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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Dec 11. 2021

세가방in서울, 《사시사책》관람기

"오늘도 책방, 문 열었습니다" 사시사책 동네책방 전시&팝업스토어

세상에서 가장 큰 책방 @segabang

<사시사책> 오늘도 책방, 문 열었습니다.

연남장 @hotel_yeonnam



1. 30개 서점이 추천하는 60점의 도서

 몹시 깔끔하고 콘셉트 잘 잡은 팝업스토어다. 

 2021년 세가방 사업 공모에 참여한 30개 서점이 각각 2권씩의 도서를 선정해서 판매한다.

우리 동네인 관악구에서 선정된 서점은 살롱드북과 엠프티폴더스 두 곳인데, 엠프티폴더스에서는 ‘월가 세가방: 동네책방 X 세가방 큐레이션 서재’ 프로그램의 10/11월 테마인 ‘책방’에 관한 책을 내놨다.

 서울에서만 17군데의 책방이 선정되었고, 인천과 경기 4군데까지 포함하면 2/3가 수도권이다. 서울 사는 사람 입장에선 직접 찾아가 볼 수 있는 곳들이다. 그렇다 보니 현장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기에 직접 찾아가 보지 않을 순 없었지만, 책을 사들고 나오지는 못했다. 책에 대해서도 더 알아볼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서점을 직접 방문해서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물론 제주 3군데를 포함해 10곳의 지방 책방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언젠가는 가보지 않을까 막연하게 훗날을 기약해 볼 뿐이다. 


 행사가 진행되는 공간인 연남장은 사업의 외주진행업체인 (주)어반플레이(urbanplay.co.kr)가 운영하는데, 이곳이 사옥이기도 하다. 연남방앗간과 같은 공간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아는동네"와 같은 출판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콘텐츠 플랫폼'을 자처할 만한 실력을 확실히 보여준다.

 


2. 세가방 프로그램은?

 (주)대교에서 출연한 대교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세상에서 가장 큰 책방"도 꽤나 괜찮은 지원 사업이다.

2020년 처음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이 지원사업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했었으나, 2021년에는 (주)어반플레이에 용역을 주고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사업이 지속된다면, 2022년 4월쯤에는 공모 공고가 나올 듯하다.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정부/공공기관 지원사업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으니, 세가방 인스타그램을 팔로하면서 매의 눈으로 지켜볼 필요가 잇겠다. 

 직업지원예산이 1억 원 정도, 용역 사업비가 1억 원정도가 될 듯하다. 이 정도 사업비 규모를 사기업의 문화재단에서 지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물론 대교출판그룹은 다른 경쟁업체와 달리 2세 승계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교문화재단보다는 세계청소년문화재단쪽으로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여서, 기업의 일반적인 메세나 활동에 더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인지도 모르겠다.

 상세한 지원 내용은 이미지로 대체한다.



3. 내가 하면 벤치마킹, 남이 하면 카피캣

 “잘 모를 땐 잘 한 걸 보고 따라하자!”

 컨설팅을 할 때마다 꽤나 자주하는 말이다. 뭘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면, 제발 부탁이니 잘하는 다른 이들의 노력들이라도 살펴보라고 말이다. 물론 “니가 하면 카피캣이지만 내가 하면 벤치마킹이란 내로남불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농담 반 스푼쯤 섞어서 이야기한다. 거기에 “아무리 따라 해도 오리지널을 똑같이 복제할 순 없다”는 점도 반드시 염두해두라고도 말한다. 그런데... 뒤엣말은 잘들 기억 못한다. 그냥 베끼기에 바쁜데, 그마저도 잘 하지 못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저 베끼기만 할 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고의 토대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출발해서 거기에 이르렀나 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늘상 조잡한 카피캣이 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끼기라도 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베껴서 오리지날만큼의 성공을 경우는 더더욱 희소하다. 베낄 상대를 찾는 과정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는데, 이마저도 하기 싫다며 하나 짚어달라는 경우가 더 많다. 

 아무쪼록 잘 모르겠을 때는 잘 하는 남의 걸 좀 뜯어 보는 습관을 기르자. 마치 필사하듯이 말이다.



4. 시작이 절반이고, 하다 보면 는다.

 이런저런 지원 사업 멘토로 킥오프 행사를 참여하다 보면, 다른 사업 킥오프 현장에서 봤었던 기업을 또 만나게 된다.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된 스타트업의 잘 만들어진 사업계획서는 청년창업사관학교나 창조경제혁신센터, 테크노파크 등에서 운영하는 각종 지원 사업을 쉽게 수혜하게 된다. 똘똘하게 모듈화한 사업계획서는 확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 않은 작업이다. 처음 도전해보는 사람들에게는 완전 별세계가 될 테다. 막상 조그만 지원 사업 하나 진행해본 사람들의 경우, ‘돈은 안 되는데 품만 많이 드는’ 지랄맞은 일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언제나 규모의 경제는 비용을 절감해준다. 지원 사업 하나만 수혜하면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지만, 여러 개를 수혜하게 되면 ‘콘텐츠 돌려막기’가 가능해진다. 물론 하지도 않은 일로 부정 수급을 하면 큰 일 난다. 경험의 축적이 가져오는 숙련이 비용을 감소시킨다는 단순한 사실만 배웠으면 좋겠는데, 이상하게도 날로 먹는 불법행위 쪽으로 셈이 더 빨라지곤 한다. 참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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