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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Apr 14. 2023

[비즈니스 이야기] 명함을 받으면서

예전에 크기가 작지만 강력한 성능을 가진 용접기를 개발한 사장님을 만났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이 개발한 기기에 대한 큰 자부심이 있었다. 그래서 국내는 물론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다양하게 영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받은 명함에도 회사 이름 위에 'Small and Powerful'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우리말로 하면 '작지만 강력한'이라는 기기의 성능을 나타내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불쑥 물었다. "작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입니까? 단점으로도 작용을 하나요?" ’단점‘이라는 말에 사장님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작다는 것은 공간도 적게 차지하고 필요시 움직이기도 용이하며, 구조가 간단하여 유지보수에도 용이하기 때문에 상당한 장점이 되지만 작다고 해서 크게 단점으로 작용할 부분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상징 문구를 'Compact and Powerful'로 바꾸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영어에서 ‘But’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앞뒤에 서로 다른 상대적 의미의 단어를 사용하면 ‘단점을 갖고 있지만 장점도 갖고 있는’는 뜻으로 느낄 수가 있으므로 ‘작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and’로 연결하여 ‘압축되고 강력한’으로 표현하거나 긍정 단어를 앞에 두어서 ‘Powerful but compact, 강력하지만 콤팩트한’의 의미로 바꾸는 것이 서양사람들에게는 더 어필이 될 것 같다는 설명을 했다. 

우리 동양문화에서는 겸양의 미덕이 있어서 ‘---하지만 ---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자신을 낮추는 것이 장점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서구적 인식으로는 단점은 단점이고 장점은 장점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굳이 단점을 부각시켜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줄 필요가 없다. 사장님도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한 그런 영어식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다행히 위의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동의하고 다시 고려해 보겠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비즈니스모델과 특허 포트폴리오로 옮겨가서 어떻게 비즈니스모델과 특허 포트폴리오를 짜야 중장기적인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으로 이야기가 계속됐다.



이야기가 한참 진행된 뒤에 사장님의 전공을 알게 되었는데 독일어를 전공했다고 한다. 순간 당황을 했다. 아니 이런, 공학을 전공한 내가 공자님 앞에서 문자를 썼구나. 그런데 제대로 문자를 쓰기는 했나? 그래서 다짐했다. 다음 기회에는 좀 더, 아니 많이 겸손하게 물어봐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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