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철 Aug 16. 2022

[북리뷰] 다카세 쓰요시_"책의 소리를 들어라"

서울:책의학교. 2017. "읽고 있자니 마음이 착잡하다"

 다카세 쓰요시(高瀬毅)가 "本の声を聴け ブックディレクター幅允孝の仕事"란 책을 쓴 게 벌써 9년 전인 2013년이다. 북디렉터 하바 요시타가(幅允孝)의 일이란 부제로 쓰여진 이 책은 하바 요시타카가 해온 일과 그 자신을 취재한 책이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자칭하고 있는 북큐레이터란 호칭보다는 북디렉터임을 자임하던 때의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시차를 두고 2017년에 국내에 소개되면서 '북큐레이터'로 둔갑되고, 북큐레이션은 자명한 그 어떤 것으로 변해 있다. 뒷골이 땡긴다.


"북큐레이터는 단지 책에 대한 지식이 있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무한에 가까운 방대한 양의 책 속에서 의뢰받은 주제, 독자적으로 생각한 콘셉트에 따라 책을 선정하는 ‘북셀렉션(選書)의 힘’과 그 책들의 순서를 바꾸어 진열할 줄 아는 ‘편집의 힘’, 그리고 책장 전체를 통해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힘’이 모두 필요한 종합적인 작업이다. 디자인 능력이나 예술적인 감성도 필요하다. 지금가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직업인 셈이다. -12쪽"


 '누구나 북큐레이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던 어딘가의 누구와는 다르게, 이 새로운 직역(職域)의 신산함이 느껴진다.


 전술했다시피, 다카세 쓰요시가 하바 요시타카에 관해 취재한 글이라서, 어떤 경우에는 '전문(傳聞)의 전문'인 경우도 왕왕 있다. 무엇보다 다카세 쓰요시는 마케터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다. 출판저널리즘에 오래 일해온 북칼럼리스트조차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이 새로운 영역에 대한 그의 글은 대체로 수박겉핣기에 그친다.

 새로운 무언가를 창시해낸 인터뷰이와 그에게서 체계적인 무언가를 도출해낼 수 있는 전문가 인터뷰어의 페어 플레이(pair play)는 제법 근사한 결과물을 만들기도 한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와 INSEAD 경영대학원의 에린 메이어가 손잡은 『규칙없음』이나, 배달의민족의 김봉진과 한양대 경영학과 홍성태 교수가 만난 『배민다움』이 좋은 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방식조차 아니라서, 꽤나 표류하게 된다. 아쉬움이 크다. 2013년이라면 의미 있는 지적이 되었겠지만, 이제와서라면 철지난 아마추어의 시각에 불과해서 말이다.

 그렇다 보니 곤도 유키오(近藤幸夫) 게이오대 교수가 하바의 작업이 큐레이터에 한없이 가깝다고 역설하고 있다는 것에 눈길이 머무를 수밖에 없다.


"도서관 사서와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서와는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사서의 일은 방대한 문헌 중에서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 하는 검색 시스템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것은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되빈다. 하지만 막연히 무엇인가를 찾거나, 무엇인가를 조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어디까지나 폭넓고 유연하게 적환한 저옵를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하바가 하는 일은, 책을 선택하고 대담하게 기존의 검색 시스템과는 다른 방법으로 독자가 접근하기 쉽게 연결하고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많은 작가들 중에서 바로 이 사람의 이 부분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전람회를 조직하는 것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 127쪽"


 하바 요시타카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이제 북큐레이터란 호칭이 첨가됐다. 자칭 북디렉터, 타칭 북큐레이터의 시대를 지나, 스스로도 북큐레이션이란 업역(業域)을 자칭하고 있으니, 그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을 테다. 그러하니 굳이 남의 말을 빌어서가 아니라, 그 자신이 목소리를 낸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本なんて読まなくたっていいのだけれど』가 출간된 것이 2014년 12월, 국내에 번역된 것이 2016년 10월이다. 동네 도서관에 없다 보니, 서울도서관에서 전자책으로 대출했다. 그닥 기대가 되진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