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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Sep 23. 2023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말

            

우리가 잘 모르는 도시에 가면 어떻게 식당을 찾을까? 서울이나 경기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경남의 문산읍이라는 곳을 잘 모를 수 있다. 서울에서는 파주시의 문산읍은 잘 알려져 있지만 진주시 문산읍은 공군 출신이 아니면 잘 모르는 곳이다. 반대로 경남 사람들은 충청북도의 진천군의 덕산읍이나 광혜원면 같은 경우는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렇게 서로에게 잘 모르는 곳에 가서 점심을 먹는다면 어떻게 맛집을 찾을까? 어떤 기준으로 찾을까?          

이에 대한 답은 세대별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먼저 기존의 세대에게는 여러 가지 전통적인 방법이 있다. 가장 연로하신 분들은 연고를 찾는다. ‘맞아 여기에 옛날 군대 동기가 있었는데’ 하면서 인맥을 자랑하며 물어물어 그 지방의 진짜 맛집을 찾아낸다. 또 다른 장년 그룹은 ‘휴대폰을 통한 검색능력’을 과시한다. ‘이곳의 맛집은 어디 어디가 있는데 맛이 좋다고 하는구먼’ 하면서 별점과 리뷰를 들이댄다. 이때도 기성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은 ‘맛’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물론 ‘음식 종류’도 중요하다. 음식 종류에서는 호불호가 비교적 뚜렷하다. 그만큼 남의 평점도 중요하다. ‘사란들이 많이 가는 집이 실패가 적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하우가 선택의 순간에 강조된다.           

그런데 신세대에 속하는 MZ사람들은 맛집 선택에 있어 기성세대와 조금은 차이가 나는 모양이다. 이들에게는 메뉴도 중요하지만 먼저 ‘개성과 경험’이 강조되기도 한다. 검색 도구도 지도앱이나 인터넷 검색보다는 인스타그램이나 배달앱이 먼저라고 한다. 소위 ‘사진발’이나 음식점 또는 음식과 관련된 스토리가 중요할 때가 많다. 그래서 감동적인 사연이 알려질 때는 ‘돈쭐’을 내기도 한다. 맛도 맛이지만 예쁜 사진이 나오면 모두가 같은, 비슷한 포즈로 인증샷을 찍어 올린다. 또 새로운 경험이 주요한 선택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새로운 음식이 나오면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생을 마다하고라도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나도 이것을 먹었어’, ‘나도 이곳에 와 봤어’, 이런 것이 중요한 모양이다. 그래서 여러 세대가 같이 갈 때는 주관하는 세대의 의견이 중요할 때가 많다.          

아내 생일을 맞아 케이크 가게를 검색하다가 학교 후문 근처에 새로운 케이크 가게가 있길래 갔었다. 그런데 세상에, 최소 3일 전에는 주문을 해야 한단다. 만들어 놓고 파는 일반적인 제과점과는 다른 시스템이다. 그곳은 이른바 레터링 케이크를 파는 가게인데 케이크 위에 원하는 그림이나 글씨를 혼합하여 주문형 케이크를 만들어 파는 가게였다. 주인은 젊은 여성이었고 예술적 감각이 있어 보인다. 급하게 주문하면 내일 오전까지는 만들어 보겠다고 한다. 다음에 이용하기로 하고 나와서 인스타 검색을 해보니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의 케이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원하는 사진을 다운을 받아서 문구를 수정해서 주문을 하면 케이크를 만든다고 한다. 문구와 그림의 내용이 정말 창의적이다. 이런 창의적인 도전들이 모여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니 좋다. 새로운 세대의 도전적인 노력에 기대를 하게 되는 이유다. 앞으로 이렇게 창의적인 운영체계를 바탕으로 해서 서로의 아이디어가 결합되어 운영되는 새로운 사업들의 발전이 기대된다.          

사진은 인스타그램, 진주레터링케이크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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