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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Oct 24. 2022

내가 서점에 가는 이유2

찾는 책을 바로 손에 쥐고 싶어서 대형서점을 간다.

1.

 추석 연휴 첫날 교보문고 영등포점을 찾아갔다. 김윤아의 『서점 여행자의 노트』를 바로 손에 쥐기 위해서 말이다. 

 처음엔 인터넷으로 구매하려고 했다.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에 배송되고,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배송해주는 교보문고의 총알배송이 있으니 말이다. 아무 생각없이 결제를 하려고 보니, 아뿔싸, 배송이 일주일 뒤에나 된단다. 이거 낭패스럽기 그지 없었다.

 이제 마음이 좀 급해졌다. 동네서점들에 재고가 있을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가까운 영풍문고에도 재고는 없었다. 결국 언제나처럼 교보문고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광화문점과 영등포점에 재고가 포착됐다. '그래! 영등포점을 찍고, 문래동을 다녀오자!'라는 마인드로 교보문고로 향했다. 

교보문고 영등포점. 광화문이나 강남에 비해 넓다곤 할 수 없으나, 충분히 넓은 수준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서점온'에 회원가입을 하고, 동네서점의 재고상황을 확인(서점온 사이트가가 이런 게 가능하다는 걸 보름 전쯤에 알게 됐다.)해 보았다. 관내의 서점들은 대부분 미연동 상태이고, 연동된 동네책방들엔 역시나 재고가 없다. 하긴 영등포점에서도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이 아니라 창고에 들어가 있던 상황이었다. 검색대에서 서가 위치를 뽑고 보니, 존재하지 않는 서가였다. '직원에게 문의'라는 문구를 뒤늦게 발견하고 가까스로 책을 건네받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지금 당장' 손에 넣고 싶은 책이 있을 때, 서울에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한 시간 이내의 거리에 책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교보문고의 오프라인 매장이 세 군데(광화문, 강남, 영등포)나 있으니 말이다. 

교보문고는 눈에 보이는 서가 말고도 창고에도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서, 절판된 책이 아니라면 바로 달려가 구할 수가 있다.

 대형서점과 동네서점은 상보적인 관계라고 말하는 동네서점 주인들이 제법 된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말이다.  동네서점은 그 작은 공간에서 종합서점의 구색을 따라갈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특화된 작은 서점으로 꾸릴 수밖에 없고, 그 작은 서점의 차별화된 구색을 위해서는 대형서점에서의 물색이 꽤나 편리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와 같은 계열화 대형서점과 지역의 중대형서점 간에는 상보적인 관계가 성립할 수는 없다. 심지어 건강한 경쟁조차도 힘든 게 현실이다. 그래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약칭: 생계형적합업종법)'에 따라, 2019년 10월 4일에 '서적,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표준산업분류: 47611)'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고시했다. 규제를 받는 서점은 교보문고, 영풍문고,  대교문고다. 반디앤루니스가 파산했으니 규제대상에 들어갈 수 없을 테다. 온라인 서점인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도 신간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서점에 진출할 경우 규제 대상이 된다.

 서점이용자들 중에는 이 조치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까지 대형서점의 분점들이 진출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왜 우리 동네엔 대형서점이 없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막상 상황을 살펴보면, 기존에 있던 지역서점이 망해나간 동네이거나 그리하여 대형서점들도 분점을 진출할 의사가 없는 동네란 건 함정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아니다 보니, 여전히 키오스크와 무인결제는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대형서점의 가장 기가 막히는 고객경험(CX)은 '혼자서도 잘해요'일 것이다. 서점에 도착해, 검색컴퓨터로 책을 찾고, 그 인쇄표를 들고 서가를 찾아내 책을 꺼낸 다음, 무인결제시스템에서 직접 결제를 하고 나오는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도 책을 창고에서 꺼내와야 하는 사정이 없었다면, 직원의 도움없이 혼자서 다 처리했을 테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키오스크의 작동 실수는 뒤에 서 있는 젊은 사람들의 눈치를 꽤나 보게 한다는 단점이 있다.



2.

