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
요즘 기분 좋은 일이 없었다.
바뀐 항암약은 점점 그 위력을 발휘해..
치아까지 나빠지고 있다.
먹는 게 부실해지다보니 괜히 우울해진다.
이러다 항암만 하다가 인생이 끝날 것만 같다.
힘이 없는 머리카락은 늘 스트레스였고,
다니고 있는 회사는 마음대로 간다고 했지만,
괜히 눈치가 보여 마음이 편칠 않다.
친구들이나 지인들과는 통 연락이 없어..
하루에 전화 한 통을 받을까 말까다.
내가 먼저 연락을 해보지만 다들 유쾌한 일들이 없어
무거운 마음만 더해질 뿐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정기검진인데...
마음이 이러니 안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 또 우울하다.
내가 우울함을 알면 우울증인가? 아닌가?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싫고, 신나는 일도 없고, 감사할 일도 더더구나 없다.
마음이 이러니 몸이 탈이 날 수 밖에..
지난 주부터 머리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감기가 찾아왔다.
1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감기가 최근엔 잦다.
지난 연말부터 벌써 3번째..
그래도 웬만하면 목이 좀 아프거나 머리가 띵 하거나
콧물이 나는 정도로 그쳤는데, 이번엔 몸살까지 찾아왔다.
이틀간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약 먹고 잠만 잤다.
지척에 엄마가 계시지만, 하필 시골 시재를 가신 터라
SOS를 할 여지도 없이 혼자 앓았다.
그렇게 앓고 이틀을 앓고 난 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어제 저녁 늦게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은 둘째 치고 내 몸이 우선이었다.
몸살은 없어졌다고는 하나 기운이 없고, 식은 땀은 시도때도 없이 났다.
엄마 역시 연세가 연세인지가 무지 피곤할텐데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흔쾌히 해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난 염치 없이 엄마가 해준 오리백숙을 먹었고,
그냥 먹고만 오기는 미안했는지
시골에서 찍은 사진을 함께 보며 표정을 좀 예쁘게 하라고 수다도 떨었다.
내 집으로 내려오는 길..
가로등 사이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시 엄마 집으로 가서 우산을 가지고 와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비를 맞으며 나섰다. 발걸음은 가볍고, 몸은 가뿐하다.
감기가 다 나은 것 같다.
오리백숙의 힘일까? 사랑의 힘일까?
모처럼 내린 비로 마른 땅이 촉촉해진 것처럼
메마른 내 마음도 사랑으로 조금가벼워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