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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다짐 Oct 09. 2018

루저

#6

이른 시각 만원 지하철 속 풍경, 고작 교통비 정도의 월급, 야근, 철야, 편집장의 히스테릭, 기자라는 직업이 주는 피로와 스트레스, 인턴이 기사의 반을 기획해야 한다는 부담감, 글로 빌어먹고 사는 것에 대한 한탄, 안면 없이 건너 건너의 사람들에 관한 험담과 소문, 상사라는 작자의, 커피 타와라, 사투리 쓰지 마라, 몸무게가 몇이냐 등의 말들을 웃어넘겨야만 하는 현실, 때려치우고 말리라는 분개와 다짐, 타 방송국의 스카우트 제의, 그러나 메인작가의 사이코적 기질에 거절했다는 여담.


불만을 토로하는 저변에는 보이지 않는 우월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모 양이 말하는 직장생활의 비애가 내게는 한없이 부럽게만 느껴졌다.

"언니, 이번에 졸업해요?"

"아니요, 못해요."

하지 말아요, 라고 그녀는 진심으로 얘기했다. 하지만 그 말조차 내게는 한없이 가혹하게 느껴졌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과,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 차라리 나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쪽을 택하고 싶었다. 그녀는 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그녀에겐 적용되기 때문에 이런저런 불만들도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나는. 가능성이 없는 삶, 그것이 나를 음울하게 만들었다.

"언니는 뭐할 거예요? 등단?"

그저 웃을 수밖에 없는 나의 상황이 비참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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