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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Nov 15. 2022

<대전서점대전>을 다녀왔다.

덕분에 머리 아프고 잘 소화되지 않은 고민을 더 안고 오게 됐다.

1. 

 대전광역시,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이 후원하고, 도시여행자/다다르다가 기획한 것으로 보이는 서점 컨퍼런스, <대전서점대전>을 다녀왔다.

 누군가는 ‘노잼도시 대전을 유잼도시로 만들어줄 정도로 재치있는 작명’이라고 평했다. 여기에 대전의 행사들을 죄다 大典으로 통일해도 재밌겠다고 덧붙였다. 동감한다. 아예 대전의 축제나 행사 브랜드로 가져가도 좋을 듯하다. 지역화폐도 온통대전으로 지었으니, 나쁘진 않을 테다.     

 프로그램이 워낙 마음에 들었지만 대전이라서 다녀올까 말까를 고민했었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내려갔다가, 저녁에 다시 기차를 타고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참 피곤한 일정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아침 7시 23분에 영등포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잡아 타고 내려와, 20시 20분 서대전역에서 출발하는 S-train을 타고 집에 들어오니 밤 11시가 되어 있었다. 아예 1박을 생각해 보기도 했으나, 반드시 S-train을 한 번 타야 했고 일요일엔 <Publisher’s Table 2022>을 찾아가 봐야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정이었다.

 더군다나 아침에 기차를 타러 갈 때에서야 비로소 '사전신청'이 필요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마감된 '라운드 테이블' 프로그램에는 참여할 수 없어서 아쉬웠으나,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등을 떠밀어 준 수원 마그앤그래 이소영 대표님께 감사인사를 해야 할 듯싶다.       


   

2.

 기조강연의 주제가 너무나 끌렸기 때문에 대전행 기차에 몸을 실었던 건데, 기대했던 것보다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이 클 테다.


 우선 퍼니플랜에서 '주식회사 동네서점'으로 법인화한 '동네서점'에 대해서는 궁금한 점이 많았다. '돈이 되지 않는 서비스'를 지속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기에 올인하기로 마음먹은 그 정성이 궁금했었다. 다만 현장에선 차마 물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동네서점' 서비스에서는 돈이 되는 BM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무슨 자금으로 서비스를 운영하십니까?"라고 묻고 싶었지만, 예상되는 답변이 떠올랐기에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서점’의 작업은 의미가 크다. 현재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격년으로 조사를 실시해 발간하는 <한국서점편람>만이 서점 현황을 나타내는 자료가 된다.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는 하나, 작은 동네책방들이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 이 빈틈을 메워주는 자료로 ‘동네서점’의 자료는 유용하다. 

 다만 용어의 사용에서의 문제가 남아 있다. 한미화의 『동네책방 생존 탐구』에서도 지적하고 있지만, 서점에 대한 용어의 혼용은 꽤나 심각하다. 특히나 ‘독립서점’이란 개념이 꽤나 제멋대로여서 머리를 아프게 한다. 독립출판을 중심에 두고 연구가 진행되면 그 출판물의 유통처로서의 ‘독립서점’이 규정되기도 하지만, 소규모 지역서점으로 연구가 진행되면 체인서점과 대별되는 서점을 일컫는 미국서점협회(ABAㆍAmerican Bookseller Association)의 개념으로 수렴하게 된다. 이 두 가지로만 그치면 제법 단순해질 수 있지만, 그렇게 간단히 끝나지는 않는다. <지역서점 현황조사 및 진흥정책 연구(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9. 12)> 보고서에서도 지적하듯, 시대적 변화에 따라 연구자에 따른 개념이 사뭇 널을 뛴다. 여기에 각자 ‘우덜식 개념’으로 독립출판과 독립서점을 가져다 놓으면 답은 더 모호해지게 된다. 어느샌가 ‘독립서점’이란 개념이 자명한 그 무엇으로 시뮬레이션 되었지만, 찾아 보면 여전히 표류하는 개념이란 점에서 한숨이 배어 나온다. 이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이 또한 물어볼 수가 없었다. 땡스북스 이기섭 대표의 <타이포잔치 2015>의 작업이었던 ‘서울의 동네서점’을 앱으로 만들 때와는 좀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북노마드 윤동희 대표의 기조강연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건지 1도 기억나지 않는다. 서점의 미래에 대해, 제대로 된 고민이나 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겉도는 이야기로 강연이 끝나고, 패널 토론에서도 딴소리만 작렬했다. 한숨이 새어 나올 지경이었다. 기조강연자로서의 책무를 전혀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기조 강연에서의 가장 큰 수확은 아무래도 '로컬 서점과 커뮤니티'에 대한 보다 체계화된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900㎢에 육박하는 면적에서 겨우 4만 명도 되지 않는 인구가 살고 있는 괴산군과 20㎢되 되지 않은 땅에 60만 명이 모여 사는 서울 관악구에서 '로컬'이란 개념과 '커뮤니티'에의 수요는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고민이 깊어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서울 아닌 대도시’들도 또 다른 개념의 로컬을 형성한다.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울산이 다르겠고, 인구 100만이 넘는 특례시와 인구 30~40만의 중도시가 다르겠다. 여기에 10만 언저리의 ‘이름만 시’와 ‘지방소멸’로 치닫고 있는 4만 미만의 군들의 개념까지 간섭하기 시작하면 ‘로컬’이란 개념으로 묶기엔 어려워진다. 그리하여 접근성과 필수성에서 서로 다른 층위의 커뮤니티 수요가 설정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머리가 아파진다.       


