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여 들어서 사람의 마음을 얻다
장자 달생편(達生篇)에 닭싸움[투계(鬪鷄)]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닭싸움을 좋아했던 주나라의 선왕은 쓸만한 투계가 생기자 ‘기성자’라는 당대 제일의 조련사를 찾아 최고의 투계로 육성해 줄 것을 부탁했다.
10일 후 선왕이 “닭이 싸우기에 충분한가?”라고 묻자 기성자는 “아닙니다. 닭이 강하나 교만하여 아직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다시 10일 후 선왕이 묻자 “상대방의 소리와 그림자에 너무 쉽게 반응합니다.”라고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음을 보고하였다. 그리고 다시 10일 후에도 “상대방을 노려보는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입니다.”라고 보고하였다. 다시 10일이 지나 묻자 기성자는 “예, 닭이 완전히 마음의 평정을 찾아 마치 목계(木鷄) 같이 보입니다. 닭이 덕을 완전히 갖추어 어느 닭이라도 그 모습만 봐도 도망칠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선왕은 믿음을 갖고 최고 조련사의 의견을 경청하여 최고의 투계를 얻었으며, 기성자는 선왕의 믿음에 보답하였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도 둘째 아들 ‘이건희 현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면서 ‘木鷄(목계)’라는 글을 친히 써 주면서 경청과 신뢰라는 교훈을 물려주었다.
더글러스스톤이 쓴 『대회의 심리학』에 보면 대화를 단절하는 법이 나온다. 그 첫째가 남의 이야기를 내가 판단해서 받아치는 패턴이다. ‘저희 회사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어요.’ ‘오, 대단한데요? 10년이면 대부분 망하잖아요.’ 이런 패턴이라면 상대방의 대화 의지를 꺾기에 충분하다. 둘째는 자신의 흥미와 관심으로 대화를 채우는 패턴이다. ‘유능한 인재가 잘 들어오지 않아요.’ ‘그래요? 어떤 방법으로 사람을 구하는데요?’ 이런 습관 역시 자신의 의도를 바탕으로 얘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상대의 대화 의지를 줄인다. 세 번째는 상대의 말을 가로채는 패턴이다. ‘저기 클럽이 있네요.’ ‘골프가 취미군요. 저도 아주 좋아해서 한 달에 한 번은 나가고 있어요. 요전 날에는 80을 쳤다니까요’. 마지막은 정면으로 부정하는 패턴이다. ‘그렇기는 해도 당신 회사 상품은 비싸서 살 수가 없어요’ ‘아니에요, 비싸지 않아요. 품질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싼 편이죠.’
반면에 상대의 마음을 열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여유도 필요하다. 대화하다가 침묵이 찾아오면 상대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상대를 깊이 알아가는 방법은 침묵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라고 한다. 침묵에 인내하는 기술을 익히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수준이 3단계나 쑥 올라간다. 상대방이 생각하고 있으면 침묵을 지켜준다. 그래야 상대방이 마음을 열고 얘기할 수 있다. 침묵 공포증에서 벗어나면 무대가 바뀐다. 또 다른 기술은 부정적인 연결어(접속사) 사용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만’ 등의 부정적인 연결어 사용을 없애고 긍정적인 말로 바꾸기만 해도 대화는 훨씬 부드럽게 흘러가고, 듣기도 훨씬 상쾌하게 들린다. 그리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우선 받아들이라. 그리고 나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동정이 아니라 공감을 표명’ 해야 한다. 동정은 ‘내가 남에게 전달하는 정보’라고 한다. 사람들은 동정받는 것을 싫어한다. 우월감(또는 열등감)이나 상대를 가엽게 여기는 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반면에 공감은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기분인지 아는 상태’이다. 상대방에 대한 평가가 없으며, 상대가 주체가 된다. 공감은 상대가 생각하는 것을 자신도 느끼는 것이다. 상대와 같은 입장에 서서 세계를 상대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며, 자신의 가치관 같은 필터가 없어야 한다. 동정받기는 싫어도 공감해 주는 것을 싫다고 할 사람은 없다. 공감하며 말을 들어주는 것이 의사소통의 기본이다. 그래서 공감하며 듣는 것을 최고의 경청이라고 한다.
앞의 닭싸움에 대한 고사는 경청에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포함되어 있다. 신뢰와 존중, 그리고 경청 모두 말로는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오랫동안 남에게 말을 해오던 나에게는 훨씬 어려운 일이다. 오늘부터라도 더 부지런히 반성하고 익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