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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Aug 13. 2023

다 같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 – 혐오 없는 삶

바스티안 베르브너 지음, 이승희 옮김, 판미동, 2021

       

평소 페친이 소개해 준 책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도서관에 갈 때마다 빌려보곤 하는 데, 이번 여름휴가 기간에도 더위를 잊기 위한 독서 삼매경에 들어가는 방편으로 책 여러 권을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었다. 그중에 가장 큰 공감을 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다.(물론 욕심껏 빌려온 책을 아직 모두 다 읽지는 않았다) 아마도 올 연말에 되돌아본다면 ‘인문∙사회’ 분야에서 읽은 책 중에 가장 임팩트 있는 책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독일 내 최다 독자를 자랑하는 주간지 『디 차이트』의 편집장인 바스티안 베르브너가 지은 이 책에는 ‘나와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분열의 시대에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하는 의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1장에서 조심스럽게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어떻게 사회를 구할까? 하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어서 접촉의 힘을 이야기하고 접촉은 언제 효력을 상실하는지(2장) 미디어의 악영향(3장)과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는 사례(4장)를 연이어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덴마크의 이슬람 청소년들의 사회적응을 돕는 프로그램과 미군이 독일군 포로를 다룬 프로그램 소개가 나오는데 이분법에 물든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          

5장에서는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가톨릭이 강한 아일랜드의 시민의회 실험을 통한 성소수자문제 사례를 설명하면서 민주주의의 본질은 선거가 아니라 추첨이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예전에 거란이나 우리의 북방계 조상들이 시작했던 순회제나 추천제가 본래 민주주의의 본질이라니 새롭게 느껴진다. 저자는 연이어 이러한 제비 뽑기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아일랜드의) 시민의회는 몇 주만에 한 우편배달부를 정치 혐오자에서 정치에 환호하는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 길은 나라를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이어서 저자는 이웃과 공동체의 문제를 제기한다. ‘도시가 클수록 인종적, 사회적 분리도 더 크다.’ 단순히 이웃이기 때문에 서로 협조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한 것이다. ‘1990년대 발칸 전쟁 때 오랫동안 이웃이었던 이들이 왜 서로 약탈하고 강간하고 학살했는지 이 명제는 대답하지 못합니다. 이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함께 국영기업에서 일했고, 그들의 아이들은 같은 학교에 다녔습니다.’ 공동체 파트에서 저자는 여러 심리학적 실험 결과를 끌어와서 ‘집단은 개인보다 훨씬 야만적인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논증한다.           

그러면 분열의 시대에서 분열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독일의 칼크브라이테 공동체와 트럼프 선거 이후의 분열에서 극복하고자 했던 로라의 ‘대화 실험’ 사례와 같은 다양한 실험 결과를 소개하면서 마지막 장(‘편지’)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납득시키는 사람, 가장 좋은 이야기를 설명하는 사람이 승리한다. 사회와 정부는 설명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확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의 사례’를 들어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저자는 또 말한다. 이러한 주장보다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실제로 눈에 보여질 때 사람들은 비로소 믿게 된다고. 따라서 반대자들,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을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합의를 위한 열쇠, 혹은 최소한 인간적인 협력을 위한 열쇠는 자치가 아닌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하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 만나야 하고 서로를 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는 그러한 방법들의 예를 보고 우리의, 우리만의 방법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방법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책을 읽고서 깊어지는 시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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