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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Sep 09. 2023

진주 음식 예찬(1) - 어탕

진주에는 유명한 것이 많다. 그중에 하나가 ‘실크(비단)’다. 그래서 가끔 진주를 방문한 사람이나 또는 진주 토박이를 만나면 묻는다. 진주에 실크가 왜 유명한지 아냐고. 그러면 대부분의 대답이 진주에 뽕나무와 양잠이 많지 않냐고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진주는 양잠의 중심 도시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제는 아무도 양잠을 하지 않는다. 일설에 의하면 실크라는 말의 어원이 우리나라 말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그만큼 양잠은 우리와 오랜 세월을 같이 지내왔던 것이 틀림이 없지만 현대의 실크 관련 기술은 오히려 일본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관심 있는 분들은 문옥표 교수의 ‘교토 니시진오리의 문화사’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섬유공업이 대구로 다 옮겨 갔는데 유독 실크 산업만 진주에 있는 까닭이 무엇일까? 물론 풍기인견이나 안동베(포)와 같은 경우는 전통적인 지역이 있지만 섬유공업의 한 갈래인 실크산업이 진주에서 발달한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진주가 예향이고 1925년까지 경남의 도청소재지가 있던 곳이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는 것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원인은 의외의 곳에 있다. 바로 물이다. 많은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진주는 남강의 물이 좋아서 비단의 물이 곱게 든다는 것이다. 남강의 발원지는 남덕유산(봉황봉)인데 그곳에서 발원하는 물줄기가 2개가 있다. 합천으로 흘러가는 황강과 진주로 흘러내리는 남강이다. 그런데 서부 경남 지역에서는 황강 물고기와 남강 물고기 맛을 비교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남강의 물이 더 좋다고 한다. 물맛도 좋고 광물질이 적어 비단의 물도 곱게 잘 든다고 한다. 그래서 남강의 대표 산업의 하나가 실크산업이다. 전국 넥타이와 스카프의 대부분을 진주에서 만드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이 잘 모른다. 진주사람들도 그렇다. 동유럽의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 가보면 넥타이의 고향이라고 거대한 넥타이를 가게 앞에 걸어 놓고 선전을 한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기회를 마련하기로 한다)     

아무튼 그래서 유명한 것이 바로 진주의 민물고기 요리가 유명하다. ‘진주의 민물고기 요리가 유명하다고?’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 진주는 민물고기 요리가 유명하다. 남강의 물이 좋아 물고기가 맛있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민물고기 요리는 어탕이 아닐까 한다. 어탕은 어느 고장에서나 먹는 음식이지만 동네마다 먹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마치 추어탕이 지역마다 다른 것과 같다.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은 특히나 어탕국수가 유명한데 피리조림과 함께 색다른 맛을 주고 있다. 물론 어탕칼국수나 어탕(국)밥도 있다. 추어탕과 같이 향신료를 같이 넣어 먹는데 주로 방아나 산초를 넣어 먹는다. 물론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땡초를 추가하기도 한다. 보통은 추어탕처럼 잡어를 갈아서 넣고 고추장과 된장으로 냄새를 잡아서 야채와 같이 끓여내는데 국물이 진하다. 보양식에도 좋고 해장에도 좋다고 한다. 다만 호불호가 있어서 일부 안 먹는 분들도 있어 사전 점검이 필요한 음식이다. 강이름을 딴 음식점들이 유명하고 진주뿐만 아니라 산청(생초), 거창, 함양 등에도 널리 분포되어 있다. 

두 번째 요리는 매운탕이다. 메기매운탕이 유명한데 타 지역과 달리 메기와 함께 참게를 같이 넣은 참게매운탕(이 동네 말로는 참께매운탕이다. 처음에는 참깨가 들어간줄 알았다) 등의 형태로 먹는 데 그 맛이 일품이다. 남강댐 밑에 유명한 식당들이 있다. 깻잎과 방아잎을 넣고 오래 끓여 진한 국물과 함께 먹는 맛은 정말 좋다. 이것도 역시 호불호가 있고 2인 이하는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다. 3인 이상이 알맞다. 

세 번째는 붕어탕과 같은 형태가 있다. 다른 것과 달리 뽀얀 국물이 특징이다. 내장을 빼고 끊여 진국이 일품이다. 때문에 ‘붕어곰탕’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종류도 붕어탕도 있고 붕어메기탕도 있다. 역시 오래 끓인 뽀얀 국물이 몸보신에 좋다고 한다. 수술이나 해산 후에 또는 기운이 떨어질 즈음에 몸보신으로 많이 드신다. 호불호가 있지만 다른 어탕에 비해 뽀얀 국물 탓인지 가장 회피가 적다.

네 번째는 민물회 형태다. 송어와 향어회, 회덮밥 그리고 매운탕이다. 남강에도 1미터급의 큰 몸집을 자랑하는 송어가 있지만 식당에서 파는 것은 기생충 등 여러 가지 염려를 줄이기 위해 양식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민물회의 독특한 맛이 있어 바다회보다 좋다는 마니아가 많아서 많이 찾고 있지만 역시 호불호가 있다.

마지막은 은어밥이 있다. 옛날에는 ‘남강은어밥’이 유명했다고 했는데 지금은 명맥이 끊어졌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향토문화전자대전에 따르면 ‘은어를 얹어 지은 밥인 남강 은어밥은 7~8월 은어가 산란하려고 바다에서 하천으로 돌아올 때 잡아서 여름철 별미음식으로 먹었던 음식’으로, ‘은어는 비늘이 없으므로 내장만 제거하여 깨끗이 씻은 후에 밥이 끓어오르면 은어를 통째로 머리를 밥 속에 박아 넣는다. 이어 밥이 다 되면 꼬리를 잡고 살을 훑어내어 뼈만 추려낸 뒤에 은어살과 밥을 양념장에 비벼 먹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은어는 맑은 물에서만 사는 어종으로, 낚시로 잡아 즉석에서 요리하여 먹는 신선한 제철 음식으로 은어는 수박향 같은 특유의 향이 있고 맛이 비리지 않아 통째로 넣어 밥을 지어먹었다고 한다. 불행히 남강댐 설치로 지금은 은어가 사라져 현재 진주에서는 거의 은어밥을 먹지 않는다. 다만 지역에서 잡은 은어는 은어회, 은어튀김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은어는 잡으면 바로 죽기 때문에 오래 저장할 수가 없어 은어로 지은 밥은 싱싱한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여름 한철 별미음식이자 보양음식이었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부분의 큰 강과 같이 남강도 지역의 애환과 문화를 엮어내며 흐르고 있다. 진주와 서부 경남은 남강을 끼고 있고, 남강은 서부 경남의 역사를 안고 있다. 그 강 안의 물고기도 기나긴 역사를 안고 있다. 그 역사가 우리 몸으로 들어와 계속 흐르고 있다. 그런데 우리만 모르고 있으면 역사가 되지 않는다. 역사는 되새김을 통해서 생존하기 때문이다. 잊힌 역사는 더 이상 역사가 아니다. 남강에서 비단이 나왔고 그 비단의 물결 속에 음식도 나오고 문화도 나왔다. 우리가 향유해야 하는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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