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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Dec 03. 2023

남해안 3대 경승지

고성 문수암,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


경치가 아주아주 좋은 곳을 경승지(景勝地)라고 한다. 또 그러한 좋은 경치를 절경(絶景)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끝내주는 경치’라는 뜻이 되겠다. 우리나라 남해안에도 3대 경승지가 있다. 이른바 3대 절경인 곳이다. 여러 설이 있겠지만 대체로 동쪽부터 친다면 고성의 문수암, 남해의 보리암, 그리고 여수의 향일암이 그곳이라고 한다. 모두 남해안의 청정 바다, 한려수도를 배경으로 한 경치가 좋은 곳이다. 그중에서 남해 보리암과 여수 향일암은 우리나라 4대 관음 기도처의 하나로 꼽기도 한다. 4대 관음 기도처란 서해안 강화 보문도의 보문사,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 그리고 동해의 낙산사 홍련암을 의미한다. 관음 기도처는 모두 바닷가에 있다.          

경남 고성의 문수암은 암자 앞까지 누구나 차로 갈 수 있어 접근이 편리하다. 게다가 이웃의 보현암과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국내 최대의 약사대불까지 볼 수 있고 문수암 뒷산인 무이산과 보현사 뒷산인 수태산을 쉽게 오를 수 있어 좋다. 무이산 정상의 전망도 훌륭하지만 문수암의 청담대사 사리탑 앞에서의 전망도 훌륭하다. 기운과 시간이 허락된다면 아래 마을 무선 저수지 근처에 차를 두고 걸어 올라서 무이산도 오르고 수태산을 돌아 약사전을 참배한 후에 약사전 뒤로 해서 돌구산을 돌아 내려가도 좋다. 차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지만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자란만을 중심으로 한 다도해의 멋진 전망은 남해안 3대 절경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준다. 일출이나 낙조 시간에 맞춰가도 좋다. 동굴 속에 감춰진 의상대사가 보았다는 문수동자의 모습과 아울러 남해안의 절경이 내내 아른거리는 곳이다.          

두 번째 절경인 남해 보리암도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보통은 보리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간다. 그러나 시간이 된다면 반대편 상주은모래비치 해수욕장에서 동쪽으로 차를 몰고 올라가다 보면 산중턱 서복동상이 있는 두모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가는 것도 좋다. 경사가 완만하여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이 길은 또 남해상주리석각과 부소암, 상사암, 좌선대, 제석봉을 통해서 올라가는 데 경치가 정말 좋다. 보리암에 들려 참배하고 내려올 때는 쌍홍문, 도선바위를 통해서 내려오면 되는데 금산탐방지원센터에서 두모주차장까지 1킬로 정도를 걸어야 하는 점이 흠이 있다. 역시 날이 좋을 때는 물론이고 일출과 낙조 때에 맞춰가도 좋은 곳이다. 절경이 허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여수 향일암은 아주 먼 거리는 아니지만 아래부터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향일암 아래 사하촌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 올라간다. 그래도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는 맛이 있다. 바로 바위틈으로 된 문(?)이 있어서다. 사찰마다 있는 문 중에 해탈문이 있는데 향일암은 이 해탈문이 건물이 아니라 바위로 되어 있다. 바위가 좁다랗게 틈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그곳에 해탈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향일암에는 이 같은 크고 작은 바위문이 7개가 있으며, 그곳을 모두 통과하면 복을 받는다고 전설이 있다.          

지난주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함께 향일암에 갔었다. 진주에서는 고성의 문수암과 남해의 보리암은 비교적 가까워서 자주 갈 수 있지만 여수 향일암은 그래도 제법 거리가 있어 오랜만에 친구 핑계로 가보게 되었다. 향일암은 여수 돌산도 남쪽 끝의 바닷가 언덕의 좁은 공간 속에 그대로 있었다. 몇몇 가게는 바뀐 것 같았지만 바다로 내어 민 거북이 머리며, 바다 쪽에 가물가물 떠 있는 다도해의 모습까지 그대로였다.           

다소 희뿌연 향일암 앞바다에는 오늘도 퐁당퐁당 많은 이들이 소원이 녹아내려 거북 머리 앞바다 어드 메에 있다는 용궁으로 스며들고, 바다에서 역할을 다한 소원들은 파도가 되어 사그랑 사그랑 다시 바닷가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많은 분들의 소원은 금 거북이가 싣고(산의 이름이 금어산이다) 바다로 나아가 용궁에 풀어 위로의 눈물이 되고 기쁨의 눈물이 되지만 정작 암자의 기운은 해를 향해 나아가(향일은 해를 향해 나아간다는 뜻이다) 세상을 밝히길 소원하고 있다.      

다른 사찰과 달리 향일암은 관음전, 원통보전, 천수관음전 등 관세음보살을 모신 관음전만 3개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애절한 기도 소리가 향내를 따라 굽이굽이 넘쳐난다. 용궁이 있다는 바다는 깊고 깊어 아직도 파란 파도가 치고, 바다 그 너머에는 남해 보리암에서 득도를 한 세존이 삼홍문을 지나 세존도의 동굴을 지나갔다는 그 세존도가 아직도 건재하여 그 파도를 견디고 있다.           

남해의 3대 경승지는 3곳이지만 모두 바다와 섬과 하늘이 어우러진 하나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 있다. 세상의 모든 소원이 다 이루어지면 파도가 거울처럼 잔잔해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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