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 왓어북. 2018. "서점탐방기는 그저 곁눈질에 활용하자"
1.
지금까지 적지 않은 책방탐방기들을 읽어 왔다.
국내외를 가리며 읽었는데, 아무래도 국내 사정에도 어두워서 국외의 서점들까지 이해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서란 것이 사람 마음처럼 되는 건 아니더란 말이다. 맥락에 따라 다음 책을 선택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손에 쥐고 읽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본이나 미국의 서점탐방기까지 읽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이 책 저 책을 읽다 보니, 뉴욕의 독립서점(미국의 independent bookstore는 반즈앤노블과 같은 체인서점이 아닌 서점을 말한다.)에 대해서도 읽어 볼 엄두가 났다.
그래서 읽어보았더니, 역시나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빠르게 살펴보았더니, 왠지 '이득을 본 기분'까지 들었다.
"Best independent bookstores in New York City"로 구글링을 해보면 상당히 많은 매체들에서 다양하게 목록을 만들어서 내보내고 있다.
공통되는 서점들을 모아 보면 어김없이 Best10 정도가 만들어진다.
이 책에서 다루지 않고 있지만, 빈번하게 언급되는 곳으로는 Albertine이나 Argocy, Astoria 정도가 있다. 책이 엮어진 이후에 개업했거나, 당시에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던 서점일 테다.
시애틀의 독립서점에 관한 책을 읽다가, 같은 방법을 활용해 본 적이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미국의 중소도시 시애틀의 독립서점들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를 고민하다 보니, 정말 뻘짓을 많이 했다.
그렇다 보니 시애틀보다는 훨씬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뉴욕이라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크게 빗나가지는 않았다.
뉴욕에 대충 어떤 서점들이 유명한지에 대해 눈요기하는 수준으로 스캔하는데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우리나라 책방지기들이 일본 서점 여행을 가면서 하나같이 챙겨들고 갔던 겐코샤의 무크지, 『도쿄의 서점』 정도의 도움은 되지 않을까 싶다.
2.
책방기행에 관한 책들의 내용을 그닥 신뢰하지 않는 편인데, 그도 그럴 것이 기껏해야 두어 번 방문한 서점에 대해서 설익은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완전히 내 것이 된 감상이나 분석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자료'들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내 것이 아닌 생각을 글로 포장하게 된다. 피상적이거나 표피적이거나 무책임한 글들이 책 안에서 부유하게 되는 경우가 잦다. 모순적이게도, 겐코샤의 무크지는 오히려 '자주 방문해 봐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현지인의 시선'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책방에 대한 책을 선택한다면 차라리 책방지기의 정체불명의 책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https://brunch.co.kr/@pdahnchul/69
나는 지금까지 브런치에 여섯 곳의 책방에 대해 방문기를 썼다.
그 중에 단 한 번만 다녀왔어도 글을 써본 곳이 다섯 군데인데, 군산의 마리서사, 대전의 다다르다, 우리 동네에 있던 새고서림, 산림동 청계상가의 소요서가,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의 서울아트책보고가 그 대상이었다. 마리서사의 경우는 '사진촬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글을 정리해 봤고, 새고서림은 '작업공간이자 독립서점으로서의 공간이 갖는 부실함'에 대해 이야기해 봤으며, 다다르다는 원도심과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해 글을 썼고, 소요서가는 '철학서점이란 콘셉트와 브랜딩'에 대해 살펴볼 요량으로 정리해 봤으며, 서울아트책보고는 공공시설에 대한 논의로써 까댔다. 다시 말하자면, 딱히 그 책방이 아니었어도 해당 주제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면 대상이 달라져도 됐다는 뜻이다. 마침, 그때, 거기서, 그 책방이 있었고, 그래서 다녀왔기에 글을 썼을 뿐이란 것이다. 단 한 번밖에 다녀오지 않았으나, 해당 주제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고민해 봤었기 때문에 글을 쓸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한 달에 두 번쯤은 방문하게 되는 우리 동네의 책방 그날이오면도 '동네서점 바로대출제'의 연장선상에서 글을 정리했으니 마찬가지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동네책방에 대한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이, 다른 사람들처럼 탐방기를 쓰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그리 자주 있는 일도 아니거나와, 그에 딱 맞춰서 요령좋게 대상 책방이 선정될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막상 찾아가봐도 적확한 대상이 되는 건 아니라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