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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호기심(1)

by 대한

1895년 미국 학자, 스튜어트 컬린(Stewart Cullin·1858~1929)이 ‘조선’의 놀이에 관해 쓴 책, 『Korean Games-With Notes on the Corresponding Games of China and Japan』을 100년도 더 지난 2009년에 국내에서 번역(『한국의 놀이-유사한 중국·일본 놀이와 관련해』)하자 국내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책에서는 윷놀이, 공기놀이, 제기차기, 팽이치기, 스라미, 죽방울, 무등초, 거미줄 채 등 무려 97가지의 한국전통놀이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의 주장에 의하면 모든 놀이의 원형이 윷놀이이며, 서양의 카드와 일본의 화투의 기원이 우리나라 신라 시대의 투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투전은 중국으로 가서 마조(馬弔)가 되었고, 이태리로 수입되어 트럼프 카드가 되었다. 이것이 포르투갈을 통해 일본으로 왔다가 다시 우리나라에 수입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조선일보의 박학다식한 논설위원인 이규태 코너에까지 등장해서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https://zrr.kr/wmAJ, [이규태 코너, 주체성 찾은 화투(조선일보)] 꼭 이 내용이 아니더라도 역사적으로 볼 때 한·중·일 삼국은 늘 서로의 문화를 주고받으면서 발전(?)시켜 왔기 때문에, 놀이 분야에서의 문화교류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장 최근의 경우의 하나가 일본에서 간편하게 만든 화투의 수입이다. 자료에 의하면 이것도 일본에서 가져왔지만, 놀이 방식은 우리 전통의 투전 방식을 많이 따랐는데 그것도 각 시대의 상황에 따라 규칙과 운용방식이 달라져 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한 화투에 대한 변천의 역사는 별도로 논의하기로 하고 이곳에서는 생략한다.

여기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 ‘게임의 역사에서 가장 원초적인 게임은 무엇이고 그것은 무엇에서 출발했나’하는 것과 ‘왜 사람들은 게임에 대해서 열광하는가’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자면 게임의 원조는 ‘홀짝’이 아닐까 생각된다. ‘홀’인지 ‘짝’인지를 맞춰서 승패를 가리는 것이 이른바 ‘홀짝’ 게임이다. 가장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도박의 하나로 누구나 한 번쯤 체험이나 혹은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88 올림픽 때 세계적으로 알려진 홀짝제(그 당시에는 교통 인프라에 비해 자동차가 많아 교통체증이 심각했는데 올림픽까지 겹치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차량 2부제를 실시했는데 그것이 홀짝제였다)의 의미도 있다. 이것의 승리 또는 패배 확률은 50%다. 이 홀짝제는 다양한 형태로 발달해 왔는데 오늘날 축구에서 선공을 결정하는 ‘동전 던지기’도 이의 변형이다.

나중에 이것보다 더 혁신적인 방법이 나왔는데 그것이 ‘가위바위보’다. 이것은 비기는 것을 추가해서 승리의 확률을 33%로 낮추기는 했지만, 실패의 확률도 같은 비율로 낮췄다. 승리 가능성으로 보면 상당 부분의 기대(가능성)가 증가한 것이다. 기초를 이루는 사상으로 따지면 홀짝이 음양이 해당된다면 가위바위보는 삼태극에 해당되는 것이다. 묵찌빠는 가위바위보를 활용한 변형 게임이다.

그다음 혁신적인 놀이가 ‘주사위 놀이’다. 이것은 승리의 비율은 더 낮지만, 상대 성적과 연계하여 재미 요소를 높인 더 혁신적인 놀이 방법이다. 자의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운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더 흥미가 높아진다. 정육면체의 면에 각각 1에서 6까지의 숫자 또는 상징을 표시하고 주사위를 굴려서 우위를 가린다. 주사위를 2개로 해서 격차를 벌리고 여러 족보를 만들어 게임을 하기도 한다. 1975년 경상북도 경주시 월성의 안압지라는 연못에서 14면체 주사위인 ‘주령구’가 발굴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유일한 14면체 주사위다. 그 각각의 면에는 다양한 벌칙을 명기해서 놀이를 했다는 점에서 주사위 게임보다 더 진일보한 게임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것보다 더 대단한 놀이가 있다. 자신의 실력과 운과 게임 규칙을 더해서 재미 요소와 점괘의 요소를 더한 윷놀이가 그것이다. 윷놀이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의 설이 존재한다. 앞서 인용했던 책에서는 신라시대의 놀이로, 『한국의 민속』(임동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75)에서는 중국 사서인 『수서(隋書)』 백제편에 윷놀이가 언급된 것을 근거로 백제에서의 발생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신석기시대의 유물인 고인돌에서도 윷놀이 판이 나타나고 있고, 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언들에게서도 지역과 상관없이 광범위하게 윷이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었음을 볼 때 훨씬 더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전남 보성의 대원사 회주이신 현장스님은 윷놀이가 기원전 2700년 전 배달국의 자부선인이 역법의 이치를 놀이를 통해 깨닫도록 만든 것이고 주장한다. 컬린은 앞의 책에서 한국의 윷놀이는 전 세계 수많은 놀이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고 극찬하면서 서양의 체스나 일본의 야사스카리 무사시가 윷놀이에서 유래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야구경기 또한 우리 윷놀이 형식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였다. 또 네덜란드의 역사가 호이징가는 모든 문화는 놀이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한다.

