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왜 게임과 도박에 몰두하는가?
디지털 사회가 되기 이전에도 사람들은 운동경기나 비석치기 등과 같은 놀이를 통해서 게임을 했고, 또 주사위나 카드 같은 다양한 형태로 도박을 했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화가 되고, 온라인화되면서 게임과 도박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고 산업화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사실 게임과 도박의 경계는 모호하다. 같은 내용인데도 재미와 실력을 뽐내는 것은 오락에 속하고 금전적 이익을 중시하면 도박에 속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가족 간 카드나 화투 같은 것이다. 상금이 큰 경우도 실력을 겨루는 경우(바둑이나 체스 등)는 도박이 아닌 경우가 많지만, 금액이 적더라도 금전을 목적으로 할 때는 도박이 많은 이유다.
게임과 도박은 중독성이라는 문제를 야기하는데, 그것의 요인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자들이 그 요인을 분석하고 대안 또한 제시하려고 노력하였다.
이에 대한 초기 연구(1970-1980년대)에서는 주로 도박이나 게임 ‘중독’에 대한 심리적 요인에 집중했었다. 이 시기에는 중독을 정신 질환으로 간주하고, 개인의 성격 특성이나 심리적 문제(예: 불안, 우울증 등)가 중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으며, 행동주의 심리학 관점에서 보상 강화 중심의 접근,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역할에 대한 초기연구가 시작되었다. 또한 충동성, 낮은 자아 존중감 등의 성격적 요인이나 가족의 도박 이력, 사회적 압력 등 도박 중독을 촉진하는 환경적 요인이 주로 다루어졌다.
중기 연구(1990-2000년대)에서는 오락기와 게임 산업의 보급, 확산으로 게임 중독과 도박 중독이 문제가 되어 중독 연구가 활발해졌으며,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 게임의 발전으로 중독 현상에 미치는 여러 영향을 함께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사회문화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과의 통합적 연구가 진행되고, 도박 중독의 의학적 접근과 치료 방법의 연구가 확대된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의 증가로 인해 도박과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게임별로 정교한 보상 시스템의 개발로 게임과 도박에서 중독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 증가함에 따라 그 위험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으로 온라인 게임에서의 사회적 연결이 중독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의 연구(2010년대 이후)에서는 게임과 도박 중독을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으며, 뇌의 보상 시스템과 관련된 연구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게임과 도박의 심리적, 사회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경향이 있다. 뇌과학 발달로 인한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 규명,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온라인 도박/게임 연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게임 산업에서는 이를 역이용하여 사용자를 늘리기 위한 도구와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중독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신경생물학적으로 분석하고 친구나 가족의 영향, 사회적 고립감 등의 사회적 요인, 게임 디자인의 진화(예: 랜덤 보상, 지속적인 업데이트 유도 등)와 중독의 관계를 분석하는 기술적 요인을 주로 연구 테마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의 결론으로 도박이나 게임의 중독은 심리적·사회적·경제적 요인 등 여러 요인으로 진행되는데, 중독자는 종종 심리적 요인으로 스트레스 해소, 감정 조절, 또는 현실 도피를 위한 도구로, 또 친구나 가족의 영향 또는 가족이나 사회적 지지의 부족 등의 사회적 요인으로, 기타 경제적 요인 등으로 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
위와는 다른 관점인 불교심리학적인 측면에서의 고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불교 심리학적인 관점에서는 모든 고통의 근원에 '자아에 대한 집착'과 '자아 발현의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동일한 이유로 자아에 대한 집착과 자아 발현의 욕구는 게임이나 도박 중독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런 자아에 대한 집착이나 자아 발현의 욕구야말로 불교심리학적 관점의 특징일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심리학적 접근에서도 충분하게 고려할 만한 내용을 제공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요소로 분석할 수 있다.
1. 자아에 대한 집착
불교에서는 '자아'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상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문 분야에서와 현대 사회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며, 따라서 끊임없이 자아를 강화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게임이나 도박은 개인이 자신의 능력이나 성취를 통해 자아를 강화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예를 들어, 게임에서의 승리나 도박에서의 성공은 개인의 자아 존중감을 높여주고, 자신을 남보다 우월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데 일조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2. 자아 발현에 대한 욕구
불교 심리학에서는 또 자아 발현의 욕구가 종종 고통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개인이 자신의 자아를 과도하게 드러내고자 할 때, 이는 불안정한 정체성을 초래할 수 있으며, 남과 비교하여 끊임없이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와 고통을 초래한다. 반대로 남보다 더 나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남보다 운이 더 좋다는 믿음을 포함하여 자기 과시의 충분한 증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게임과 도박에서도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 이러한 자아 발현 욕구의 충족은 동시에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악순환의 고리로 들어가는 지름길이 된다.
3. 우월감과 비교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느낌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불교에서 제시하는 4가지 근본 번뇌 중의 하나인 아만(我慢 - 자기 자만)에 속한다.
