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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May 28. 2023

맑은 날이 제일 많은 도시

- [진주사람은 잘 모르는 진주 이야기]

전국에서 맑은 날이 제일 많은 도시가 어디일까?

신재생에너지 데이터 센터(www.jier-solar.org.kr)에 게시된 신재생에너지 자원지도의 태양 분야 자료에 의하면 진주시는 일사율이 전국 최고인 것을 비롯하여 일조량과 일조율에 있어서도 수위를 다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진주시는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 중의 하나이며 정신건강 상으로도 매우 좋은 쾌적한 도시다. 또 진주시가 전국적으로 태양의 혜택을 많이 받는 도시라는 뜻도 된다.

  

우리나라의 폭염 추세를 분석한 논문(Ryoungeun Kim, Journal of Wetlands Research, Vol. 21, No. 4, November 2019, pp. 344-353)에 의하면 진주시는 여름 평균기온이 전국평균에 비하여 비교적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열대야의 관심지역이나 우심지역에서 훨씬 벗어나 있다. 이는 낮에는 기온이 높아 더운 편이긴 하지만 물과 산림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원한 밤을 보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진주시는 또 맑은 날이 많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강수량이 전국 평균값을 웃돈다. 기상청 데이터에 의하면 전국평균 강수량이 1,306밀리미터인데 진주시는 이보다 200밀리미터 가까이 더 많은 1,493밀리미터이다. 게다가 진양호를 끼고 있어 물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일사량이 많은 다른 도시가 때때로 가문에 시달리는 것에 비하면 진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강우의 질은 더 의미가 있다. 진주시는 지리산 등 태백산맥의 높은 봉우리가 시의 서쪽과 서북쪽에 있어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고 황사 등의 먼지를 떨어트리는 효과가 있는 데다가 그쪽으로 큰 공단이나 주거지가 없는 까닭에 먼지의 영향도 매우 적다. 그래서 비가 오면 자동차가 더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차가 되는 정도다. 서울이나 인천, 경기 지역과 같은 공단이나 인구가 많은 대도시의 경우 적은 강우가 내리면 비에 먼지가 같이 내려 자동차가 훨씬 더러워진다. 반면에 진주시의 경우는 황사철을 제외하고는 적은 비에도 차가 더러워지지 않고 세차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부언하고 싶은 것은 먹는 물의 수질이다. 진주는 수질이 뛰어나 실크공업이 발달했다는 얘기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다.      


내가 부산에서 진주로 막 이사 왔을 때에도 느낀 일이 있다. 아침에 세수를 하고 꼭 화장품을 발라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얼굴 피부가 댕겼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화장품을 바르지 않아도 피부가 덜 땅겨지는 느낌을 받아 이유가 뭔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고 결론을 내렸다. 이유는 물이었다. 진주의 물이 부산의 그것보다 훨씬 더 좋았던 것이다. 실제로 진주의 취수원인 덕천강(진양호에 덕천강과 남강의 본류인 경호강이 만난다)은 일 년 내내 1 급수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 시민들이 진양호 물을 탐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진주에서는 공기 중에 먼지가 적기 때문에 하얀 와이셔츠를 수일간 입고 있는 것이 가능하다. 서울에서는 대중교통수단을 타고 다니기만 해도 옷깃이 까매지는 것과는 비교가 어렵다.           


라돈 농도라는 것이 있다. 주로 매장되어 있는 광물질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알려진 방사선 원소인 라돈은 기체의 방사선 물질로서 우리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주로 화강암층이나 우라늄 등이 산출되는 지역에서 높게 나오는데 대부분이 퇴적층으로 구성된 경남 지역(그래서 파기만 하면 공룡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에서는 라돈의 함량이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며, 특히 하동을 중심으로 산청 등이 안전한 지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심산유곡의 깊은 산과 들과 강, 그리고 바다가 인접해 있어 물산이 풍부하다. 농산물과 해산물 그리고 임산물이 모두 있다. 덕분에 서울의 농수산시장의 도매를 거치지 않아도 값싼 다양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천혜의 조건은 사실 진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일이다. 늘 그러한 환경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온 예민한 사람들은 바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진주는 분명 가치가 있다. 이제 그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때다. 누가 선봉에 설 것인가?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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