윷은 밤나무, 감나무, 박달나무로 만드는 데 손으로 잡기 좋은 굵기의 나무를 15센티 정도로 잘라 두 도막으로 만든 다음 반으로 갈라 네 쪽으로 만든다. 손이 억센 남자용은 적당히 다듬어서 만들지만 부인과 어린이용은 박달나무를 잘 다듬어서 만드는데 윷가락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맑고 아름다워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밤윷은 밤알 크기만 한 나무를 쪼개서 만드는데 네 쪽의 윷을 높이 던져서 요란스럽게 떨어지는 장작윷과 달리 밥윷은 질그릇 속에 넣어서 흔든 다음에 던지는 방법을 쓴다.

윷놀이는 도, 개, 걸, 윷, 모 다섯 개의 말이 있고 각각은 돼지, 개, 양, 소, 말의 동물을 상징한다. 이 역시 고구려 이전의 동물을 상징하는 군대의 출진도를 듯한다는 주장이 있다. 게다가 돼지는 홍돼지, 개는 푸른 삽살개, 양은 흑염소, 소는 황소, 말은 백마로 표기하여 오방색과 화수목금토의 오행을 나타내기도 한다.

윷판은 사각 또는 원형으로 나타내는 데, 인쇄가 발달하기 이전의 윷판은 대개 원형으로 되어 있다. 윷판은 29개의 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은 별자리를 나타낸다고 한다. 중앙의 별은 북극성이고, 북극성을 중심으로 청룡칠수, 백호칠수, 현무칠수, 주작칠수의 28수와 북두칠성이 운행하는 이치를 윷판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중앙점과 동서남북의 점을 빼면 나머지는 24개가 되는데 24 절기를 나타낸다고 한다.

윷판(또는 윷놀이판)은 중앙을 방(方)이라고 하고 네 귀퉁이를 만들어 말들이 교차하거나 방향을 바꿀 수 있게 한다. 출발점을 다는 곳이라고 하고 출구를 나가는 곳이라고 한다. 4개의 말을 사용하여 나가는 곳으로 나가면 한 동이 났다고 하고 4동이 먼저 나가면 이기게 된다.

윷놀이는 4개의 앞뒤가 분명한 패를 던져서 그 모양에 따라 5개의 순서가 나타나는 결과(도, 개, 걸, 윷, 모)를 활용한 게임이다. 그런데 윷이나 모가 나오면 추가로 게임을 더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만, 무조건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윷판에는 돌아가는 길과 지름길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빽도와 함정을 추가하기도 한다.) 이것은 윷을 던지는 기술과 운, 그리고 말을 어떻게 놓을 것인가 하는 전략이 모두 필요한 정교한 게임이다. 그래서 윷놀이가 모든 놀이의 원형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 같다.

이러한 고도로 정교한 게임 문화 속에서 투전이 나왔고, 이것이 세상을 한 바퀴 돌아 오늘날 화투가 되었다고 하는 주장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게임에 열광하는가 그것은 2편으로 이어진다.

화투에 대해서 바로 압시다. https://m.blog.naver.com/331jw/100184680734

도박의 역사와 심리(신동아, 강명관)

https://shindonga.donga.com/society/article/all/13/102053/1

나무위키, 한국의 민속놀이 투전, https://namu.wiki/w/%ED%88%AC%EC%A0%84

19세기 美인류학자 저술 「한국의 놀이」 완역(기호일보),

https://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75

[이규태 코너] 주체성 찾은 화투(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2/02/24/2002022470251.html

(https://zrr.kr/wmAJ)

석현장스님 페이스북 2021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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