불교의 심리학이라도 할 수 있는 대승불교의 유식학(唯識學)에서는 의식의 가장 심원한 부분을 이루는 아뢰야식(8식, 심리학의 무의식과 유사한 개념)이 전변하여 생겨난 염오식(染汚識)으로서의 말나식(末那識, 7식, 심리학에서의 잠재의식과 유사한 개념)이 아직 전의(轉依)을 이루지 못한 상태 즉 아직 정화(淨化)되지 못한 상태의 말나식이 항상 상응하는 4가지 - 아치(我癡) · 아견(我見) · 아만(我慢) · 아애(我愛) - 를 '근본 번뇌'라고 한다. 이는 말나식이 아뢰야식을 자아로 착각하고 집착하여 일으키는 마음 작용으로, 인간의 의식 저변에 있는 뿌리 깊은 자아 관념을 뜻한다. 4근본번뇌(四根本煩惱), 4종번뇌(四種煩惱) 또는 4혹(四惑)이라고도 한다. 《성유식론》 제4권에 따르면, 염오식(染汚識)으로서의 말나식이 상응(相應)하는 4근본번뇌는 아치(我痴)가 근본원인이 되어서 아견(我見)→아만(我慢)→아애(我愛)의 순서로 생겨난다.
여기에서 아치는 무명(無明)을 말하는 것으로, 말나식으로 하여금 아상(我相) 즉 자아[我, ātman]의 양상에 대해 어리석어 무아(無我)의 이치에 대해 미혹[迷]하게 하는 마음작용(즉, 내가 있다는 생각)이며, 아견(我見)은 아집(我執)을 말하는 것으로 나에 대한 집착으로, 말나식으로 하여금 비아법(非我法) 즉 자아가 아닌 법에 대해 망령되이 계탁하게 하여 그것을 자아로 삼게 하는 마음작용이다. 또한 아만(我慢)은 거오(倨傲: 거만과 오만)를 말하는 것으로, 말나식으로 하여금 소집아(所執我), 즉 망령되이 계탁하여 실재하는 자아로 삼은 환영적인 자아에 대해 '믿고 의지하고 자부[恃]'하여서 고거심(高舉心: 지신을 높이고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내게 하는 마음작용이고, 아애(我愛)는 아탐(我貪)을 말하는 것으로, 말나식으로 하여금 소집아(所執我) 즉 망령되이 계탁하여 실재하는 자아로 삼은 환영적인 자아에 대해 탐착(耽著: 탐은 깊이 빠져서 열중하여 즐기는 것, 착은 들러붙어서 떠나지 못하는 것)하게 하는 마음작용이라고 한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이러한 분석은 '아만'이라는 번뇌가 게임이나 도박에서의 경쟁 요소와 결합되어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고도의 심리적 기법을 적용하는 게임 플랫폼에서 랭킹 시스템이나 도박에서의 승패 비교는 개인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우월감을 느끼게 하며, 이러한 비교는 자아의 강화로 이어지고 중독적인 행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분석은 보다 근원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종래의 심리학적인 접근에서 게임이나 도박의 중독 메커니즘을 보면 주로 도파민과 보상회로의 메커니즘에 의존해서 설명한다. 먼저 ‘도파민 분비 과정’을 보면 도박이나 게임 활동 시 승리 예측 단계에서부터 도파민 분비가 시작되며(실제 보상을 받을 때보다 보상 예측 시점에서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함), 불확실성이 클수록 도파민 분비량이 증가한다. 또한 도파민 분비에 의해 측좌핵과 전전두엽 영역의 신경회로가 활성화하고, 보상 경험이 반복될수록 보상회로가 강화되어 습관화되는 ‘보상회로 활성화’가 시작된다. 이로서 도박/게임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지속적인 도파민 자극으로 인한 내성이 발생하고,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 악순환 형성되며, 보상회로의 구조적 변화로 인한 의사결정 능력 저하하는 ‘중독성 형성 과정’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왜 사람들이 도박이나 게임에 지속적으로 빠져들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유사한 조건에서 중독으로 빠지지 않는데 이것을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이들은 자기 조절 능력이 뛰어나거나 게임이나 도박 이외의 건전한 대안이 존재하거나 혹은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는 경우였다. 개인의 자기 조절 능력이 높을 경우, 재미와 호기심이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경우다. 또 게임이나 도박 외에도 다른 건강한 취미나 활동이 있을 경우도 중독의 위험이 줄어든다고 한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재미와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다면, 특정 활동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또 가족이나 친구의 지지와 이해가 있을 경우와 같이 사회적 지지가 뒷받침될 경우도, 중독의 위험이 감소할 수 있으며,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도 개인이 건강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불교 심리학적 치유관점에서도 자아 집착이 게임 중독에 미치는 영향을 심리적 요인으로 분석하고, 자아의 개념을 불교 심리학의 무아(無我) 개념과 연결하여 중독 행동을 설명한 것처럼 명상과 마음챙김, 그리고 불교적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를 예방하거나 치유하는데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명상이나 마음챙김은 현재, 이 순간을 직시하는 마음으로 망상에서 벗어나 자아 집착을 줄이고, 중독 행동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러한 기법들은 개인이 자아를 고정된 존재로 보지 않도록 도와주며 집착으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불교적 원리를 바탕으로 자아 집착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불교심리학적인 중독 예방 및 치료 프로그램들도 많이 개발되어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치유 방법은 중독현상에 벗어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행복한 삶’으로의 전개를 하도록 돕는 효과가 있다.
결론으로 불교 심리학적 관점에서 자아 집착은 게임 중독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최근 연구 결과들도 자아 집착이 중독 행동을 강화할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어, 이를 줄이기 위한 불교적 접근법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이러한 연구들은 중독 예방 및 치료에 있어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자아에 대한 집착을 줄이는 것이 중독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가 게임과 도박에 몰두하는 이유와 그 근원적인 내용을 이해함으로써 이제 순수한 호기심과 재미의 세계로 떠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였다. 이들 무거운 주제를 벗어난 ‘재미’나 순수 ‘호기심’과의 연계는 다음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