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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Nov 04. 2023

고개를 돌리는 불상 -  하동 봉화사

      

경주 남산의 용장사터에 있는 용장사곡석조여래좌상(보물 187호)은 머리가 없이 몸체만 남은 불상으로 좌대를 포함한 높이 4.56m, 불상 높이 1.41m의 크기다. 나무위키 등에 의하면 경주 남산 전역에서도 매우 손꼽히는 큰 사찰이었던 용장사에서 8세기 경에 제작한 불상이라고 한다. 이 절은 신라 초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서 경덕왕 시기에 법상종(法相宗)을 열었던 고승 대현(大賢)이 살고 있었는데, 그가 이 절에 있는 장륙상(丈六像)의 주위를 돌며 예배하면 불상도 그를 따라 얼굴을 돌렸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 장육상이 이 석조여래좌상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같은 사찰 내에 있었던 불상임은 틀림이 없다. 훗날 조선 초에는 승려가 된 김시습이 절에 기거하면서 금오신화(金鰲神話)를 써 더 유명해진 절이지만 조선 후대에 와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폐사되었다고 한다.      

위의 내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경주 남산 용장사에 고승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불상이 있었다는 전설이 있다.           

가을이 깊어가던 지난주, 쑥부쟁이 꽃이 사늘 사늘 피어있고, 빨갛고 노란 단풍들이 저 먼 하늘에서 계곡으로 살포시 살포시 내려앉던 날, 경남 하동 회남재(回南峙)에 갔었다. 남명 조식선생이 하동의 악양을 보려고 이곳에 올랐다고 회남재에서 하동을 굽어보고 발길을 돌렸다는 전설이 있어 회남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완만하고 고만고만한 높이의 왕복 12킬로미터 숲길을 걷고, 도인(道人) 두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하동 봉화사에 들렀다.      

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엉덩이를 붙인 사찰은 가을 낙조 속에서 금잔화 꽃과 더불어 긴 이야기를 토해 내고 있었다. 봉화사는 고개에 가까운 높은 산마루 밑에서 약간은 서양의 양식을 빌어, 티베트인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전통인 것 같기도 한 묘한 조화를 이뤄내며 산비탈과 하나가 되고 있었는데, 더 특이했던 것은 것은 아미타전의 전각 현판이 ‘나무아미타불’의 한글로 되어 있었고 문은 유리로 된 폴딩도어로 되어 반대쪽 등뒤 풍광을 담고 있었다.     

더 특이한 것은 석조인지 철조인지 모를, 상품상생인을 한 아미타부처님이 묘한 색의 피부와 가사를 하고 계셨는데 그 뒤로 석굴암 본존불을 담은 석가모니불 후불탱화가 석조로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미타 본존 불상 뒤로 2분이 겹치게 보이도록 조성했다. 그런데 그 석가모니부처님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내가 움직이는 대로 고개를 돌리시는 것이 아닌가? 내가 왼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데 얼굴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몸도 돌아간다. 아내는 신기해하면서 동영상도 찍는다. 물론 동영상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움직인다.      

법당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백거이 거사의 염불게와 선정쌍수집요, 영명연수선사 사료간 요약문 등이 게시되어 있고 법공양 책들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법당 밖에는 법성계의 해인무늬로 된 맨발 순례길이 있었다. 시간이 늦어 스님은 뵙지 못했지만 기회가 되면 염불수행을 열심히 하시는 스님을 뵙고 법을 청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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