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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Dec 25. 2022

읽지 않은 책에 관해 말하는 책모임

사람들이 독서모임에 나오는 이유는 자기 이야기를 말하고 싶어서다.

1.


 사람들이 독서모임에 나오는 건, 단순히 그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무언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거였더군요.
경기서점학교 2022는 심화프로그램이 살렸다고 봐야 한다. 수원 마그앤그래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올해 경기서점학교의 심화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인천의 '책방산책'의 책방지기님 말씀이었다. 독서모임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풀어내던 과정에서 만난, 내게는 꽤나 의외의 발언이었다.


 독서모임이라면 응당 '읽은 책'에 대해 말하는 모임이라고만 생각해왔다. 고교시절 독서서클에 참여하고, 학부시절 국문학을 전공하며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하고, 20대 후반에는 인터넷 독서클럽에서 활동하면서 숱하게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철저히 외면해온 탓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을 되돌려 보면, 진지하게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심지어 같은 책을 읽었을지라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적었고, 그리하여 접점을 이루면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은 그리 길 수가 없었다. 결국 대화는 꽤나 엉뚱한 곳으로 확장하기 시작하는데, 그나마 취향과 관심사가 제법 맞닿는 사람들과의 자리일 경우에야 비로소 긴 수다가 이어질 뿐이었다. 



2.


향후 가장 참여해보고 싶은 책 모임의 유형이 바로
자기 계발의 연장선에서의 독서나 독서토론, 스터디 형태보다는 
‘책으로 수다를 떠는’ 형태의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단락의 첫 인용문은 이 책의 180쪽에서 가져왔다.  

 매년 10월이 되면 트렌드 분석서들이 쏟아져 나온다. 읽어 볼만한 책으로는 다음 네 권 정도를 손에 꼽는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 김난도 교수를 중심으로 『트렌드 코리아』시리즈가, 이노션 인사이트 그룹의 김나연 그룹장을 중심으로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시리즈가, 마크로밀엠브레인 최인수 대표를 중심으로 『트렌드 모니터』시리즈가 발간되고 있다. 이 외에 읽어볼 만한 트렌드 분석서로는 김용섭의 『라이프 트렌드』시리즈가 괜찮은 편이다.


 올해 출간된 트렌드 분석서 중에서 서점업계가 주목해 볼 만한 책으로는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 모니터 2023』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챕터5 만성적인 외로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인간괸계 찾기'에서 여러 페이지를 할애해 '살롱문화'의 부활에 대한 서베이 자료를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볼 만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살롱문화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까지 대단한 유행이었고, 이것은 취향을 중심으로 인간 관계가 재편되고 있다는 관점에서 분석했다. 취향중심모임은 책을 매개로 한 모임이 중심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책을 통해 공통된 관심사를 주제로 대화하면서 행복감을 떠올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독서취향과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원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구가 충만한 상황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 모임’에 대한 조사의 내용은 ‘책’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모임’에 대한 태도로 조금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지금 사람들이 책과 독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서 독서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은 2016년의 79.7%보다 현저히 낮아진 67.1%에 불과했고, 책보다는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가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과 책은 그냥 필요한 사람만 읽으면 된다는 의견은 소폭 증가했던 것이다. 다만, 책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공통의 취향’을 확인하는 좋은 매개물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책을 읽고 나면 주변 사람들과 그 책 속에 나온 소재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다. 
- 최인수, 윤덕환, 채선애, 이진아.『트렌드 모니터 2023』. 서울:2022. 시크릿하우스. 178~180쪽

 이번 단락의 처음에 인용한 문장 역시 이 책에서 가져온 것이다. 



3.


 현재 독립서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임의 형태는 꽤나 독특한 것들이 많다. 책을 읽지 않고 책의 표지와 제목만으로 수다를 떠는 모임이나 책 만들기 모임과 같이, '책을 매개로 하는 모임'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2월 8일 열렸던 '2022 출판산업 콘퍼런스 결산과 전망'에서 마크로밀엠브레인 콘텐츠사업부 채선애 부장의 발제 이후 질문에서 나온 답변이 그랬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콘퍼런스를 좋아하는 편인데, 세션별로 20분 정도로 배분해서 꽤나 빠른 템포로 여러 주제를 소화해내기 때문이다. 짧고 굵어서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 오랜만에 열린 오프라인 콘퍼런스라 현장을 찾아가 들어 보았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 김현정의 '데이터로 본 2022년 독서 시장'도 인사이트를 쌓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올 여름 '2022 경기서점학교'에서도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다. "이제 곧 2023년 트렌드 분석서가 나올 시기인데, 작년 10월에 나온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 모니터 2022』의 내용 그대로를 강연에 선보이는 것은 좀 아니다 싶다."고 혹평했던 최인수 대표의 강연과는 다르게, 채선애 부장의 발표는 『트렌드 모니터 2023』의 '챕터 5'에 집중하면서 서점업계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전문가라는 이유로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낯선 사람들이 조언하거나 도와주는 것보다, 기술적으로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자신에 대해서는 가장 전문가인 본인이 취향에 맞게 스스로 창조해내는 것을 선호한다.
- 김나연 외.『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3』. 경기도 파주: 2022. 싱긋. p.132

 시대가 변하고 있다. '이식된 욕망'을 욕망하는 인간소외는 또 다른 형태로 변주한다. 2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자기'에게로 회귀한 개인들은 괴상망측한 '개인주의'를 사회병리의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욕망'으로 소비하고자 한다. 동의하기 어렵지만 슬쩍 그런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돈이 보일 테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전서점대전>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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