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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May 05. 2023

진주 복국

[진주사람은 잘 모르는 진주이야기]

 

진주에는 복국집이 많다. 정말 많다. 그리고 대부분이 맛있다. 아마도 내 생각에는 인구수 대비 전국에서 가장 많은 복국집이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상점의 밀집도로 보면 서울의 강남구나 부산의 해운대-수영구도 복집이 많은 것은 맞지만 인구 비례로 보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인근의 창원이나 김해는 물론 바닷가 동네인 삼천포나 여수에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진주에는 또 일반 횟집인데도 점심에는 복국을 파는 집들도 더러 있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복집이 많은 만큼 복국을 즐기는 인구도 많아서 이름 있는 집들은 식사 시간에는 주차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특이하게 진주 토박이들이 사는 구시가에는 복집이 많이 몰려 있는 반면에 외지인들과 청년 인구가 많은 경남혁신도시가 있는 충무공동에는 복국 전문점이 한 군데도 없어 대조를 이룬다.      

우리나라 복요리에 대한 전통과 역사는 유구하다. 우리가 익숙한 『자산어보』에도 실려 있는 것은 물론 여러 역사책에도 등장한다고 한다. 이러한 복요리의 전통이 임진왜란 이후에 일본으로 전해지는데 복어에 익숙지 않았던 일본 요리사에 의해 식중독에 의한 사망이 발생하게 되니까 일본 막부에서는 한동안 식용을 금지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아무튼 진주에는 많은 역사가 오래된 복국 식당이 있는데 먹는 방법도 다른 지방과 다르다. 식당에 따라 대체로 복국은 복매운탕이나 복지리로 나오는데 다른 곳보다 콩나물과 미나리가 듬뿍 들어가 있는 편이다. 심지어는 삶은 콩나물을 별도로 더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곳과 달리 대부분의 진주 복국식당에서는 복국에 직접 밥을 말아먹지 않는다. 국물 속의 복어 고기와 국물을 먹고, 밥은 따로 주는 비빔밥 그릇에 비벼 먹는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비빔 그릇에 김 가루와 고추장 소스 등을 넣어 주면 거기에 국물 속에 있는 콩나물과 미나리 등을 넣어 밥과 같이 비벼 먹는다. 물론 이때 국물을 몇 숟가락 넣어 부드럽게 만들어 먹는 경우도 있다.      

복국은 젊은 대학생들에게 진주의 대표 음식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했을 때 한 번도 5위 안에 들어보지 못한 메뉴다. 그만큼 젊은 사람들에게는 호감이 낮은 음식이고 안 알려져 있다. 반면에 40대 중반 이상의 사람에게는 익숙하고 호감이 가는 음식이다. 뜨끈한 복국을 한 그릇하고 나면 겨울에도 몸이 더워지고 땀이 난다. 봄가을에도 비가 오거나 하여 날씨가 쌀쌀하면 생각나는 음식의 하나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끊여 나오는 복국 한 그릇에 수 킬로미터를 달려야 나올 것 같은 땀이 온몸에서 나오니 신기하다.      

요즘 MZ세대는 고향이나 출신학교 그리고 족보를 따지지 않고 취향을 묻는다고 한다. 그래서 유명해진 것이 ‘민초단’이다. 민트쵸코를 좋아하는 사람을 민초단이라 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반초단’이라고 해서 서로 친근감을 나타내는데, 복국에도 그와 유사한 취향이 있다. 그것이 바로 식초다. 복국 국물에 ‘식초’를 넣어야 맛있다는 쪽과 복국 고유의 맛을 식초가 저해한다고 ‘식초 첨가’를 극도로 꺼리는 쪽이 있다. 전자를 초파, 반대파를 반초파라 한다. 한 식품연구가의 말에 의하면 식초를 복국에 넣으면 국물이 뿌옇게 변하는데 그것은 식초가 단백질 등을 분해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생선의 비린 맛을 줄여주고 오히려 소화를 돕는다고 한다. 그래서 초파들은 식초를 듬뿍 넣어 먹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에 일부 식당을 비롯한 오랜 반초파 골수들은 오래 끊여 진하게 우러나온 국물은 입술을 달라붙게 할 정도로 진한데 식초가 그 맛을 줄이고 고유의 맛을 줄인다고 주장한다. 비릿한 맛도 각 식당마다의 노하우로 제거해서 안 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진주에 올 일이 있는 분들은 지인에게 연락해서 진주 북국을 한번 드셔볼 일이다. 그런데 주의할 일은 복국을 드실 때 예기치 않게 취향이 드러날 수는 있다. ‘초파’이신가요? 아니면 ‘반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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