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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을 기다리는 사회

by 대한

IMF 때 그 당시 우리나라 선수로는 처음 LPGA 대회에 출전했던 박세리 선수가 호숫가에 떨어진 공을 그린에 올리고 연이어 홀 컵에 넣으면서 LPGA우승을 거머 줘, 실의에 빠져 있던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 당시 호숫가에 떨어진 공을 치기 위해서 양말을 벗고 호수에 들어갔을 때 훈련으로 까맣게 탄 양말 위 종아리와 원래의 흰색 피부가 대비된 양말 속 피부가 그동안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기 위해 노력했던 박세리 씨의 노력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참으로 짠했었다. 그때 이후 10년도 안되어 박세리 선수에 자극받은 박세리 키즈는 세계 여성 골프계를 주름잡았다.

유사한 시기에 야구 투수 박찬호 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여 성공적으로 안착함으로써 많은 후배 메이저 리거의 우상이 되었다.

영웅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이처럼 영웅은 후학으로 하여금 가슴 뛰게 만들며, 그들에게 희미하지만 굵어 보이는 길을 제시한다. 그 길은 희미했지만 사람들이 연달아 다니게 되면 이내 뚜렷한 길이 된다.

영웅을 키워내지 못하고 영웅이 되려고 하는 사람을 철저하게 저격하는 사회에서는 새로운 산업이, 문화가, 정신이 싹 틀 수 없다. 이른바 “박제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이런 문화에 적응하기가 어려운 데 특히나 요즘 세대에게는 그렇다. 정보가 풍부하고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저항 대신에 조용히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열(熱)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마음의 구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지역이 출산율은 높지만 그들을 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젊은 사람이 없기도 하지만 있는 젊은 이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유출된다. 이것이 지역 소멸 원인의 하나이다. 아직도 배타적인 문제로 외지인을 몰아내는 것처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가 마음의 구속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에 그 피해를 스스로 입게 되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표현이 그곳 출신이지만 서울에서 가서 출세한다는 의미 이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데 무슨 지역균형발전이 있겠는가.

특출 나지 않은 외모와 성장배경, 그리고 흙수저 집안 출신으로 중국 영웅이 되어 많은 중국 젊은이에게 영감을 주었던, 알리바바의 마윈은 중국의 영웅이다. 모택동 이후 중국인들에게 가장 크게 각인되었다던 마윈은 그의 명언집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사람들은 영웅을 보고 꿈을 꾸고 영웅의 성공을 보고 따라 한다.”

그렇다. 사람들은 영웅을 본다. 그 길을 보고 따라 한다. 그 길은 어려운 길이지만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그 길에서 다시 성공을 한다. 영웅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회, 영웅이라는 말은 있지만 영웅이 사라진 나라는 새로움을 기대할 수 없듯이 영웅이 나지 않는 사회는 발전이라는 말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지역 발전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스타트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이유다. 지역에서의 스타트업의 성공은 젊은이들의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 일자리를 다양성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이며, 그 다양성은 다시 영웅이 탄생하는 토양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많은 스타트업이 발전하여 양질의 일자리, 특히 여성의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양분을 제공하게 되길 기대한다.

일요일 아침에 친구를 기다리며 몇 글자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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