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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Jan 20. 2024

기시감?

 역사적으로 볼 때 사회가 갖고 있는 생각이 외골수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럽의 경우 기독교가 전유럽을 통일했던 중세시대가 그랬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성리학이 홀로 온 나라의 사상을 지배했던 조선 후기시대가 그랬다. 특히 조선의 경우는 사농공상의 선비 중심의 직업관과 왕권과 관리로 권력이 집중되었는 데다가 부의 원천이 농업 등 1차 산업에만 몰려있는 구조로 1차 산업의 특성상 날씨나 기후 등에 크게 영향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뭄이 들거나 하면 민초들의 고생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양반은 물론 재력이 어느 정도 있는 양민들까지 모든 사람들이 권력과 부가 집중되어 있는 관리가 되기 위해 과거시험에만 몰입하고 상업과 무역 및 공업 등 또 다른 부가가치 증대에 소홀히 함으로써 결국 망국으로 가는 단초를 제공했다. 모든 국민이 과거라는 등용문(관리를 용에 비유했으니 얼마나 대단한 비유인가)에 몰입함으로써 과거 성적과 그 이후의 관직의 지위에 따라 줄 세우기가 되었던 것이다.(심지어는 죽어서 귀신이 되어서도 관직의 유무에 따라 명칭이 달라졌다) 그러한 것들은 결국 망국이 되고 나서야 끝났다.     

요즘 세상을 보는 마음도 편치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다른 OECD국가에 비해 크고, 게다가 대기업 내에서도 경영진, 임원과 신입사원의 임금격차도 OECD평균에 비해서 훨씬 크다. 그것은 결국 또 다른 줄 세우기가 국민을 한 분야로 몰아가게 하고 있다. 오죽하면 사위를 맞이할 때 정작 사람의 됨됨이나 능력보다도 대기업이나 공무원이라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주고 있다고 할까.      

의대정원과 관련된 ‘사태’를 보는 마음은 더 찹찹하다. 어떻게 해야 국민들이 병고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까 하는 큰 틀의 논의 대신에 본인과 제 가족의 영달을 위해 ‘경제’ 안전권으로 들어가려는 눈 뻘건 사람들의 열망과 밥그릇 싸움을 보는 느낌이 들어 아쉬움을 넘어 절망감이 들 때가 많다.      

사전에 의하면 기시감은 ‘처음 오는 곳, 처음 대하는 장면,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어디선가 이미 본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한 말로, 심리학적 용어로는 "데자뷰" 혹은 "데자뷔"라는 뜻’이라고 한다. 반대말은 미시감이다. 요즘 인구와 기업의 서울집중과 인구감소, 그리고 그로 인해서 촉발되는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저가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조선 후기에 식자층의 과거시험 몰빵과 매관매직(관직을 사고파는 것), 탐관오리가 넘쳐나던 시절을 보면서 느꼈던 기시감이 드는 것은 나만의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자도 도덕경에서 “똑똑한 것을 높이 쳐주지 않는 것이 사람들이 자신만 옳다고 다투는 일이 없어지도록 하는 일이고, 얻기 어려운 보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사람들은 도둑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욕심 낼만한 것을 드러내 놓지 않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또 “그 때문에 성인의 다스림은 백성들이 마음을 비우게 하고 배를 채우도록 해주며, 욕심을 약하게 하고 근본을 강하도록 해준다. 늘 백성들이 지식이 필요 없고 욕망이 필요 없도록 만들어 아는 자들이 감히 일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 무위(無爲)를 행하기 때문에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게 된다.”라고 무위를 강조했다.      

세상에 돈보다도 중요한 것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돈의 중요성에서 벗어나 식자들이 다양성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양성을 살리지 않으면 역사에서 알 수 있었던 것처럼 결국은 공멸로 간다. 모두가 대기업에 가고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면 결국 기업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대기업도 망할 수밖에 없다. 다른 집 자식들은 다 중소기업에 가고 우리 자식만 대기업에 가고, 다른 집 자식들은 다 창업을 하고 내 자식은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는 묻어야 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자동차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분이 창업을 했는데 자동차 부품은 아예 취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자동차 회사의 생리를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동차 부품은 많은 기술력과 투자가 필요한 일이지만 그 이후에 결국 자동차 회사의 ‘을’이 되어 서서히 망해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자동차 회사의 임원과 직원은 모두 억대 이상의 연봉을 받는데 2차, 3차 기업에서는 최저임금보다 훨씬 더 많은 월급을 주는데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래서 그분은 자동차 부품 대신에 일반 소비재를 개발하여 지금은 국내 시장은 물론 일본에도 진출하여 성공하고 있다.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던 싸이나 세계적 스타가 된 BTS도 기존 방송국을 통해 세계에 진출한 것이 아니다. 유튜브 등 새로운 방식에 맞춰 세상과 소통하면서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세계로 진출하게 되었다. 만일 이들이 기존의 코스를 밟았다면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다양한 생각들이 세상을 바꾸어가고 있다. 세상은 획일화된 생각과 다양한 생각이 부딪혀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그 결과, 세상 사람들이 응원하는 곳으로 간다. 과거의 역사를 반복할지 아니면 또 다른 변혁으로 나아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고 그럴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 사회의 쏠림은 어떻게든지 해결해야 한다. 쏠림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 문제의 근원이다. 쏠림을 넘어 획일화가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생각과 역할이다. 그 하나의 마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기시감의 반대말은 미시감이다. 익숙했던 것들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동안 익숙했던 것들과 작별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2024년이 다양성으로 나아가는 시점이 되길 빈다. 아니 시발점이 되고 있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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