  작년 이맘때 서울 은평구에 있는 '니은서점'을 다녀왔다. 사회학자 노명우 선생이 '지속가능한 적자' 속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문학서점으로, 꽤나 매력적인 서가가 꾸려져 있다. 서가가 매력적이긴 한데, 동네가 매력적이진 못해서 그 이후로 방문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건 함정이다. 아무래도 우리 동네에서 너무 멀기도 하거니와, 읽어야 할 책은 쌓여 있어서 '책이나 한 권 사러 가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움직이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나에게는 우리 동네의 '그날이오면'이 있다.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로 한 달에 10권, 아니 6권... 아니 2권 빌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종종 오래된 책들이나 문득 사고 싶은 책을 척척 내어주는 서점이라서 그렇다.(관악문화재단의 도서관플러스팀은 올해 3월에는 한 달에 10권까지 신청가능했던 바로대출제를 4월에는 6권으로 줄이더니, 9월에는 2권으로 줄였다. 살다 살다 이런 행정은 처음 경험해 본다.)

아주 매력적인 서점이긴 하지만, 관악구에서 즐겨찾기엔 조금 멀다. 무엇보다 우리 동네만큼이나 매력없는 동네란 것도 함정.

 서설이 길었다. 그때 니은서점의 마스터 북텐더는 "여기까지 오기엔 너무 멀테니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다"고 말을 건냈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굳이 서점을 찾아와서 서가를 둘러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필요한 책을 쥐고 가는 기분이란 게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런 맛에 서점을 찾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를 '그날이오면'에서 구입했다. 바로대출제로 책을 빌리러 갔다가 혹시나 있을까 싶어 물어봤더니, 또 이곳의 책방지기는 서슴없이 서가를 확인한다. 그리고는 "아... 팔렸었나 봅니다"라는 대답을 돌려주었다. 이러면, 여기서 책을 주문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당장 읽고 싶어서 미치겠는 책은 아니었어서, 다음에 책을 대출하려 올 때쯤 구입하겠노라며 돌아왔었다. 그리하여 보름 전쯤에 독서 대기 목록에 추가되었다.


 아마도 이 두 서점이라면 내가 찾는 책의 40% 정도는 늘상 갖추고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다. 이 두 서점에서는 절대 취급하지 않을 책이 필요한 경우도 40% 정도는 되고, 나머지 20% 정도는 신간서점에서 취급을 하고 있을까 싶은 경우(1의 경우처럼 말이다.)라서 말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점을 직접 찾는 발걸음은 즐겁다.



3.

 오늘은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꼬마 니콜라 Le Petit Nicolas>를 보고 왔다.

 2022년 8월 11일에 타계한 장 자크 상페Jean Jaque Sempé 생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1977년에 먼저 세상을 뜬 르네 고시니(René Goscinny)를 상페가 추억하고 있다는 게 좀 아이러니했지만, 슬쩍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감상을 남기긴 했다 .  

 내가 『꼬마 니콜라』를 처음 읽었던 게 1987년이었다. 장 자크 상페의 너무나도 정겨운 삽화의 책은 어린 시절 꽤나 사랑을 받았다고 기억한다. 노란색 표지의 『꼬마 니콜라』는 우리 집 막내였던 내가 한국현대소설에 빠져들었던 중학생이 될 때까지도 굳건히 책장 한 켠을 지켰었다. 그러다가 오늘 애니메이션을 보고, 추억의 동화에 대해 그 동안에도 잘 몰랐던 사실들을 다시금 알게 됐다. 그러니 책을 다시 구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문학동네에서 내놓은 전5권 합본의 새 책을 구입(이것도 교보문고에서조차 위의 3군데에나 비치되어 있다.)해야겠다는 생각까진 들지 않았다. 그냥 첫 권인 『꼬마 니콜라』의 삽화와 내용을 다시 살펴보는 정도면 좋을 뿐이었다. 이럴 때는 알라딘중고서점이 제격이다. 돌아오는 길에 신림역 근처의 매장에서 한 권 사들고 들어왔다.



4. 

 매년 이맘때면 트렌드 관련 서적들이 출판된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 팀이 내어놓는 『코리아 트렌드 2023』이 10월 초에 출간됐고, 이노션 인사이트 그룹이 내어놓는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3』이 오늘자로 출간됐다. 손가락 오그라드는 10문자 억지 작명으로 유명한 '코리아 트렌드' 시리즈는 올해도 RABBIT JUMP라는 억지를 내놓았다. 다만 그 억지스런 작명을 제외하면, 국내에 출간되는 트렌드 분석서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사두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비로소 영풍문고 신림점에 들러서 이 책도 집어들고 왔다. 책은 서점에서 집어들고 와야 제맛이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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