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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Aug 10. 2022

[북리뷰] 이현주_『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서점』

경기도 파주: 유유, 2018. "난감한 책을 손에 쥐었다."

1. 난감한 책을 손에 쥐었다.

 시애틀 서점 이야기란다. 난감하기 그지 없다.

 일단 미국의 출판유통시장에 대한 선행지식이 없다 보니, 무엇을 어디서부터 유의미하게 봐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물론 미국도 사람 사는 곳이고, 아마존이란 인터넷서점의 시조가 있는 곳이니, 우리 나라와 그리 사정이 다르진 않을 테다. 90년대엔 반스앤드노블과 같은 대형서점으로 집중되면서 동네서점이 설 자리를 잃다가, 새로운 밀레니엄이 도래한 이후로는 아마존에 의해 반스앤드노블마저도 자리를 빼앗겼다. 심지어 미국에는 도서정가제도 없어서, 도서 가격이 개차반이다. “상위 20개 정도의 대형 다국적 출판사가 97퍼센트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서점 역시 온라인서점 아마존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1)는 영미의 출판생태계는 이미 독과점 상태에 빠져 버린 듯하다. 이젠 아마존이 자체 오프라인 매장마저 폐쇄하기로 해서, ‘아마존이 서점을 다 죽인 후엔 자기 서점마저도 죽이고 있’는 상황2)에까지 도래했다. 이쯤이면 미국의 상황은 우리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 보니, 시애틀이란 동네의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서부터 하나씩 확인해봐야 이 책에서 언급하는 서점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애틀의 2022년 인구추정치는 762,500명, 면적은 217㎢다. 우리나라의 도시와 비교해보면, 전주보다는 크고 고양보다는 작다가 될 듯하다. 시애틀 광역 지대(Seattle metropolitan area)는 인구 400만에 강원도 면적 정도가 된다. 광역화하여 시애틀을 이야기하는 것은 동네서점 이야기와 결이 맞지 않을 테다. 

 전주의 동네서점 숫자가 84곳, 고양의 동네서점 숫자가 40곳 정도인 걸 감안하면, 시애틀에만 유독 서점이 많다고는 할 수 없을 듯싶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비슷한 인구 규모의 타도시들과 비교해 봤을 때, 전미서점협회(American Booksellers Asscociation)에 소속된 서점들이 보스톤 25곳, 볼티모어 12곳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24곳 정도로 많은 편이며,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의 34개소와 시카고의 38개소와 비교해도 적진 않다3). 

 ABA에 가입하지 않은 서점까지 합치면 30개소가 시애틀에서 영업중이다. 대형서점(Bookstore Chain)이 아닌 소규모 서점들은 독립서점(Independent Bookstore, Indie)로 지칭하는 것이 ABA의 입장인 듯하다. 이들에 대한 소개 기사를 하나 링크해 본다.


A Guide to Seattle’s Independent Bookstores


 미국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동네서점의 사정이 좋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시애틀의 교육수준이 미국 평균을 넘어서고, 그에 기반한 중위소득도 월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학사학위 소지율이 미국 평균의 두 배, 중위소득은 1.5배 정도가 된다. 높은 교육 수준과 소득을 보여주고 있는 부모 세대가 자녀들과 함께 서점을 방문하는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와 같은 통계는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드러나고 있다. 


    

2. 주목해야 할 것과 놓친 것.

 “이 책은 서점을 좋아해서 해외까지 나가 예쁘고 재미있는 서점을 찾아다닌 이야기라기보다 출판사의 제안에 따른 취재기” - 12쪽

 머리말에서 저자가 선언했듯이, 개인적인 관심이 학술적 고민으로까지 나아가서, 현장 조사하듯이 체계적이고 심도 깊게 쓰여진 책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 보니 머리말에도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나 보다.

“오프라인 서점에는 공간과 상품과 사람이 필요한데, 과연 책을 팔아서 가게 세도 내고 먹고살 수 있는 걸까 하는 걱정, 어쩐지 미덥지 못한 마음도 있었다. 서점을 그럴듯한 여흥으로 여기건 아닌가라는 의심도 들고(‘그런 여흥이 뭐가 어때서’하는 마음도 있지만).” - 17쪽     

 그래서일까, 오히려 눈여겨 보았으면 좋았을 서점들을 제끼고, 문 닫는 서점을 맨 처음에 들여다 놓았다. 이상하게 플래그 하나 붙일 이야기가 안 보인다 싶었더니, 문을 닫고야 말았다. 이 책의 말미에 ‘시애틀 미스테리 북스’가 문을 닫게 된 이유라며 책방지기가 올린 글의 번역본이 올라와 있는데, 꽤나 주목해 볼 만하다. 특히나 세대 변화에 대한 지적은 우리 사회에서도 똑같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싶다.


