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강승혜 외. 세대욕망. 한스미디어. 2024.
광고대행사는 세대담론을 아카데믹한 관점만이 아니라 가장 실무적으로, 실질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하는 조직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 10쪽,
효과적인 마케팅과 비즈니스를 위해 동시대인으로서 전 세대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고, 동시에 각 세대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개별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는 자각 때문이다. - 17쪽
이태 전쯤 세대 갈등이 한참 중요 이슈로 대두된 적이 있었습니다. 토마 피케티를 인용하면서 착취하는 세대와 희망 없는 세대를 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그런 세대는 없다’며 세대 담론 무용론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각종 세대론이 쏟아져 나왔었는데요, 무엇하나 마음에 드는 것들이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매년 10월이면 트렌드 분석서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세대 담론은 매번 빠지지 않았습니다. 생애주기에 따른 연령별 소비자층에 새롭지만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레테르를 붙여서 집중 조명하곤 했었습니다. 꽤 못마땅한 내용들이 반복되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트렌드 분석의 시작이 전혀 ‘아카데믹’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문적으로 세대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 연구방법론이 한정적입니다. 정량적인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 데이터는 또 한정적으로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짜리 서베이를 진행해도 짧은 논문 한 편 도출해 내는 것으로 끝나고 맙니다. 책 한 권을 만들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거죠. 그런데 합목적적으로 진행되는 서베이 하나 없이 트렌드분석서들은 2차 자료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인사이트가 도출될 턱이 없습니다.
대홍기획이라고 해서, 무언가 제대로 된 합목적적인 서베이를 중심에 두고 책을 쓴 건 아닙니다. ‘소비 동기를 분석하기 위해 15~64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소비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설문을 진행’ 한 것이 있는데, 이게 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파편적인 사실들을 지지하기 위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서베이의 데이터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었고요.
그래도 이 책의 세대 분석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직은 직관적 가설 수준에 머무르는 담론들이었지만, 적어도 저의 ‘인사이트’과 결이 같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시험 보고 나서 친구들과 정답을 맞혀 볼 때, 둘의 응답이 같으면 느낄 수 있는 안도감 같은 거죠.
광고대행사의 트렌드 분석서입니다. 머리말에서 과감하게 선언하고 있듯이, 광고대행사는 ‘세대담론을 아카데믹한 관점만이 아니라 가장 실무적으로, 실질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확정된 학술적 사실에 기초해서 보수적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실용적이면서도 애자일 하게 캠페인에 적용할 수 있는 도전적인 인사이트가 필요하겠죠. 조금 부정확할지라도 후딱 치고 빠질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세대 욕망’을 제목에 내걸고 세대 담론을 중심으로 다루기로 했다면, 거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좀 필요합니다. 남들 작년 10월에 내놓은 트렌드 분석을 반년은 늦게 슬그머니 내놓으면서, 새로울 것 전혀 없고 다른 책에서 충분히 들여다본 것임에 틀림없는 트렌드 분석을 1/3의 지면을 사용해 가면서까지 재활용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세대 담론을 제대로 녹여낸 것도 아닌 3 챕터는 목차를 볼 때부터 이상했었는데요, 막상 살펴보니 가관이더군요.
쓸데없는 내용이 덧붙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작성해 놓은 원고가 너무 아까운 나머지, 책의 전체적 완성도를 해치면서까지 활용하고 싶다는 미련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누군가의 출판 실적을 위해 굳이 끼워 넣던가입니다. 둘 중 무엇이 되었건, 책의 완결성과 완성도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