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분별(是非分別)이라는 말이 있다. 시비와 분별이 합쳐진 말인데, 시비와 분별은 우리가 비슷한 말 또는 유사한 말로 알 수도 있지만 사실은 다른 뜻이다. 시비(是非)는 글자 그대로 옳고 그름을 분간하는 것이고, 분별(分別)은 종류나 성질이 다른 것을 구별하는 것이다.
이들 글자 자체의 뜻에는 아무런 분쟁의 소지가 없다. 그렇지만 이것에 '내 생각이 옳다는 생각'이 달라붙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이런 생각에는 ‘내가 남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데 이것이 시비분별에 붙으면 시비는 단순하게 옳고 그름을 분간하는 것을 넘어 ‘어느 것이 우월한지 따지는 것’이 되고, ‘나는 옳고 당신은 틀린 것’으로 발전하게 되며, 내가 옳은 것을 증명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라도 트집을 잡거나 말다툼이 되는 진흙탕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러한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생각이 논쟁으로 발전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저 사람은 시비하기 좋아해서 항상 옳고 그름을 따지고 말한다."라고 표현하는 수준을 넘어 "저 사람은 작은 문제라도 늘 시비를 걸어오니 조심해" 정도의 수준이 되면 원활한 대인관계에 저만큼 물을 건너간다.
분별(分別)은 ‘시비처럼 구분하는 것’은 맞지만 일반적으로 시비보다 더 넓은 범위를 포함하고 있다. 분별은 ‘옳고 그름’뿐만 아니라, ‘여러 기준에 따라 다양한 것들을 구분하는’ 의미를 포함한다. 좋고 나쁨, 필요성과 중요성 등 여러 가지 '기준'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다. 이 분별에도 '내 관점이라는 차별'이 작용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으로 구분하게 되고,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은 가까이하고 싶어 하고 싫어하는 것을 멀리하는 것에 이르게 되며, 나아가 나는 좋아하는 데 왜 저 사람은 안 좋아할까와 같이 차별하는 마음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순간에서 첫 번째가 이 ‘시비, 분별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며, 그것에 붙은 나와 남을 구분하는 우월의 마음, 차별의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서로 분리하고 나누는 마음이 없을 때 모든 것이 하나가 된다.
삶을 살면서 분별하지 않고는 살아가기가 어렵다. 분별은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한 목적'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비는 종종 감정적인 태도를 동반할 수 있지만, 분별은 객관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일상생활에서 필요성이 더 크다. 그렇다. 시비분별이라는 것보다 그것의 끈질기고 바탕을 이루는 내가 옳다는 생각, 내 것이 우월하다는 생각을 없애는 것이 더 큰 내려놓음일 것이다. 우리는 이 '나라는 집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나라는 생각을 내려놓을 때 시비분별은 비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갖는다.
일요일 아침에 아내와 이야기를 통해 한 수 배운 것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