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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Apr 12. 2023

[세상만평] 삼성 유감


어제저녁 늦게 평소 학문적으로 깊이 존경하는 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느 중소기업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여 기술이전을 하는 과정에 있는데 삼성에서 새로 온 임원이 끼어들면서 본질보다는 원가를 따지고 비용을 따지면서 일이 점차 복잡하게 되어 간다고 하는 하소연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딱 대기업의 갑질 행태다.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하여 가져오면 기술을 뜯어보고 원가를 분석하여 가격을 후려쳐 모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기술 중에 쓸만한 것은 내 것으로 하려는 태도다. 세계적인 학문적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교수님이 중소기업을 위해 모처럼 마음을 내서 적은 비용으로 개발하고 기술이전을 하려고 하는데 선한 의도와 달리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다. 물론 삼성 출신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또 한쪽 이야기만 들었기에 양쪽 내용을 직접 들어보면 사실과 전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삼성 디스플레이 광고 캡처 화면








또 다른 사례다. 나도 얼마 전에 삼성 임원 출신의 컨설턴트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이병철 회장의 삼성문화문고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학생 때 돈이 궁했던 시절에 삼성문화문고의 질은 우수하지만 싼 책값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추억을 공유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야기가 이건희 회장의 문화 사랑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우리가 많은 귀중한 문화재급 예술품들과 골동품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이 두 분 회장의 이와 같은 안목은 그룹 발전에 토대가 되는 비전제시로 삼성이 발전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아가 최근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많은 사회적 기부는 이재용 회장 때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그런 비전제시나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맥이 이어지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자 그 컨설턴트가 정색하며 이야기한다. ‘회사는 이익창출이 목적이기 때문에 사회에 별도로 기여할 필요성은 없고, 오로지 많은 이익을 내서 많은 인원을 고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논리였다. 






삼성문화문고 1번 독일국민에게 고함 








삼성이 애플보다 월등한 하드웨어적인 제품을 가지고 더 부가가치가 낮게 팔리는 것이 무엇 때문인가?



스티브 잡스는 원래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회사가 어려움에 부닥치자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는 다 기울어진 회사에 와서 파산 직전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비용과 지출을 줄이고, 인원을 감축하고, 이익이 나지 않는 제품 생산을 중단하는 등의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하지 않았다. 아래의 예를 보자.



“잡스는 자기가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회사가 어려워지자 다시 돌아왔다. 그때 회사는 파산직전이었다. 그는 회사의 경영 상태를 되돌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대신에 '애플은 다르다, '애플은 가장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은 기업이다.'라는 차별화된 비전을 구축하는데 집중했다. 이러한 비전을 전달하기 위해서 공들여 만든 광고가 바로 '다르게 생각하라 Think Different'였다. 이는 차별화된 생각을 넘어 '창조의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자'라는 애플의 철학이 담긴 슬로건이다. 애플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의 신념과 철학을 브랜드 스토리에 담아서 전달하는데 집중한다. 정교하게 설계된 그들의 비전과 철학이 담긴 이야기에 많은 젊은이가 열광하기 시작했고, 실제 애플이 내놓은 전대미문의 독특한 디자인 제품에 소수의 집단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이승윤)



스티브 잡스가 회사를 쫓겨났다가 돌아왔을 때 애플은 파산 직전이었다. 그런데 그가 집중한 것은 영업 확대나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정체성을 확립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당장의 재무 상황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이 비전이 무너진 것이고, 원칙이 서 있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비전에 대한 차이가 회사에 대한 차이를 만든다. 애플의 그 많은 이익은 괜한 것이 아니다.






애플의 광고 화면








삼성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지식인들이 모여있다. 분명 그런 인재들이라면 다시 분발해서 더 큰 성장이 유지되고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는, 그래서 우리나라가 더 잘 사는데 기여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내가 만나거나 소식을 들은 분들도 아마 중소기업의 내용을 잘 몰라서 일시적으로 착각을 해서 그런 것일 것이다.



삼성이 잘되어야 우리나라도 도움을 받는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계속 급격한 성장을 이어가고 큰 비전으로 사회에 기여할, 그날의 삼성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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