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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저작침(磨杵作針)과 시스템 사고

by 대한


어제(5/9) 경상국립대학교 내동캠퍼스에서 로컬콘텐츠중심대학과 아름다운마을연구소가 주관하는 「북새통 플러스」 행사로 “시스템 사고 워크숍”이 있었다. 게임 형식을 빌어 시스템 사고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워크숍이었다. 매달 모임을 이어오고 있는 「북새통」 식구들 이외에도 관련된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비영리단체 시스템리더십교육센터 정창권 대표님의 진행으로 함께 게임하면서 워크숍을 즐겼다.

정창권 대표님이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함께 개발했다는 ’해양생명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게임’으로 시작했다. 6개의 팀이 6개 나라를 대표하여, 해양 어족 지원을 확보하려는 각국의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성을 유지하면서 해양 어족 자원 확보하는 게임을 하였다. 그러나 각국이 치열하게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 결과 해양 자원의 고갈을 막지 못하고 첫 회에는 2년 차에, 2번째에서는 8년 차에 모든 해양 자원이 고갈되어 게임이 종료되었다.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분석에서, 그리고 몇 가지 동영상을 통해서 원인을 분석하고, 그 원인이 해결되면 문제가 해결되는지, 각자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사례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또한 어떻게 했어야 했는가?라는 물음에서 공유지(The commons, 왜 이것을 공유 자원이라고 하지 않고 ‘공유지’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본어에서는 그냥 코몬즈라고 하거나 경우에 따라 입회지나 공유지로 부르는데 이것에서 연유되었는지 궁금하다)의 개념과 사유물이 아닌 공유자원이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각자 최선을 다하는데 왜 시스템이 쉽게 망가지는 현상이 발생하는지 등을 확인했다. 이로서 부분 최적이 항상 전체 최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엄지손가락 씨름을 통해서 게임이 항상 제로썸 방식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배우고, 스위스 고산 목초지를 지속 가능하게 활용하는 사례를 통해서 현상 관찰과 오랜 시간 조절을 통해 시스템을 최적화시킨 사례를 배우게 된다.

삼각형의 집합체에 삼각형은 몇 개가 있는지 확인하고 삼각형 1개를 지우면 삼각형 몇 개가 줄어드는지 확인하면서 삼각형 1개를 줄이더라도 삼각형은 1개만 줄어들지 않는 것을 확인한다. ‘자기가 지정한 2 사람의 중간에 서기’ 게임을 통해 우리의 움직임은 또 다른 모든 움직임과 연관되어 있음을 느끼고, 우리 지역의 문제인 ‘폐교 문제’와 같이 우리가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의 분석을 통해 우리는 단순하게 인과 관계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의 주된 인자를 확인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을 배운다.

정대표님의 유연하고 깔끔한 진행을 통해서 시스템사고 하에서 용인되는 다양한 생각들의 섭수와 융합을 확인하고 다음에 더 심도 있는 워크숍에서 만나기를 기약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마저작침(절구공이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이었던 이백(李白)이 공부를 하다가 학업을 완성하기 전에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길에서 노파가 절구공이를 갈고 있는(磨杵)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물으니 ‘바늘을 만든다(作針)’는 것이었다. 이 말에 느낀 바가 있어서 이백은 되돌아가 정진하여 학업을 완성하여 훌륭한 인물이 될 바탕을 지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누구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거나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노력하여 이룬 것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된다.)과 같은 태도를 존중받아 왔다. 이른바 모범생 스타일이다.

물론 현대에서 성실성의 가치가 모두 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시스템 교육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부분 최적화가 늘 전체 최적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시스템 사고를 바탕으로 한 시각과 이해가 선결되어야만 성실성이 의미가 나타날 수 있다. 방향이 전혀 다른 쪽을 향하고 있다면 성실성은 오히려 문제 해결과는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동양의 노장 사상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야기하고 있고, 더 오랜 역사와 깊이를 갖고 있는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연기로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만이 존귀한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고, 환경과도 늘 주고받고 연결되어 있어,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사고야 말로 가장 지속 가능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AI 시대에도 한정된 자원으로 구성된 지구에서는 많은 생명들이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 또한 시스템 사고에서 제시한 것처럼 특이점은 ‘지연’이라는 현상 때문에 비선형적으로, 갑자기 발생한다. 우리가 현재에도 인과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를 대며 미그적거리는 사이에 특이점이 이른 시일 내에 갑자기 들이닥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불교에서는 행복을 지족을 통해서 얻는다고 설파한다. 씨스피라시 다큐멘터리를 통해 수산업의 폐해를 방송했지만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멘트, ‘생선을 덜 먹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는 정대표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우리의 욕구를 더 들여다봐야 한다. 아니다. 우리는 사실 정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용기를 못 내고 있고, 그것을 말로 하지 않을 뿐, 그래서 다음 워크숍이 더 기다려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때 시간이 될까 모르겠다.

추기) 마저작침은 마부작침(磨斧作針;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들다)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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