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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Aug 13. 2023

등산소회 - 월아산 장군대봉

 

더위를 피해 뒷산에 오른다. 뒷산이란 진주시 동쪽에 있는 명산, 월아산의 두 개 봉우리 중 집에서 접근성이 좋은 장군대봉이다. 장군대봉은 482미터의 그리 높지 않은 산으로 정상에서 오래 머물지만 않는다면 왕복으로 2시간 이내에 다녀올 수 있다. 지난주 8월 첫째 주에는 워낙 더웠고 야외활동을 삼가라는 문자 메시지가 여러 번 발송되고 있어 산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오르내리면서 본 마주친 것은 예닐곱 팀 정도(같이 내려오는 사람들이 같은 팀인지 아니면 개별 개인인지 잘 몰라서 그리 표현했다)뿐이다. 평소의 20~30% 수준이다. 다행히 이번 주에는 태풍이 지나가면서 더위를 다소 누그러트려서인지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았다.          

올라가는 길 입구에 천년고찰 청곡사가 있다. 등산으로 갈 때는 대부분 절에 들어가지 않고 일주문과 부도전에서 반 배만 하고 올라간다. 계곡을 따라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올 때는 좀 더 완만하고 폭신한 성은암 코스로 내려온다. 돌계단이 적어 무릎에 무리가 적다.    


      

그런데 가끔 청곡사의 청곡(靑谷)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청곡사 홈페이지의 설명에 의하면 청곡사는 신라 헌강왕 5년(879년)에 연기조사인 도선국사 스님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한다. 또 사찰 창건 설화에 의하면 

“도선국사가 남강 변에서 청학(푸른 학)이 이곳으로 날아와 앉으니 성스러운 기운이 충만한 산과 계곡이 있어 이곳을 살펴본즉 천하에 명당이라 이곳에 절터를 잡았다고 한다. 청곡사의 특징은 두 줄기의 물길이 한 곳에서 만나 못을 이룬 위에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의 터라, 학이 알을 부화한 뒤 날아가 버리지 않도록 묶어 놓았다는 뜻에서 탑을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자리에 세워놓았으며 탑 정면은 앞산 노적 봉우리에 맞추어 먹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탑을 세운 것이 특징으로 많은 풍수학을 배우는 사람들이 실습 사찰 터로 자주 찾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전설에 의하며 학이 찾아와 먹이를 먹는 계곡에 징검다리가 있어 이곳에서 학을 날려 보냈다 하여 방학교가 있고 학이 목욕을 했다 하여 학영지가 있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요컨대 청곡사 창건 설화의 설명을 요약하면 청학이 날아와서 앉은 곳에 절을 지었다는 내용은 있는데 그래서 청곡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불교에서 청(靑)은 전통사상에서와 같이 동방(東方)을 뜻하며 또한 관세음보살을 의미하기도 한다. 관세음보살의 전각에 청기와를 사용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관세음보살과 관련된 전설에 파랑새가 붓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둥, 푸른 옷을 입은 보살이 구원을 했다는 둥 유독 파란색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청곡사에는 관음전이 없다.



청곡에 대한 다른 추측 근거가 있다. 사찰 내에 ‘보광전’이 있는데 이는 불보살상을 모신 전각이 아니다. 조선조 태조 왕비였던 진주강씨인 신덕황후의 위폐를 모셨던 전각이다. 임진왜란 걸치며 소실되었던 것을 최근 복원한 것으로 청곡사가 왕실의 보호를 받던 사찰임을 나타내 주고 있다. 그 증표로 대웅전 용마루에 왕실에서 하사한 ‘청기와’가 있었으나 유물은 도난당하였다고 설명되어 있다. 이 청기와가 있어 청곡이라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것도 청곡의 유래가 된 후보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또 다른 것은 청곡사가 위치한 골짜기에서 찾을 수 있다. 진주시를 비롯한 경남지역 대부분은 퇴적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곳곳에서 공룡의 유적지(발자국 등)가 발견되고 있다. 그러한 퇴적층에 청색이나 청록색을 띤 지층이 청곡사가 위치한 곳 다수에서 발견되고 있다. 특히나 청곡사가 있는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정상 근처에서 그런 색의 바위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청곡으로 부르다가 청학이 날아와서 절터를 잡았다는 설과 합쳐져서 청곡사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만일 학을 강조했으면 청학사가 되지 않았을까? 물론 단순하게 진주시의 동쪽에 있는 계곡이기 때문에 청곡이 되었을 수도 있다.     


     

어느 사유든 청곡사가 있고 장군대봉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쉴 수 있어 감사하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청곡사는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응석사는 정상의 부지를 일반인에게 개방하여 산불감시 초소를 설치하고 정상석에 많은 분이 다녀갈 수 있게 해서 좋다. 진주시민뿐만 아니라 진주를 방문하는 분들도 가끔 올라도 좋은 그런 코스다. 그런데 물이 귀하니 물병은 하나씩 들고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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