 있었지만, 6곳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도쿄나 서울이나 거대도시의 사정은 매한가지인 듯하다. 그렇다 보니 도쿄의 선경험은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테다. 오라이도나 산요도쇼텐과 같은 동네책방들은 "대형서점에게 지지 않는 도쿄의 4서점"으로 평가를 받고 있어서, 살펴볼 가치도 크다. 땡쓰북스에 영감을 주었다는 B&B는 온라인으로 BM을 전환해서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에서의 피보팅을 벤치마킹해 볼 수 있게 된다. 대형서점으론 반디앤루니스, 지역서점으론 불광문고, 동네서점으론 풀무질이 무너지고 있는 요즘이라서, 더 신경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