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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뒤늦게 본 재방송 인상 비평

by pdjohn

뒤늦게, 재방송(스페셜)으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시청했다. 쇼는 쇼답게 화려했고 볼거리가 넘쳤다. 70살이 넘은 나훈아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노래를 잘했다. 그가 왜 나훈아인지, 평생의 라이벌 '남진'이 그를 넘지 못하는 지를 알 수 있게 해 준 공연이었다.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보신 분들께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쇼의 구성면에서 기대치보다 새롭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쉽다.


시청률 29%에다가 신문과 SNS에서 다들 호평 일색인지라, 영화 한 편 본 셈 치고 봤다. 사실 예상한 대로의 그 쇼였다. 예전에 몇 차례 본 적이 있는 오래된 그의 쇼와, 마치 습자지를 대고 그리 듯 오차 없이 일치했다.


이럴 줄 알고 안 봤는데... 여대와의 단체미팅처럼 혹시나로 시작해서 역시나로 끝난, 익히 예상되는 그리 새로울 것 없는 나훈나의 쇼였다.


찢어진 청바지와 흰색 두루마기도 한 번쯤 입고 나올 것이고, 히트곡 메들리 부분엔 기타를 메고 무대 가운데서 엿장수처럼 박자를 늘였다 줄였다 하며, 뮤지컬 피날레를 장식하듯 꽃가루 내리는 무대 위를 휘저을 것이다. 그리고 종반부엔 한복을 입고 무대 가운에 놓인 큰 북을 칠 것이고, 그러다 신이 나면 웃통을 벗고 탄탄한 상체도 보여줄 것이다.


그런 틀에서 단 하나도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이 쇼가 볼 것이 없거나 나훈아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다음에 다시 콘서트를 한다고 해도 아마도 위에서 이야기한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늘 해왔던 쇼의 재탕을 보여줄 거라는 이야기다. 하긴, 50년을 넘게 활동한 원로가수가 새로우면 얼마나 새롭겠는가 싶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으면, 쇼 메이킹이 올드했다. 이미, <미스터 트롯>과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같은 곡으로 단련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기엔 다소 시대에 뒤쳐진 듯했다.

그런 의미에서, KBS가 아니라 요즘 최근 음악 서바이벌이나 트로트 쇼를 재미있게 만드는 tvN이나 TV조선, JTBC가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넘겨본다.

KBS 답게, 평소 KBS가 선호하는 큰 스케일의 세트나 언택트를 상징하는 다중캠 영상의 노출 등 새로운 영상적 시도는 명불허전의 볼거리가 되었지만, DJ 영상, 안무, 무대 연출 등은 몇 년 전 콘서트를 보는 것 같았다.

물론, 평소 나훈아 본인이 직접 쇼를 기획한다고 하니 연출진의 개입이 제한적이었을 수도 있다. KBS는 <가요무대>, <열린 음악회>와 같은 '비폭력 청정 방송'을 꾸준하게 만들어 온 관록과 스테레오 타입의 공영방송이 아니던가. 처음부터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70이 넘은 나이에도 신곡을 발표하는 도전정신과 예술혼 그리고 2시간 넘도록 게스트 없이 자신의 목으로 커버하는 메가톤급 체력도 대단했다.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아우라와 단단한 몸은 그의 나이를 상기해 볼 때, 매우 놀라운 것이 분명하다. 남진은 물론이고 송대관 태진아도 그리하기 힘들 듯.

사실, 신곡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9급 공무원 합격'이 꿈인 요즘 청년도 못 따라갈 도전 정신과 중간중간 멘트를 통해 전달되는 그의 인간적인 매력은 존경스러움 그 자체라고 평해 본다.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들고 적다 보니 급격히 몰려오는 피로감에 터널 증후군이 올 지경이다. 아쉽게도 칭찬을 짧게 마무리해야 할 듯싶다. 나훈아의 콘서트는 코로나로 밋밋해진 추석 연휴에 훌륭한 볼거리임에 틀림없으나, 개인적인 인상 비평상 내겐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는 점이 아쉬워, 주제넘게, 손가락에 쥐 날 정도로 투덜거려 봤다.

'가왕' 위에 '가황'이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가 앞으로 100살까지 왕성하게 활약해주시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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