   

3.

 마케팅 컨설팅 일을 하다 보면, 최근 가장 많이 내뱉게 되는 말이 '브랜딩'이 되더란 말이다. 아이디어에서 상품을 만들어 내고, 상품을 위해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그 브랜드로 마케팅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는 단어로 '브랜딩'이란 개념이 폭넓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2 경기서점학교>에서 만난 '삼일문고'는 이 브랜딩에서 괄목할 만한 케이스로 보였다. 그리하여 대전행의 가장 큰 목적이 바로 김기중 대표이기도 했다. 특히나 '지역 중형 서점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이 깊었기에 더 욕심나는 강연이었는데, 그 욕심은 충분히 채우고 돌아올 수 있었다.

 지역의 소규모서점, 그러니까 동네책방과 중형서점은 상보적 관계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동네책방은 충분한 구색을 갖출 수가 없기 때문에 소규모로 나름의 편집, 소위 북큐레이션을 통해 고객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편집의 범위를 넘어서는 책에 대한 소구를 채워줄 수 있는 중형서점은 필요하다. 다만... 하... 중형서점에서 책을 둘러 보고 알라딘으로 주문하면 답이 나오질 않는다. 늘 여기서 에포케에 빠지게 된다. 아마 우린 안 될 거다.      


 '풀무질'과 '인디고서원'이란 서점 브랜드에 대해서도 꽤나 궁금한 점이 많았기에 놓칠 수 없는 섹션이었으나, 의외로 '책방 심다'의 케이스가 더 강렬했다는 점에서 아쉬움과 즐거움이 교차했다.

 인디고서원의 철저한 내부 브랜딩은 주목해볼 만했으나, 외부 브랜딩에서는 다소 ‘루나틱’한 면이 드러나서 반감이 생겼다. 브랜드 헤리티지에 대한 자신감이 과해지면, 마치 성령 충만한 신도의 부흥회를 떠올리게 된다. 마케팅에서도 그렇고, 브랜딩에서도 그렇고, 과유불급이다.     

 풀무질의 경우, 이어받은 풀무질의 헤리티지가 너무 무거운 듯 보였다. 오히려 그 헤리티지에서 벗어나 현재의 풀무질로 오롯이 서기 위해 출판을 시작한 듯 보였다. 그렇다 보니, ‘출판하는 서점’으로서의 브랜드는 전혀 고민하지 못한 듯했다. 독립출판을 실행하고 있는 서점들은 제법 많지만, 스토리지북앤필름이나 가가77페이지 정도가 ‘출판하는 서점’으로 두드러지지 않나 싶다. 주최측의 미스매치라고 봐야 할 테다.    


       

4.

 한미화의 『동네책방 생존 탐구』는 내 서가에도 꽂혀 있는 책이며, 두어 달 전에는 "리뷰 아니고 추천"이라며 인스타그램 피드를 올릴 정도로 맘에 들었던 책이다. 북토크에 참여해 저자 사인을 받고 오고 싶었으니, 20시 20분 서대전역에서 출발하는 S-train을 타야 했기에, 아쉬움을 억누르며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5.

 대전서점대전을 기획하고 준비하느라 수고하신 도시여행자/다다르다의 김준태, 박은영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덕분에 머리 아프고 잘 소화되지 않은 고민을 더 안고 오게 됐으나, 그리하여 '동네책방'에 대한 나의 고민이 더 나은 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됐다. 단 하루 일정의 프로그램임에도 높은 밀도와 품질을 경험할 수 있어서 놀랍기까지 했다.

 올해 5월 초에 ‘다다르다’에 가 본 적이 있었다. 책을 통해서 접했던 ‘도시여행자’란 서점이나, 그 서점이 ‘다다르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일련의 과정을 다룬 기사를 먼저 접했던 터라 다소 조심스러웠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질문에 꽤나 열정적으로 답변해준 김준태 대표는 꽤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코로나 이전에 ‘로컬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했던 것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대전서점대전>이 이렇게까지 내실을 갖춘 탄탄한 행사가 됐던 것인지 모르겠다. 부디 연례행사로 자리잡길 기대해보지만... 대전시와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려는지는 모를 일이다. 경제진흥원보다는 문화재단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더 적합해 보여서 그렇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두 분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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