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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Apr 16. 2024

목록의 의미: 벤치마킹의 수고를 덜다

[북리뷰] 겐코샤. 도쿄의 서점 똑똑한 여행자들의 도쿄 재발견. 2013

(2021년 11월에 인스타그램에 적었던 리뷰를 옮겨적었습니다.)

원서는 2012년 11월에 출간했고, 번역서는 2013년 4월에 출간했다.


1. 이따위도 책이라고, 이걸 누가 보나?


 동네 도서관에서 제목만 보고 대출신청을 했고, 신림역에서 책을 받아본 뒤에 내가 한 말이다.

 늘 그렇지만, 일본의 책들이 현해탄을 건너오면 제목이 너무 노골적으로 변해버린다. 책의 성격과 특징마저도 윤색해버린다.

 일본의 출판사인 겐코샤는 간단한 북클릿들을 제법 출간하는 곳으로 보였다. <도쿄 혼야상 기행: 도쿄 인텔리전트 트립 03>이란 제목만 봐도, 이 책의 성격은 규정된다. 참 친절하다. 그런데 이게 대한해협을 건너오더니, 제목만으론 서점에 관한 비평서가 아닐까 싶게 변한다. 막상 책을 펴보기 전부터 당황하게 된다. 



2. 이런 책은 나같은 사람이 보더라.


 2009년에 출간된 <홍대앞 뒷골목 - 어느 트렌드세터의 홍대앞 카페 가이드>란 책이 있다. 10년전 장사를 하기 위해 인테리어 벤치마킹을 하려고 이 책을 들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었다.

 인터넷 상에서 습득가능한 간단한 정보라도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정리하자면 꽤나 품이 들게 된다. 심지어 이 책에 등장한 서점 9곳의 주소를 핸드폰에 정리하는 것만도 일이었고, 그리하여 그 주소를 가지고 홈페이지를 찾아 정리하고, 지금의 영업 상태를 확인하는 일도 두어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 카페들을 일일이 찾아가고, 취재한 뒤, 책으로 엮어내기까지 들어간 품을 생각해 보면 결코 우습게 볼 일은 아니다. 무크(mook)라고 해서 무시해선 안 될 일인데도, 성급한 꼰대는 또 실수를 하고 말았다.     



3. 10년전 무크를 보는 재미는 이렇다.


 "이 서점 괜찮다"싶어서 목록을 만들어 두었던 9곳의 서점들 중에 주소가 바뀌거나 문을 닫은 곳이 있었다. 문을 닫은 한 곳은 원래 있던 장소가 재개발되면서 건물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재개발로 인해 이전을 거듭한 곳도 2곳이 있었지만, 6곳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도쿄나 서울이나 거대도시의 사정은 매한가지인 듯하다. 그렇다 보니 도쿄의 선경험은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테다. 오라이도나 산요도쇼텐과 같은 동네책방들은 "대형서점에게 지지 않는 도쿄의 4서점"으로 평가를 받고 있어서, 살펴볼 가치도 크다. 땡쓰북스에 영감을 주었다는 B&B는 온라인으로 BM을 전환해서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에서의 피보팅을 벤치마킹해 볼 수 있게 된다. 대형서점으론 반디앤루니스, 지역서점으론 불광문고, 동네서점으론 풀무질이 무너지고 있는 요즘이라서, 더 신경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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