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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Jul 09. 2023

오렌지의 기적




6월 마지막 토요일에 자동차 트렁크에 있는 짐을 정리하다가 쇼핑백에 있는 내용물을 보게 되었다. 비어있는 쇼핑백인 줄 알았는데 내용물이 들어 있었다. 오렌지가 2개 들어있었다. 집사람이 넣어 놨나 보다 하고 집을 가져다가 아내에게 물어보았는데 잘 모르겠다고 한다. 한참 복기를 해보니 6월 첫째 주 일요일에 아내와 여행을 가면서 차 안에서 먹으려고 들고 갔었던 기억이 났다. 무려 20일 이상 차 트렁크 안에서 있었던 것이다. 물론 사 온 지는 더 오래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렌지는 전혀 상하지 않은 상태로 있었고 잘라보니 안의 내용물도 싱싱(?)했다. 


순간 정신이 찡해졌다. 외국에서 수입할 때 오랜 시간을 배로 이송해 온다고 하더니 그 말이 헛된 말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대단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타국으로 와서, 다시 오랜 시간 동안 더운 차 안에서 잘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우리가 과연 껍질만 잘 벗겨내고 먹어도 되는 걸까? 그런 대단한(?) 껍질을 음식물 쓰레기나 혹은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맞는 것일까. 며칠 전에 사 온 복숭아는 냉장고 속에서도 1주일을 못 넘기고 물러지기 시작하는데 아무리 껍질로 둘러싸인 오렌지라도 그게 가능이나 할까 했는데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이다.


오렌지의 발음이 ‘오렌지’가 아니고 ‘오린지’라고 해야 한다던 어느 분의 이야기가 머리에 스쳐 지나간다. 혹시 우리가 먹는 것은 그들이 먹는 ‘오린지’가 아니고 한국 수출품 전용의 ‘오렌지’인가 하는 생각이. 우리도 조금 못생기고, 오래가지 않더라도 건강한 ‘오린지’를 먹어야 하고, 또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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