Why the Seattle Mystery Bookshop Must Close


 후반부에 ‘잘 되고 있어서 굳이 찾아보지 않은 서점’으로 언급된 ‘Elliot Bay Book Company’, ‘Secret Garden Books’, ‘The Third Place Books’ 세 곳의 서점은 오히려 분석의 대상이 되었어야 했다. 지역사회에서 진짜 필요한 것은 반즈앤드노블이나 아마존북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중형서점이 아닐까 싶다. 인천의 대한서림처럼 말이다. 춘천의 청구서적과 데미안책방은 사라졌지만, 구미의 삼일문고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라서 말이다.



3. 읽어봐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서점들

 시애틀의 피니 리지(Phinney Ridge)는 인구 1만 명 조금 넘는 부촌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에서 일했던 영문학박사가 퀴즈쇼에서 받은 상금으로 맘 편하게 차린 피니 서점(Phinney Books)과 같은 곳은 책방지기인 톰 니슬리(Tom Nissley) 그 자체의 강성만으로도 브랜드가 된다. 여기서 무얼 더 보탤 필요도 없다. 심지어 지역적 특색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북라더(Book Larder)도 마찬가지. 이건 거의 플래그십스토어로 활용되는 전시공간이 아닌가 싶었다. 요리책 서점으로 브랜드를 만든 것이 아니라, 요리 컨텐츠 사업의 브랜딩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발생한 서브 브랜드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책방이 아니라, 책방의 모양을 갖춘 쇼품이다 싶다.


 국내에는 유희경 시인의 위트앤시니컬 단 한 곳만이 유의미하게 시전문서점으로 운영중인데, 오픈서점(Open Books A Peom Emporium)도 제대로 분석되지 못했다. 미국 내에도 시전문서점으로 불리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그리고 2016년 현 책방지기로 바뀌기 전의 운영자들 역시 시인이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고민해봐야 할 구석들이 너무 많아진다. ‘시 전문’이라는 문화적 자산이 지역 사회에서 어떻게 전유될 것이며, 현재는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더 깊은 고민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인천의 ‘시와예술’의 인스타그램을 팔로하고 있지만, 눈에 띄게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퀸앤(Queen Anne) 지역에서 동네책방을 계승한다던 퀸앤북컴퍼니의 경우는 저자의 머리말의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참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무엇보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서점은 레프트뱅크서점(Left Bank Books)과 애런덜서점(Arundel Books)이었다. 전자는 패션좌파들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는 상황이 아닌지, 시대적 소명이 끝나서 사라져간 국내의 인문학 전문 서점들이 떠올랐다. ‘그날이오면’이나 ‘풀무질’ 정도만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 떠올랐다. 후자는 서대문구와 마포구에 몰린 서점들이나 종로구 서촌에 몰린 서점들의 불균형하고 불안전한 상태를 떠올리는 ‘서점거리’와 같은 허황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나마 고서점으로서 사업모델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그리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4. 서점에 관한 글을 쓴다면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생각해 본 주제다. 나는 시애틀의 동네서점(independent bookstore)에 관한 이 글을 읽으면서 무엇을 얻어야 하나 참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출판문화가 다르고, 유통경제가 다르고, 지역사회의 소비문화도 다른 시애틀에서 도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쉽게 정리되진 않았다. 서점이란 것은 어디라고 다르겠냐 싶다가도, 서점이라고 다 같은 의미로 다가오지도 않는다는 것을 지방 소도시 출신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주 단순하게 지속가능한 자영업의 일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파악해 나아가는 것으로 그 목적을 좁혀야 하는 걸까 싶다가도, 기왕 고민하기 시작한 일이니 ‘무언가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야 하지 않나 하는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영 개운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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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미화. <무엇이 책인가? -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진실과 오해>. 프레시안. 2020. 11. 4.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10318133083901

2. Rachel Lerman. <Amazon is killing off its physical bookstores, after killing everyone else’s>. Washington Post. 2022. 3. 2.

https://www.washingtonpost.com/technology/2022/03/02/amazon-closes-physical-bookstores/

3.  Jean Riley. <Why Indie Bookstores in Seattle are thriving>. Seattle Magazine. 2016. 10. 11.

https://seattlemag.com/arts-culture/why-indie-bookstores-seattle-are-thr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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